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오전 11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의 규제를 촉구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에브리타임의 차별금지협약 체결 ▲혐오표현 심의 기준 마련 ▲언어적 차별과 폭력에 대한 사회적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유니브페미는 “온라인상 혐오표현이 멈추지 않는 사회에선 사이버불링과 대학 단톡방 성희롱, 디지털 성착취 모두 근절될 수 없다”며 혐오표현이 없는 평등한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니브페미 측은 지난 5월 ‘F5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약 세 달 간 20여 개 대학의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들을 수집했다.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에서 삭제되지 않은 혐오성 게시물 550개 중 절반이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비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벌주의와 지역차별, 장애인·청소년 혐오 표현 역시 빈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유니브페미 ‘F5 프로젝트’ 법률팀 승연 씨는 “소수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더 많은 목소리를 공론장으로 이끌어오기 위해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니브페미의 요구는)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의 혐오표현 규제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예정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혐오발언을 모두 규제할 순 없다”며 “무엇이 혐오표현인지 정의하고 그에 단호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 이후엔 에브리타임 내 혐오발언이 쓰인 현수막 위에 스프레이로 ‘F5(새로고침)’를 새기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에브리타임에 판치는 혐오들에 새로고침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해당 현수막에는 유니브페미가 수집한 자료 중 블라인드 처리한 발언들이 실렸다.

유니브페미는 그간 수집한 혐오표현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했다. 게시물의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아 법적 고발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불가능해서다. 에브리타임 내 게시물은 익명으로 작성돼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할 수 없다.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혐오성 게시물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더라도 신고가 가능하다.
앞서 유니브페미는 지난 4월 7일 에브리타임 측에 n번방 2차가해 및 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신고 및 삭제 시스템과 윤리규정 마련을 요구한 바 있으나, 에브리타임 측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니브페미는 8월 중 기획포럼 ‘온라인, 백래시, 혐오표현’을 개최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