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도시를 점령했다. 지난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현재(3월 6일 0시 기준) 6,284명의 확진자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도시의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이 확인되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가하면 각종 상점·교육기관들은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휴업에 나섰다.
어느덧 빠르고 확실하게 우리의 일상 속에 침투한 코로나19.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가 남긴 도시속 흔적을 담았다.
#1. 인천공항

해외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는 입·출국을 담당하는 공항이나 항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공항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수유실을 비롯한 편의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인 만큼 선별 진료소가 운영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대비한 변화는 공항 차원에서뿐 아니라 이용객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사람들은 중국으로의 출국을 줄였다. 이는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나라로 출국하는 경우와 비교해 눈에 띄는 정도였다. 입국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편,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챙겨 코로나19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2. 서울 명동

외국관광객에게 한국의 필수관광코스이자 문화의 명소로 꼽히는 명동은 곧바로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었다. 명동 거리에는 가득했던 관광객 대신 코로나 19 선별 진료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마스크다.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졌고 상점들의 판매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 역시 마스크와 손소독제다. 몇몇 상점들은 직원 보호에 나섰다. 고객들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직원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나선 것이다.


#3. 대림 차이나타운

대림동 차이나타운도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에 걸렸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중국 동포들의 밀집 거주지역으로 중국 전통 먹거리를 파는 대림전통시장까지 자리하고 있어 서울 이색 관광명소로 꼽혔던 지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로는 ‘중국인’ 거주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인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시장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임시로 중지한 상점도 보였다.

‘선긋기’에 나선 의료 기관도 눈에 띈다. 대림중앙시장 근처에 위치한 명지성모병원은 3번째 확진환자를 격리 중이던 일산 명지병원과의 혼동을 막기 위해 병원입구에 ‘본원은 일산 명지병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안내문을 띄우기도 했다. 환자들이 감염을 걱정해 방문을 기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4. 학교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기관들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교육기관들이 휴업에 나선 것이다. 3월 2일, 교육부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모두 예년에 비해 3주 늦춰진 23일에 개학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전국 단위로 휴교령을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학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10일의 자녀돌봄휴가와 50만 원까지의 자녀돌봄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개강을 앞두고 전국의 대학들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전국 4년제 대학 91%가 개강을 1~3주 가량 연기했으며 교육부는 입국 예정인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3단계에 걸친 보호·관리 방안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위험 수준이 격상됨에 따라 대학들은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학교는 중앙도서관 본관과 관정관의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코로나19 예진실을 운영한다. 교육부가 재택수업을 권고함에 따라 서울대학교는 3월까지 대면 강의를 진행하지 않으며 사태의 추이에 따라 기한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2월 18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긴급좌담회 ‘코로나 19, 사회적 충격과 전망’을 주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질병의 네트워크적 확산, 질병 관련 국제 거버넌스,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와 언론의 역할, 중국 경제 여파 등의 이슈가 논의됐다.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인지적 해석 프레임은 세상을 이해하는 틀에 머물지 않고 혐오·경멸 등의 정서를 만들어낸다”며 언론의 책임감 있는 보도를 강조 했다. 이현정 교수(인류학과)는 “혐오는 보균자들이 스스로를 감출 수 있는 위험을 키울 뿐”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혐오프레임이나 면피적 태도보다는 국경을 넘어선 시민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네 달,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단순한 감염병을 넘어 코로나19에 의해 우리의 일상과 도시의 풍경 자체가 바뀌고 있다.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가시화한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돌이켜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