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시겠습니까? 사라지겠습니까?

  9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역 뒤 만리동광장에서 시민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코로나, 폭우, 기후위기 – 우리는 살고 싶다’ 집회가 열렸다.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온라인 집회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신발을 만리동광장에 전시하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이후 노동, 농업, 보건, 동물권, 과학 등 각 사회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이 현재의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이와 연결되는 각 분야의 요구에 대해 발언했다.

  각 분야의 발언자들은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건 분야를 대표하는 ‘건강과 책임’ 이상윤 연구원은 “신종 감염병 유행의 사회생태적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도시화, 세계화, 토지이용의 변화, 육류 생산 밀도의 증가, 국가 간 여행의 증가 등인데, 이 모든 것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만 강조하며 실질적인 환경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황인철 언론팀장은 정부가 UN에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을 건의한 것에 대해 “그런 기념일을 만들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엔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빠지고 기업들이 참여할만한 사업들만 나열돼 있다”며 환경 정책의 잘못된 방향을 지적했다.

  이 날, 시민들이 보낸 1,000켤레의 신발이 만리동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 중 한 아이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작은 사이즈의 신발에는 “바꾸시겠습니까? 사라지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금 당장 닥친 기후위기의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은 사라진다는 뜻을 담은 이 문구는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하는 듯했다. 어느 때가 되면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이 질문에 지금이라도 대답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바꾸시겠습니까? 사라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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