미술대학 동아리 ‘샤크라’의 전시 ‘세제곱미터 – 나의 책, 나의 공간’이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문화관(73동)에서 열린다. 샤크라는 ‘하고 싶은’ 작업을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결성됐다. 샤크라에서 활동 중인 정수지(금속공예 15) 씨는 “샤크라를 뚜렷이 정의하긴 어렵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열린 ‘*graphy’에 이은 샤크라의 두 번째 전시회로, 구성원 8명이 각각 책을 제작해 배치하고 주변 공간을 조성해 기존의 평면적인 미술 작업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샤크라는 책과 공간의 시공간적 성질에 주목하는 것이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밝힌다. 많은 미술 작업은 ‘평면’ 위에서 이뤄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3차원의 ‘시공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샤크라에 따르면 공간을 직접 조성해보는 행위는 평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일상의 공간에 대해 더욱 치열히 탐구하도록 한다. 책 역시 시공간성을 가진다. 책의 텍스트와 그림은 평면적으로 인쇄되지만, 제본의 과정을 거치며 부피를 갖게 되고 서사를 통해 시간성을 부여받는다.
관객은 전시회에 조성된 공간을 둘러보고 비치된 책을 들여다보며 작가를 둘러싼 시공간과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 구성원 8인이 각각 마련한 공간과 책은 작가의 내면을 치열하게 성찰한 결과다. 김기홍(동양화 15) 씨는 기존 작업을 콜라주(collage) 인쇄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다. 최원정(도예 15) 씨는 내면에서 은밀히 이뤄졌던 생각의 궤적을 일기의 형식을 빌려 담아내고자 했다. 이들의 공간은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나 개인의 물품으로 채워진 방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은유한다.

보다 더 명백한 방식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표방하는 경우도 있다. 나원호(공업디자인 15) 씨와 성지윤(도예 15) 씨는 ‘낭만’과 ‘꿈’이라는 구체적인 매개를 설정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나원호 씨는 자신의 낭만을 판화로 구성한 후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각자의 낭만에 대해 질문한다. 성지윤 씨는 개인적인 꿈의 내용을 서사와 삽화로 구성해 제시하는데, 관객은 꿈이라는 가장 내밀한 영역에서 작가에게 공감하게 된다.
한편 작가의 내면을 압축해놓은 책과 공간은 관객의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이데올로기’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수지 씨의 작품명 ‘이기적 이데올로기의 책’에서도 드러나듯, 작가 자신의 기준과 관점으로 이뤄지는 작업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수지 씨는 책과 공간의 형식을 활용함으로써 “임시방편이라도 잠시나마 보편타당한” 소통을 표방했다고 설명한다. 작가와 관객이 서로에게 온전히 닿을 수 없더라도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함축해 시공간에 옮겨놓고, 독자는 그것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통을 시도한다, 이때 세제곱미터의 시공간은 새로운 소통의 장(場)이 되고, 이를 수용할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맡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