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오후 9시 20분에 2020 하반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의는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 Zoom(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선 2020 상반기 정기 전학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폐회하며 논의되지 못한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규정 신설 및 관련 총학생회칙·세칙 개정안 ▲총학생회 선거 관련 총학생회칙 개정 및 선거시행세칙 전면개정안 ▲중앙집행위원회 속기 및 디자인 수고비 지급안이 다뤄졌다. 두 번째 안건 ▲총학생회 선거 관련 총학생회칙 개정 및 선거시행세칙 전면개정안이 수정안으로 인준되고 나머지는 부결됐다.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는 비대면으로 처음 진행된 지난 상반기 전학대회를 참고해 비대면 회의 매뉴얼까지 준비했으나 이번 회의도 순탄치 않았다. 줌 소회의실에 접속한 대의원 인원수와 표결이 진행되는 카카오톡 톡방 인원수가 일치하지 않아 회의 진행 규칙에 대한 표결이 두 차례 중단됐다.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의원들은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여야 했지만 카메라를 켜지 않거나 참석한 자신의 모습을 캡쳐한 사진을 띄워놓는 등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첫 번째 논의 및 의결안건으로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규정 신설 및 관련 총학생회칙·세칙 개정안이 다뤄졌다. 이는 제61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내일’이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서 자행한 여론 조작 사건 등 총학생회 공직자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성찰과 대책 마련 차원에서 발의됐다. 윤리규정에 따르면 총학생회 공직자의 선택에 따라 커뮤니티 계정 정보를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규정 감사위원회에 신탁할 수 있다. 해당 공직자가 본 규정을 위반했다고 의심되면 커뮤니티 계정을 조사할 수 있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총운영위원회와 전학대회 의결권 박탈도 가능하다.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규정에 대해선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사회과학대학 서혜지(언론 18) 학생회장은 “학생사회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개인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반성하고 변화하는 대책이 더 근본적”이라고 지적했다. 인문대학 신귀혜(국사 17) 학생회장은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권한을 박탈하는 절차는 그 권력을 부여한 유권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리규정 신설에 반대했다.
한편, 공과대학 최대영(원자핵공학 17) 학생회장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비교했을 때 총학생회 공직자가 계정 정보를 신탁하지 않았어도 본 신설안의 존재 자체만으로 공직자의 윤리 의식을 제고할 수 있다”며 찬성발언을 남겼다. 이어 중집 박시현(경영 19) 인권연대국장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는 성적 지향, 정신건강 등 소수자성이 드러나는 게시물도 작성할 수 있는데 공직자가 계정 정보 제출을 거부하면 대중의 압력에 의해 불이익이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인권침해의 소지를 짚었다. 그는 “소수자성에 대한 인권침해의 구도가 손익계산의 구도로 다뤄져선 안 된다”며 단순히 순기능과 역기능을 비교해서 윤리규정 신설안을 논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은 찬성 20표, 반대 60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발제자인 중집 회칙개정TF의 임채현(전기·정보공학 17) TF장은 다음 전학대회에서 수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총학생회 선거 관련 총학생회칙 개정 및 선거시행세칙 전면개정안이 다뤄졌다. 본 개정안은 제61대와 제62대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발견된 선거시행세칙의 흠결을 개선하고자 발의됐다. 해석이 애매한 조항을 정리하고 부족한 세칙을 보강하는 등의 수정을 거쳤다. 개정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를 없애는 대신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초빙위원회(선관위 초빙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김현지(자유전공 18) 의장이 변경의 이유를 묻자, 발제자인 중집 회칙개정TF 민혁(식품·동물생명공학 19) TF장은 “기존에 애매하던 중선관위의 역할 중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꾸리는 역할만 선관위 초빙위원회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은 선관위에 넘겨 선관위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했다”고 답했다. 오타가 발견되며 1/5 이상의 찬성과 함께 수정안이 발의됐고, 해당 안건은 찬성 75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마지막으로 중앙집행위원회 속기 및 디자인 수고비 지급안이 다뤄졌다. 학생회 운영을 위해 제공되던 근로장학금 지급이 2019년 이후 중단되자, 근로장학금을 받아 제공되던 속기 및 디자인 수고비의 재원 마련을 위해 학생회비를 사용하겠다는 안건이었다. 발제자인 중앙집행위원회 손태준(전기·정보공학 18) 중앙집행위원장은 “속기비는 평균 100만 원, 디자인비는 45~60만 원이 매년 집행된다”며 예산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재정운영세칙 위반의 여지가 있고 학생회의 자율적 운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해당 안건은 찬성 16표, 반대 32표, 기권 25표로 부결됐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0 하반기 임시 전학대회는 대의원들의 출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정족수 미달 문제로 유회 상태를 거치는 등의 혼란이 있었지만, 발의된 3개의 논의 및 의결안건을 모두 다룬 후 오전 3시경 폐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