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선본) ‘파랑’이 사퇴했다. 파랑 선본의 인권팀장이자 인문대 전 학생회장을 역임한 이수빈(인문 17) 씨가 연루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된 지 하루만이다. 파랑의 선본장이던 신재용(체육교육 13) 씨 역시 이런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수빈 씨를 인선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파랑 선본 측이 게시한 입장문에 따르면 4월 7일, 피해호소인은 최하영(언어 18) 부후보를 통해 ‘이수빈 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고, 이후 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으나 이를 어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피해호소인은 ‘선본장 신재용 씨 역시 그러한 과거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수빈 씨를 선본원으로 기용했다’면서 이수빈 씨와 신재용 씨의 책임을 물었다. 이후 논의를 거쳐 피해호소인과 선본 측은 가해자 및 선본장 사퇴, 후보단 사과문 대중 공개라는 해결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파랑 선본 측은 어제(9일) 사과문을 내고 ‘잘못된 선본원 인선과 이후 해결 방향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에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며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사과문 끝에 쓰인 ‘물론 어떤 잘못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중의 비현실적인 요구가, 그동안 선거와 학생회를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과 비전의 자리가 아니라, 상대방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인지 몰아붙이는 자리가 되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문제 제기 자체가 선본과 학생회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학생사회에는 학생도, 미래도, 희망도 없을 것입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선본 측은 서둘러 이를 삭제하고 ‘글 작성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며 재차 사과 입장을 밝혔다.
오늘(10일) 홍류서연(사회 17) 씨를 비롯한 총학생회원 12명은 파랑의 입장문에 대해 ‘그 자체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 가해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은 개선요구를 하지 못하는 학생사회에는 학생이, 미래가, 희망이 있냐’며 연서명에 나섰다. 결국 파랑 선본 측은 9시 35분 ‘논의를 통해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고 동시에 제62대 총학생회 보궐선거 역시 무산됐다.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공동정책간담회 등 선거 일정 역시 모두 취소됐다. 총학생회 선거는 2020년 2학기 중 치러질 예정이며, 그 전까지 총학생회는 연석회의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