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키워드

  올해의 키워드에도 BTS는 빠질 수 없을 듯합니다. 이들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인먼트가 올 상반기 올린 매출은 약 2,001억 원. 반년 만에 지난해의 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고무된 시장이 평가한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1조 원에 달할 정도니, 올해는 투자자들에게 성공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번 커버를 준비한 기자들은 아이돌 산업의 성공이 아닌, 성공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자 했습니다. 기자들은 ‘연습생 힘들 거 알고 시작했잖아’, ‘고위험 고수익, 몰라?’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취재가 어려우리라 본 저는 커버가 나오지 않을까 봐 겁이 났습니다. 기자에게 “연습생을 만날 수 있을까요?” 물었습니다. “어렵겠죠” 답하던 임은지 기자는 2주 뒤 여러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인터뷰이들을 만나 증언을 들었습니다. “기사계획서란 쓴 자본 논리라는 단어, 증명할 수 있나요?” 한지우 기자는 디지털 전환을 앞둔 2000년대 초부터의 대중음악 산업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자들이 찾아간 세상엔 기업가치로는 환산되지 않는 감정노동과 불공정 계약, 위계구조가 있었습니다.

  기사의 발간이 곧 기사의 성공은 아니겠지요. 故최진리와 故구하라. 그 이름 앞에 우리의 비판은 너무나 가볍고 무딥니다. 이 한계는 쉽게 긍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누군가 이번 호를 읽는다면 아이돌 산업이 올해 거둔 성공뿐 아니라, 절박한 실패를 기억하는 데 기사가 도움되긴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아이돌로 제조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 자본의 몫이라면, 그들 역시 사람이란 기억을 나누는 일은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서울대저널>에도 늘 키워드는 존재해 왔습니다. 10년 전에도 이번 학기에도 그것은 노동, 인권, 환경이고, 장애, 소수자, 여성, 민주주의였습니다. 그 단어들은 우리 주변에 변하지 않는 무게로 남아있습니다. 저널에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그 단어들이 낡지 않도록 늘 새롭게 써나가는 일이겠지요. 이는 오랜만에 ‘특집’ 코너를 되살리며 다시 한번 학내 장애 인권을 얘기한 학원부 기자들의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로 다루는 이동권과 학습권 등의 기본권은 분명 반복되온 문제의식입니다. 독하게 반복됐으나, 온전히 해결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 반복은 시대의 정체(停滯)이지, 기자들이 갖는 문제의식의 정체는 아닐 것입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저널을 떠납니다. 그간 저널의 기자들에게 늘 배우는 입장이었고, 이는 편집장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떠날 때의 아쉬움은 저를 향할 뿐이고, 남은 기자들에겐 감사함 뿐입니다. 독자들께서 저널의 존재를 지켜주시는 한, 이들은 저널의 존재 의의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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