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문과 교수들, 감사·징계·고발에도 학생들에게 엉터리 변명만

“예외적 경우” 핑계로 관행 정당화 시도

  대학원생의 인건비와 장학금을 갈취해 최근 검찰에 고발된 서어서문학과(서문과) 교수진이 학내외 비판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어제(26일) 서문과 교수들은 학과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서어서문학과 학생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감사에서 밝혀진 대로 학과에서 공동 관리금을 운영한 것은 사실이며, 이 점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공동 관리금을 운영한 것은) 학과 및 학생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학과 구성원 간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고,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였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호도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들은 ‘대학원생 몫으로 주어진 돈으로 교수들이 와인을 구매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교수들은 “한동안 60여 명 정도가 참석하는 교수·강사·대학원생 송년모임을 열었는데, 행사 장소인 호암교수회관의 와인 단가가 높아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와인을 구입한 것이며, (언론 보도와 달리) 감사 과정에서 소명한 대로 회수금을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교수들이 회수금을 사용해 와인을 구매한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서울대저널>이 입수한 ‘2017년 2월 23일 서문과 교수회의록’을 보면, ‘학과 자체 운영비’라고 돼 있는 공동 관리금의 주요 지출 내역에 ‘12월 와인 30병 구매 : 47만 원’이라고 적혀있다.

▲2017년 2월 23일 서문과 교수회의록 중 일부. 2016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의 학과 회계 보고가 기재돼있다.

교수들은 “학과 재정 문제에 포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2019년 발전기금에 ‘서어서문학과 교수 장학금’을 조성해 지금까지 3천만 원 이상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생략된 사실이 있다. 서울대 감사 당시 교수들은, 회계 비리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해당 공동관리금에서 교수 1인당 500만 원씩 빼내 총 4천만 원을 서문과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하고 이를 통해 연말정산에서 혜택까지 봤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서문과 교수들은 서울대 감사 당시 공동관리금 조성은 오래된 관행이었다고 진술했으나 이번 입장문에선 “공동관리금 운영은 특정한 시기에 장학금이나 정부지원사업 등이 크게 늘고 대학원생 규모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문과 김 모 교수에 따르면 입장문의 ‘예외적 경우’란 정부지원사업인 BK플러스와 GSI 등 각종 학내 장학금이 공존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서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공동관리금을 조성한 사실이 용인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예외적인 경우’라는 표현은 공동관리금 조성이 수년간 이어진 관행이었다는 사실을 덮어버릴 우려가 있다.

한편 서문과 교수진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 동안 진행된 학교의 특정감사로 문제가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결과는 경징계에 그쳤다. 이에 지난 21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등은 서문과 교수진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입장문 전문]

서어서문학과 학생 여러분!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새 학기를 앞두고 우리 서어서문학과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려 무엇보다 학생 여러분에게 송구한 마음입니다.

  보도 내용과 같이 서어서문학과는 작년 11월부터 한 달여 동안 학교의 특정감사를 받았고, 지난달 학교로부터 학과 교수들이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감사에서 밝혀진 대로, 학과에서 공동 관리금을 운영한 것은 사실이며, 이 점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 학과는 정부지원 사업 선정, 교내 강의연구지원장학금(GSI) 신설 등으로 대학원생 규모에 비해 갑자기 장학금이 풍족해져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등록금에 더해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학금의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고 형평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매우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일한 판단으로 공동 관리금을 운용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학술 및 교육 관련 행사나 사업을 지원하여 학과 및 학생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대학원생과 교·강사가 함께하는 대학원교외교육, 개강 및 종강모임 등을 지원하여 학과 구성원 간 교류활성화를 도모하고, 정부지원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였습니다. 회수금은 원칙적으로 학생들과 관련된 학과 공식 행사에 한해 집행되었으며, 대학원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학부생들을 위해 교외 교육, 개강, 종강 모임, 동아리 활동, 원어연극제 등 비교과활동도 일부 지원하였습니다.

  소규모 행사나 학과 비품 구입 등에는 회수금이 아닌, 학과에서 개발한 교재의 인세 수입을 활용하였습니다. 일부 회수금이 학과 개강모임이나 종강모임 등의 행사에 사용된 것은 사실이나,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학생들의 인건비나 장학금으로 교수들이 회식을 했다는 주장은 과장되었습니다. 학과의 다양한 행사에서 사용되는 예산이 학과 법인회계, 정부지원사업, 교수 개인 연구과제, 인문대학의 소규모학생지도비, 교수 사비 등 다양한 형태로 집행된다는 사실이 간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와인 구매와 관련된 보도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한동안 대략 60명 정도가 참석하는 교강사, 대학원생 송년모임을 열었는데, 행사 장소인 호암교수회관의 와인 단가가 높아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와인을 구입한 것이며, 감사과정에서 소명한 대로 회수금을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언론 보도에 술 문화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다른 학과들에 비해 공식행사의 뒤풀이 형태로 크고 작은 모임을 빈번하게 가져온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한때 학부나 대학원 개강, 종강 모임에 구성원의 80-90%가 참석할 정도로 구성원 간 소통이 활발한 학과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과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수년 전부터 불요불급한 행사나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왔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공동 관리금으로 교수들이 주식 투자를 하였다는 보도가 있으나 이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2016년 개설했던 학과 교수 명의의 MMF 통장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공동 관리금 담당자였던 서무 조교 임기가 종료되어 신임 조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공동 관리금 액수가 커 담당자의 부담 경감 차원에서 별도 계좌를 개설한 바 있습니다. 전현 학과장, 전현 서무조교가 함께 은행을 방문하여 창구직원의 권유에 따라 해당 상품을 개설하였고, 통장은 조교가 보관하였으며 관리기간 중 입출금 내역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공동 관리금 운영은 특정한 시기에 장학금이나 정부지원사업 등이 크게 늘고 대학원생 규모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장학금이나 인건비의 성격과 자격요건 등이 서로 달라 장학금이 풍부한 소규모 학과로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무조교의 관리 하에 투명한 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효율성을 앞세운 이러한 관행의 심각한 문제점을 깨닫고 BK사업은 5년 전에, 여타 장학금과 보조금은 2년 전에 정상화하였고,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탈법도 없이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왔습니다. 또한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교수들은 법인회계에 전용 금액을 변제하였습니다. 이와 별도로 학과 재정 문제에 포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2019년 발전기금에 ‘서어서문학과 교수 장학금’을 조성하여 지금까지 3천만원 이상 조성하였으며, 앞으로도 장학금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학과 교수들의 잘못으로 학생 여러분이 상처를 받고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 면목이 없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고발이 된 만큼 사법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업이나 학과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2년여 동안 학과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자 자리에서 인내해주시고, 애정과 믿음을 버리지 않아주신 학생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학과가 다시 활기 넘치는 학문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8월 26일

서어서문학과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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