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과 대학원 재학생 입장문 논란

피해 호소하는 졸업생들과 입장 엇갈려

지난 목요일(17일) 서어서문학과(서문과) 대학원 재학생 17명 중 15명이 “서문과 장학금 공동관리 문제와 탈법적 회계 및 행정 문제가 불거진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문과 사태에 대해 재학생들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학생들이 오랜 침묵을 깬 배경엔 그동안의 문제제기가 특정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이라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문제가 되는 시기에 학교를 다닌 졸업생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졸업생 A 씨는 “학과 내에서는 교수들에 의해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러한 정보를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과의 비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재학생들의 문제제기를 비판했다.

재학생들은 이번 입장문에서 대학원생 몫의 장학금을 회수해 공동으로 관리한 학과의 관행을 “명백한 탈법 행위이며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학과 차원의 노력으로 현재는 모든 관행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교수 개개인에 대한 징계나 처벌보다도 장학금 운용을 포함한 제반 학과 운영이 교수진의 양심이나 자의에 의해서만 설계되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고안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입장 표명에 참여한 재학생 상당수는 학과 운영이 정상화된 이후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재학생들은 서문과 사태의 공론화 과정에서 ‘당사자’인 자신들의 입장이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7월 21일 인문대 학생회가 주최한 ‘서문과 대학원생 인건비·장학금 갈취 규탄 기자회견’을 문제 삼았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서문과 대학원 재학생 중 누구도 이 기자회견 소식을 사전에 접하지 못했다. 또한 지난달 21일 인문대 학생회가 교수진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재학생들의 의견은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재학생들은 “과연 그들이 원하는 ‘정의’나 ‘대학원생 인권’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명분을 위해서라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인문대 신귀혜(국사 17) 학생회장은 “해당 기자회견은 언론에 최초로 문제제기를 한 서문과 대학원 졸업생들과 인문대 (학생회) 집행부가 함께 준비해 단과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 학생회장은 “기자회견 진행 전 서문과 대학원 재학생 모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당시 서문과 대학원생 전체를 대표해 해당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주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재학생들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응 과정에서 재학생들과 협의할 경우 피해자와 증인들에 대한 추가 피해가 우려됐다는 것이 신 학생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신 학생회장은 재학생들의 주장과 달리 인문대 학생회는 ‘서문과 대학원생’의 이름이 아닌 ‘인문대 학생회’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내용을 제목에 담기 위해 ‘서문과 대학원생’이라는 표현이 웹자보와 현수막에 들어갔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신귀혜 학생회장은 이 사건의 진정한 ‘당사자’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문과 교수진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대학원생은 재학생들이 아니라, 과거에 피해를 입고 현재는 학교를 떠난 졸업생들이라는 것이다. 신 학생회장은 “지금의 재학생만이 ‘당사자’라고 이야기하는 성명서는 과거에 해당 사건을 겪은 여러 대학원생들의 피해와 상처에 대한 망각과 묵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문과 대학원 졸업생들은 이번 재학생들의 입장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학교를 떠난 졸업생 박선희 씨는 ‘2015년 9월 이후로는 BK장학금을 반납하도록 강요하는 탈법 행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문의 내용을 반박했다. 박 씨는 자신이 2016년 2학기부터 세 학기 동안 BK장학금을 수혜하며 매 학기 장학금을 학과 사무실에 돈 봉투로 건네거나 직접 조교의 통장으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장학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복잡해졌을 뿐, 탈법 행위가 중단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조교를 맡은 적 있는 B 씨 역시 “교수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전달받은 조교는 ‘관행’에 따라 각 학생에게 반납할 금액을 통지했으며, 현금으로 인출해 반납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교내 강의보조 장학금의 경우 내부적인 반성이 제기돼 정상화가 이뤄졌다’는 재학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졸업생 C 씨는 2018년 2학기에 교내 장학금 운영이 정상화된 것은 교수들 스스로 반성한 결과가 아니라며 “해당 시기에 진행된 A 교수 신고와 함께 회계 비리 문제도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교수들이 회계 감사를 두려워해 그만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업생 A 씨 역시 “당시 교수들은 학생들에겐 한마디 설명도 없이 그때까지 모아놓았던 돈을 (회계 감사를 대비해) 급하게 처리하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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