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 이랬으니 괜찮다?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생 인건비·장학금 갈취 규탄 기자회견 열려

지난 21일 낮 12시 30분 행정관(60동) 앞에서 서어서문학과(서문과)의 회계 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문대 학생회 봉혜언(철학 19) 인권국장은 “이토록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자행돼온 인건비, 장학금 갈취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돼왔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며 “갈취가 관행이 될 수 있게 만든 근본적인 문화와 구조를 변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서문과 대학원 졸업생들의 증언도 전해졌다. 졸업생 김실비아 씨는 입장문을 통해 “재외동포재단에서 받아야 했던 돈을 서문과에 뺏긴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2014년 2학기에 서문과는 재외동포재단에서 학생 1명당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김 씨에 따르면 서문과는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다른 학과를 통해 지원금의 존재를 알게 된 김 씨가 학과에 항의하자 서문과는 1인당 15만 원씩만을 도서상품권의 형태로 지급했다. 익명의 한 졸업생은 자신이 해외에서 유학하는 동안 작년에 해임된 A교수가 자신의 인건비를 대신 받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내에 없는 학생의 이름을 허위로 기재해 인건비를 대리 수령한 것이다.

서문과의 회계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상근감사실의 특정감사 결과, 서문과 교수들은 2014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대학원생 몫으로 주어진 인건비와 장학금 중 약 8,700만 원을 회수해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약 3,200만 원은 교수 두 명의 증권투자계좌로 옮겨졌으며, 4,000만 원은 서문과 A교수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된 지난해 교수들 개인 명의로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에 기부됐다. 심지어 교수들은 이 돈으로 술자리 비용을 충당하고 와인을 구입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감사팀의 특정감사 결과,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BK21플러스 참여 대학원생에게 지급되는 연구장학금 중 4,900여만 원 이상을 회수한 사실 역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문과 교수들은 ‘일괄 관리금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일’이라고 해명했다.

서문과 교수들이 갈취한 인건비와 장학금의 총액은 현재 알려진 것만 1억 3,000만 원이 넘지만,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는 일부 사안의 징계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해당 교수들에게 감봉과 견책 등의 경징계만을 내렸다. 이에 인문대 학생회는 지난 16일 징계위원회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며 서문과와 본부 측에 ▲학과 내부 문화 개선 ▲대학본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감사가 진행되지 않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에 대한 조사와 피해 대학원생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다. 대학원 총학생회 역시 HK 사업에서의 인건비 부당 회수 여부 등 추가 비위 사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현장스케치] 권력형 성폭력 OUT 서울대인 긴급행동

Next Post

본부는 ‘사소하지 않은 죽음’에 책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