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교실 존치 논란을 살펴보다

늦은 대처가 빚은 갈등… 보존된 교실의 참된 의미를 잊지 말아야

 최근 단원고 2학년 교실을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당국이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교육공간의 확보를 위해서 교실의 철거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입장과 교실의 보존을 주장하는 유가족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갈등의 원인과 대안을 살펴봤다.

 

 

재난 현장으로서의 교실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교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보존돼왔다. 2개 층에 10개의 교실이 있으며, 교무실 1개가 있다. 많은 이들 이 교실을 찾아서 편지를 쓰거나,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과자 등을 올려뒀다. 지금까지도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견학의 형식으로 단원고를 찾고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4·16 기억저장소’(기억저장소)에서는 교실과 합동 분향소를 방문하는 ‘기억과 약속의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은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약 3000명의 사람들이 ‘기억과 약속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학생들이 학교에 없는 주말에 교실을 찾는다. 이들은 김종천 씨의 설명을 들으며 10개의 교실과 교무실을 차례로 방문한다. 수십 개의 빈 책상과 그 위에 놓인 아이들의 사진, 그 가족과 친구들이 남긴 편지를 보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다. 교실에는 참사 이전에 학생들이 남긴 흔적도 고스란히 보존돼있다. 식단표나 시간표, 입시 관련 정보 등이 게시돼있고 학생들의 생일이 표시된 달력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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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된 교실의 전경 ⓒ박나연 사진기자

 

 교실은 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자식이 남긴 소중한 흔적이다. 故최성호 학생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교실은 부모도, 지자체도 아닌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이라며 “아이들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직접 만들어 놓은 공간이기에 가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교실은 자식을 잃은 아픈 기억의 상징이기도 하다. 故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는 “교실에 들어가면 ‘교실에서 아이가 무슨 교육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교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남긴 흔적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비극성과 안전한 사회를 건설해야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이현정 교수(인류학과)는 교실이 가 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가 저지른 온갖 성찰해야만 할 문제가 응축된 공간”이라며, 교실이 “우리 모두의 성찰의 장소여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김익한 교수(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는 “(참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사회만이 참사를 막을 수 있다”며 교실의 의미를 설명했다.

 

 보존된 교실이 다른 공간으로 옮겨진다면 그 공간은 같은 의미를 가질까? 김익한 교수는 교실이 다른 공간으로 이전된다면 같은 역할을 하게 될지 묻는 질문에 “공간의 현장성을 떨어뜨려가며 그리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교실이 현장에 위치할 때 상징성을 가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른 대형 참사의 유가족도 현장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전재영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현장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에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돼야한다”며, “멋있게 (현장을) 꾸미는 것은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실존치를 둘러싼 갈등

 

 한편 교실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재학생 학부모 측은 2016년에 신입생을 1,2학년과 비슷한 규모로 모집하려면 보존된 교실을 치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가족 측은 보존된 교실들을 학습공간으로 다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으며, 이를 재난에 대한 교육현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존된 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故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인 이종락 씨에 의하면 작년 5월경, 이지혜 교사의 장례가 끝난 뒤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측에서 이지혜 선생님의 자리를 비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기록물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김종천 씨에 의하면 작년 7월에 학교 측에서 교문에 있던 기록물들을 치우려해 갈등이 빚어졌다. 또한 작년 10월에는 학교 측에서 연락 없이 교무실에서 수학여행 관련 기록물이나 교사들에게 쓴 편지들을 치웠으며, 학교를 다시 찾은 유가족들이 이에 항의하고 다시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단원고등학교 측은 “1년 전의 일이여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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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된 교실 복도에 놓인 화분. ⓒ박나연 사진기자

 

 그러던 중 작년 11월경 1,3학년 재학생 학부모총회에서 교실을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가족들은 이에 대해서 반대했고, 이어서 교육청과 학교, 재학생 학부모, 유가족이 모여 교실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가 구성됐다. 논의는 이재정 교육감이 ‘명예졸업까지 교실을 보존하자’고 말하면서 공통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멈췄다. 단원고는 명예졸업 이후에 교실의 물품을 보관할 공간을 학교에 마련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 안은 학교 부지와 맞닿아 있는 부지를 구입해 다목적 체육관을 건설하고, 체육관 내부에 추모관을 짓자는 것이었다. 체육관의 건설시기나 추모관의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협의는 종료됐다.

 

 그러나 부지매입을 통한 다목적체육관 건립이 차질을 빚으면서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최경덕 씨는 “부지매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교실 존치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체육관 건설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내년 1월로 예정된 명예 졸업 이후로 교실의 물품들을 보관할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이후 유가족들이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7월경 4·16가족협의회에서, ‘교실을 있는 그 자리에 보존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 안이 유가족들의 입장이 됐다.

 

 결국 이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가 다시 구성됐다. 유가족, 생존학생 대표, 학교, 교육청 인사로 구성된 ‘단원고 대책 특별위원회’가 8월 26일, 9월 4일, 16일에 걸쳐 세 차례 열리게 됐다. 여기서 유가족 측은 교실을 존치하되 학습공간을 증축하자는 입장을 제시했고, 학교 운영위원회 측은 교실을 모두 치우는 입장을 제시했다.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마지막 회의가 결렬된 이후 단원고 대책 특별위원회는 열리고 있지 않다.

 

 유가족 측에서 처음 제시한 안은 10월 안으로 학습공간을 증축하는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교실 철거를 주장하는 측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른 학습공간을 증축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최경덕 씨는 이에 대해서 “명예졸업 이후 교실을 치우려는 정치적인 의도”라며 비판했다. 이대로는 학습공간을 확보하려는 측과 공간을 보전하려는 측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교실을 둘러싼 문제는 지역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다. 세월호 참사의 주된 피해지역인 고잔동, 와동, 선부동의 공동체 재건을 위한 안산시 산하기구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의 김도훈 단장은 “(지역공동체) 내부에서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 존치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안산 지역사회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청의 미비한 대응이 갈등을 심화시켜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3조에 의하면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은 단원고의 시설, 설비 등 교육환경에 대한 지원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교실과 관련한 문제에서 교육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청은 작년 11월, 이재정 교육감이 ‘명예졸업 시까지 교실을 존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외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바가 없다. 작년 협의과정에 2학년 재학생(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로 참여했던 장동원 씨는 “합의 사항 없이 논의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 물품이 옮겨질 다목적 체육관의 완공시기나 어떤 물품들을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회복지원단 소통협력지원팀 김미정 주무관은 “체육관 완공시기를 2018년 2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다목적 체육관 건립이 지연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토지주가 매입 가격을 많이 원해서 계속 협의하는 과정”이며 “다른 행정적인 절차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가 교육청의 입장에 합의한 상황이 아니며, 특히 명예졸업이 이뤄지는 내년 1월부터 체육관 완공 시기인 2018년 2월까지 교실의 물건들을 어디에 보관할 지에 대해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교육청은 “갈등을 최소화 시키고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청은 교실을 현장에 보존하는 방안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교육청 측은 “작년부터 교육청의 입장은 명예졸업 후, 교실을 비우는 것이었다, 작년 말의 논의 결과에 대해서 (유가족 측과) 서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22일에 교육청은 교실을 비우고, 그 물품을 학교 인근 부지 에 건립될 ‘4·16 민주시민교육원’(가칭)에 옮기겠다는 새로운 안을 4·16가족협의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4·16 민주시민교육원’ 역시 2018년 이후에 완공될 계획으로, 이 안에 따르면 교실 안의 물건들은 그동안 안산 교육지원청 별관에 보관된다. 교실의 현장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안이다. 교육청 측은 교실 방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지만, 과연 지금의 교실과 동일하게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청, 교실 보존의 필요성 인지하고 중재 위해 노력해야

 

 우리 사회는 그동안 대형참사의 현장을 ‘부끄러운 곳’, ‘빨리 잊어야 할 곳’ 등으로 인식해왔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대구시가 보인 태도 역시 이와 같았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전재영 사무국장은 “우리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중앙로역을 군 병력과 지하철공사 직원 등을 동원해 청소했다. 사고가 난 지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청소되기 전의 중앙로역에는 시민들이 실종자들에게 쓴 편지나 꽃 등이 있었고,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들의 유해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대구시는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데,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대구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돼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재 중앙로역에 남아있는 참사의 흔적은 지하 2층 벽면의 일부뿐이다. 벽면은 참사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민들의 통행로와 분리돼있다가 최근에 추모시설로 재단장됐다. 전 사무국장은 “이 벽을 보존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추모벽을 어느 방식으로 보존할지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유가족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실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김익한 교수는 우선 “신축 교사를 작년부터 준비했다면 학부모들의 불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청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교실을 없애고 그 교실에서 입시 교육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사고로 떠난 선배들이 사용하던 공간이 후배들의 일상적인 교육의 공간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현정 교수는 “이재정 교육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청에서) 교실을 존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육청이 어떻게 교실을 비우고 ‘정상화’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교육공간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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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덕 씨는 “이 문제는 당사자 간의 토론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박나연 사진기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명예졸업식은 다가오는데 공간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양측의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단원고의 한 학년 정원은 300명으로, 12월 중순 경 일반고 원서접수가 끝날 때까지 대책을 찾지 못하면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교육청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세 차례의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단원고 대책 특별위원회’를 통해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교육청 관계자는 “당장 같은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다, 현재 따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과 당사자의 일대일 소통은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최경덕 씨는 “이 문제는 당사자 간의 토론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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