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이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서는 식당운영시간 조정을 포함한 주요 사업 및 실적에 대한 보고와 19년도 영업이익 처분안, 식대조정안 등 심의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생들과 사전 협의 없이 학식 가격을 500원 인상하려고 해 논란이 된 식대조정안은 이번 이사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채 보류됐다.
이날 열린 이사회서 드러난 생협 측의 소통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박성호(자유전공 13) 학생이사는 “이사회 회의 때마다 (생협은 본부가) 정한 결론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낀다”며 “생협은 사실상 본부가 관리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박 학생이사는 노조 측이 2019년 생협 영업이익 처분에 대한 이사회 심의 과정 중 파업으로 인해 임금이 미지급돼 당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노동자에게 지급될 영업이익의 몫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심의는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고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사회가 열린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 홀 앞에서 서울대 단과대학연석회의(연석회의)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을 중심으로 식대 인상안, 식당 운영시간 축소 등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비서공 소속으로 집회에 참석한 이시헌(자유전공 15) 씨는 “적자가 난다는 명분으로 식당운영을 축소하는 등 구성원과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대학본부가 재정을 지원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장기적으로 생협 식당을 본부가 운영하도록 하는 직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생협 이사회에는 홍기현 교육부총장 겸 생협 이사장, 정효지 학생처장 겸 생협 부이사장 등 본부 측 당연직이사 2명, 생협 FS사업본부 노근숙 본부장 등 생협 측 정책이사 2명, 서울대노조 박종석 위원장 등 직원이사 2명, 김다민(조선해양공학 16) 전 부총학생회장 등 학부생이사 4명과 대학원생 이사 1명, 농생대 임정묵 교수 등 교원이사 3명을 포함해 17명의 이사가 참석했으며 당연직 이사인 학생 부처장과 대학원생 이사 한 명은 불참했다. 다음 이사회는 내년 3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사회에 참관한 정규성(철학 17) 연석회의 의장은 “식대 인상안이 보류된 만큼 내년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전까지 학생의견을 수렴해서 생협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협 이동현(자유전공 13) 대의원과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이창수 부지부장, 본지와 SUB 기자 등 6명이 이사회 회의 참관을 신청했으나 이사회는 연석회의 의장과 대학신문 기자의 참관만을 허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