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통법’ 그 후, 한국의 음란물 규제에 대해 묻다

김가연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전례 없는 반향이 일었다.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일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속칭 ‘딸통법’의 시행 때문이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웹하드 및 P2P 사이트 사업자들은 보다 철저하게 사이트에 업로드되는 음란물을 차단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시 처벌받게 된다. 

 또 4월 28일에는 국내 최대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가 불법 사이트로 분류되어 차단돼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단속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심위)가 해당 사이트에 게재된 일부 만화의 음란성을 문제 삼으며 일어난 일이다.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차단은 철회되었지만 이 사태로 레진코믹스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항간의 화제가 되었다.

 비록 음란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표면으로 드러났지만 이 두 사건은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검열’이라는 중요한, 그리고 논쟁적인 화두를 던진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와 자유로운 콘텐츠 소비에 제약를 부과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적 권리 보장과 상충하는 측면을 가지기 때문이다. <서울대저널>은 인터넷의 자유·개방·공유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를 만나 딸통법과 레진코믹스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한국의 음란물 규제 현실에 대해 물었다.

‘음란물’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음란물을 차단해야 할 법적 근거가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음란물의 개념에 대해 혼동하는데 음란물은 그 자체가 법적 개념이다. 음란물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성표현물과 성인물이 있다. 흔히 ‘야동’이라 불리는 포르노, 즉 성표현물은 음란물을 포괄하는 넓은 범주다. 성표현물 중에는 성인들에 한해 합법적인 성인물과 성인들에게도 금지된 음란물이 있다. 즉 성인물은 청소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지만 성인들은 봐도 되는 ‘19금’ 자료를 의미하는 반면 음란물은 성인들도 봐서는 안 되는 불법 자료인 것이다.

음란물과 성인물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음란물에 대한 판단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음란물과 성인물의 구분은 결국 법적 판단이기 때문에 판례를 참고해야 한다. 1998년에 헌법재판소가 내린 ‘음란’의 정의는 “인간 존엄 또는 인간성을 왜곡하는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아무런 문학적·예술적·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이다. 최신 판례 또한 이와 비슷한 의미로 음란을 규정하고 있다.

 음란물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음란물을 판단하는 것은 법관이 해야 하는 일이다. 아동 포르노, 강간 영상 등 불법성이 명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이 음란물을 판단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음란물 판단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법원에서도 판단하기 어려운 음란물을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행정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음란물 판단에 사용하는 기준은 ‘건전한 통신 윤리 함양’이다. 도덕적인 잣대를 통해 불법 정보를 걸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음란의 범위는 좁게 보아야 하나?

 음란물 규제는 현존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풍속과 성도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이기 때문에 특수한 측면을 가진다. 어떤 도덕적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란의 범위는 좁게 보는 것이 맞다. 과거의 판례에서는 그 범위가 넓었다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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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한국의 음란물 규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대현 사진기자

4월 16일 강화된 음란물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적절한 규제였다고 보는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웹하드 및 P2P 사업자들에게 음란물을 알아서 판단하여 차단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 음란물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자들에게 의무를 지운 것은 국가의 일을 떠넘긴 것과 다름없다. 결국 사업자들은 영업 취소나 벌금 조처를 피하기 위해 음란물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성표현물들을 다 차단하게 되었다. 올라오는 파일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그것이 방심위가 제시하는 음란물의 기준을 벗어나는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사업자들로 하여금 불법정보임을 인식할 수 있는 조치, 즉 인터넷 필터링을 실시하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필터링을 하려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이것도 사람이 판단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이 음란물인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과정 없이는 음란물에 대한 필터링이 불가하다. 음란물을 직접 보지 않고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사업자들은 합법 정보라고 해도 모든 성표현물들을 다 걸러낼 수밖에 없다.

 딸통법의 결과로서 웹하드 및 P2P 사업자들은 이행 불가능한 의무를 지게 되었고 때문에 영업에 엄청난 지장이 발생했다. 음란물 유통을 방지하려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긴 했지만 결국 모든 성표현물의 유통이 어려워지게 됐다. 성인들의 알권리나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도 침해받게 된 상황이다.

레진코믹스 사태는 무엇이었나?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레진코믹스 사태는 한국의 음란물 규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웹툰 사이트 내에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사건이다. 가장 문제가 됐던 작품은 하즈키 카오루의 ‘H한 체험담’이었다. 섹스 장면이 나오는 일본 만화였는데, 레진코믹스에서는 국내 심의 기준에 맞춰 성기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게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기임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방심위는 이를 음란물이라고 판단했고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이다. 결국 이용자들의 반발과 사이트 성격 오인의 이유로 차단은 철회되었다. 

 레진코믹스 사태를 통해 방심위의 음란물 판단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지,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합법적인 성인 사이트들이 차단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레진코믹스가 외국 사이트였다면 사람들이 알지도 못한 채 차단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사이트였고 합법적으로 운영을 해온 데다가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상도 수상한 사이트였기 때문에 이만큼 알려지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음란물 규제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성인 콘텐츠를 방심위가 심의하여 차단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음란물의 판단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법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런데 방심위는 이러한 전문성이 결여된 기관이기 때문에 음란물에 대한 판단 및 규제를 담당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또한 이들이 음란물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기준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도덕과 법을 헷갈리는 오류를 내포한다. 앞서 언급했듯 방심위는 ‘건전한 통신 윤리 함양’이라는 기준으로 음란물을 걸러낸다. 그러다 보니 판례에 의하면 합법적인 성인물임에도 방심위가 음란물로 규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들의 기준에 따르면 성인에게도 건전하지 못한 성표현물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데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성표현물이 가질 수 있는 예술적 가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H한 체험담’의 경우 일본 내에서는 팬층도 두터울 뿐만 아니라 고유의 그림체에 대한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단순히 야한 내용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이를 음란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위원회의 구성이 주로 중년의 보수적인 남성들로 되어 있어 사회의 다양한 성인 집단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해외에서는 음란물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

 한국은 인터넷상의 정보에 대한 규제가 전반적으로 아주 심한 편에 속한다. 인터넷을 기본적으로 ‘위험한 장소’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음란물에 대한 자율 규제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이 스스로 음란물을 차단한 경우에는 면책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같이 법으로 규정해 놓고 그것을 어기면 처벌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보통 청소년들을 포르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등급제와 같은 정책은 존재하지만 한국과 같이 인터넷상에 유통되는 모든 성표현물 내지는 음란물을 차단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는 나라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음란물 규제에 있어서 한국은 중국과 별다를 바 없다.

 기본적으로 해외에는 음란물 자체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이 엄격하고 넓은 기준으로 음란물을 판단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아동 포르노와 같이 불법적 성격이 명확한 것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성표현물이 해외에선 합법적인 성인물로 인정된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개인의 판단력을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이 아닌 이상 성인이 무엇을 보는지는 본인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나서 그런 것들을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음란물 규제는 마치 성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과 같다.

현재 한국의 음란물 규제가 성인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사실인가?

 

 그렇다. 현재 한국의 음란물 규제는 성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물론 청소년들에게는 적절한 보호와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성인들에게도 방심위가 건전한 콘텐츠로 분류한 자료만을 보여주려는 것은 성인들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청소년에 대한 규제와 성인에 대한 규제는 구분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계속해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성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을 유해 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고,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말이다.

음란물에 대한 규제와 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우선 음란물에 대한 해석이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음란물은 그 개념상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할 자료이다. 그런데 불법성이 명백한 아동 포르노 또는 범죄 영상을 제외하고서는 무엇이 음란물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음란물을 규제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음란물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명백한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음란물의 규제에 있어서 성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음란물 담론에서는 ‘청소년의 보호’라는 가치를 논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 보호와 음란물 규제는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보호하듯 성인을 보호하려다가 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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