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는 ‘사소하지 않은 죽음’에 책임져라

302동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 공동집회 열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행정관(60동) 앞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도보를 가득 메웠다. 지난 10일 월요일, 제2공학관(302동) 청소노동자의 사망 1주기를 기리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위한 노동자 학생 공동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관악중앙몸짓패 ‘골패’의 추모 공연도 펼쳐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학본부에 ▲재난 상황의 고통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청소·경비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할 것 ▲기계·전기 노동자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할 것 ▲생협 직영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집회는 고인의 동료였던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일반노조) 서울대 시설분회 오순자 사무차장의 추모 편지 낭독으로 시작됐다. 오 사무차장은 “사소하지 않은 죽음. 이 죽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던 저희들은 어느덧 시간의 흐름 속에 한 점으로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임민형 분회장은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인을 고통스러운 죽음의 길목에 방치했던 대학본부를 비판했다. 임 분회장은 “추모란 ‘고인과 함께했던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그리워하고 잊지 않음’”이지만 폭염 속에서 고인을 보내야 했던 기억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죽음에 이르게 한 환경을 방치하고도 ‘고인이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언급을 하는 학교 측의 비인간적인 처사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비정규직없는 서울대만들기 공동행동 양진영 학생대표는 기본적인 휴게공간도 마련되지 못한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이는 “대학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필수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교수 연구실이나 학생 휴게실과 달리 노동자들의 휴게실은 건물 설계의 고려 지점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 학생대표는 코로나 19로 인해 생협 매출의 적자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의 생계를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학외 단체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기획팀장은 “2019년 202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돌아가셨다”며 작년 한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를 언급했다. 이어 정 기획팀장은 작년 여름 302동에서 사망한 고인의 죽음이 정부의 중대재해 조치현황 기록에 “비고 개인지병”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자의 죽음은 한 노동자에게 닥친 불행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며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회적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던 작년 8월 9일, 302동의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던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고인의 사망을 통해 1평 남짓의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던 현실이 드러났다. 대학본부는 단계적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기계·전기 노동자를 비롯한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방치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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