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죽은 이슈’. 전문연 취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전문연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했다. 수많은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 없어선 안 될 존재였고 과학기술 발전과 중소기업 인력 충원의 큰 축이 었다. 논란 끝에 제도가 존속된 지금,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여전히 찝찝함은 남았다. 쉽게 잡히지 않는 문제가 남았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개인을 부당하게 착취한다는 문제의식을 마주했다. 그러나 전문연보다 사회복무요원에 더 잘 들어맞는 문제의식이었다. 업무 강도, 방식, 시간, 임금 등등……. 사회복무요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기삿거리였다.
전문연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한 큐’에 해결해 버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문연의 존속 근거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징병제라는 구조는 타파 대상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체로 불안정했다. 언제까지 징병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인구절벽의 상황이라면서.
생각보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뷰이는 없었다. 대다수는 전문연이 존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해 과학기술계와 중소기업들을 비롯한 산업계는 똘똘 뭉쳐있었다.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징병제가 사라지는 시기에 과연 전문연은 주요한 의제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고 답을 내렸다.
맞다. 쓸데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징병제가 없어지는 건 먼 미래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리 고민해야 한다면 그건 <서울대저널>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사를 썼다. 같이 고민하고 취재해 준 홍서현, 이슬하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부디 우리의 고민이 불필요한 것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