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다가 글과 사람이 참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내 글보다도 백 배쯤 시끄럽고 또 촘촘하지 못한 사람이다. 나의 덤벙댐이 기사에서 드러날까 항상 불안했다. 기사는 왜 이렇게 익숙해지지도 않는지, 마감기간마다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시간이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더 긴 것 같다. 내 생각에도, 글에도 자신이 없는 내가 기사에서 기댈 곳은 취재와 인터뷰를 도와주시는 취재원분들뿐이다.
취재를 하면 ‘저희 문제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취재를 요청하고 부탁을 드리는 입장인데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문득문득 내가 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맞긴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계 문제를 취재하면서는 ‘돈이 없는 업계여서, 파이가 작아서 어쩔 수 없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취재를 요청드린 분들 중에 사용자 집단은 없었는데도 그랬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나도 헷갈렸다. 정말 그런 건가. 어쩔 수 없는 걸까?
일리가 있을 수도 있다. 책보다 재밌는 게 이 세상엔 너무 많고,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고, 출판은 사장 산업이고… 그렇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이미 없어지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작가에게 줄 원고료가 없어서 묵은쌀로 대신하고, 문예지 사정이 어려우니 원고료 대신 문예지 정기구독권을 드릴게요, 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업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무슨 이유로 몇십 년이 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말 뒤에 붙던 말이 떠올랐다. “저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들 다른 업계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그냥 그런 일이 있을 뿐인 거죠.” 그제서야 이유를 알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갔다. 알고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모르고 있다면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 일은 원래 내가 제일 늦게 아는 법이니까. 내 글에 확신이 있냐 묻는다면 여전히 쉽게 그렇다 할 자신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잘 전할 수 있을지, 내가 혹시 잘못된 말을 전하는 건 아닐지, 아직도 답을 모르는 채로 매번 긴장한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문제를 발견하는 일, 그에 관심을 가지는 일, 문제를 알리는 일. 이것이 기자의 역할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