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담소 “뭘 하든 다 쓰레기야”

이틀 동안 모아본 일상 속 포장재 쓰레기

  ‘쓰레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병과 같은 포장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1900만 톤 가운데 무려 40%가 상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재 쓰레기라고 추산했다. 우리 일상은 얼마나 많은 포장재 쓰레기를 만들고 있을까. <서울대저널> 기자들이 각자가 모은 쓰레기를 직접 들고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포장재, 편리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포장재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자원재활용법은 포장재를 “제품의 수송, 보관, 취급, 사용 등의 과정에서 제품의 가치·상태를 보호하거나 품질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의 포장에 사용된 재료나 용기”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비닐봉지나 택배상자, 유리·페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알루미늄 캔 등이 모두 포장재에 해당한다.

  2018년 이후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가 대두하자 정부는 카페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제공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통해 포장재 쓰레기 감축에 나섰다. 시민들도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해 텀블러와 다회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등 실천에 동참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찾기 어렵다. 해마다 줄곧 증가해온 택배 물동량과 배달서비스 이용량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보편화된 비대면 소비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택배 물동량은 21억 6,340만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으며, 7월 한 달 동안 배달음식 온라인 주문은 전년도 동월 대비 68.6% 늘었다. 택배 및 배달음식 포장 과정에서 더 많은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쓰레기가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배달과 포장의 편리함 때문에 쓰레기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진다.  <서울대저널> 기자 다섯 명이 이틀 동안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포장재 쓰레기를 모아봤다. 마트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음료수병, 테이크아웃 컵, 배달음식 용기, 샴푸 통 등 갖가지 종류의 포장재가 편집실의 10인용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쓰레기를 모으던 한 기자는 “뭘 하든 다 쓰레기야”라고 푸념했다.

편집실을 뒤덮은 포장재 쓰레기

원준 우선 와주셔서 감사해요(웃음). 우리가 지난 이틀 동안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포장재 쓰레기들을 모아봤는데요. 어떤 쓰레기들이 생겼는지 한번 볼까요? 일단 제가 만든 쓰레기들을 말씀드릴게요. 제가 제일 많을 것 같은데…. 어제 저녁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었더니 일회용 플라스틱 통이 잔뜩 생겼고요, 즉석밥 용기랑 음료수 캔, 플라스틱병, 일회용 커피잔, 요구르트 컵처럼 밥 먹고 군것질하면서 만든 쓰레기들이 많았어요. 또 마침 어제 스마트폰 액정 보호필름을 갈았더니 비닐이랑 종이상자, 플라스틱 틀 같은 자잘한 쓰레기들이 많이 나왔네요.

서현 저는 500㎖ 플라스틱 물병이 많이 생겼고, 즉석밥 용기랑 집에서 요리할 때 나오는 어묵, 소면 봉지가 나왔어요. 간장도 어제 한 통을 다 써서 빈 페트병이 생겼어요. 하필 어제! (웃음) 그리고 느타리버섯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도 있네요. 

소연 저는 생수 500㎖짜리랑 2L짜리를 주문해서 마시는데, 물병뿐만 아니라 물병을 묶을 때 쓰는 비닐도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제로콜라, 사이다, 커피 마시면서 플라스틱병도 나왔고, 저도 어제 마침 린스 한 통을 다 써서 빈 통이 나왔네요. 사실 요즘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니 원래보다 쓰레기가 덜 나왔는데, 시험기간엔 학식을 잘 안 먹고 편의점이나 배달음식을 이용하니까 지금보다 쓰레기가 훨씬 많이 생겨요. 쓰레기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주기가 있다면, 지금은 좀 적게 나오는 시기죠.

예솔 얼마 전에 주문한 스테인리스 볼이 어제 택배로 도착했는데요, 비닐에 싸인 볼 3개가 큰 비닐로 한 번 더 묶이고, 다시 커다란 택배 봉투에 포장된 상태였어요. 그게 다 쓰레기로 남았고요. 또 어제 치약을 하나 다 썼고, 떡볶이를 포장한 플라스틱 용기에 양념이 배서 색 빠지라고 햇볕에 널어놨어요. 

민재 저는 주로 집에서 요리를 r해서 끼니를 해결하는 편이에요. 일단 저도 느타리버섯 통이 나왔고, 어제 볶음우동을 해 먹어서 우동사리 봉지가 나왔어요. 비닐 랩도 보이는데, 요리할 때 나오는 랩이 항상 고민이에요. 제가 쓰는 인공눈물 통도 쓰레기로 나왔어요. 인공눈물은 5개씩 묶여서 비닐에 포장되고 그게 다시 상자에 들어있어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네요.

원준 이번에 쓰레기 모아보면서 생긴 쓰레기의 양이 평소랑 비교해서 어땠나요? 비슷하게 나왔나요?

예솔 저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좀 덜 나온 거예요. 쓰레기 모으는 기간에 외식을 평소보다 많이 했거든요. 원래는 하루에 두 끼씩 해 먹는데 식재료를 살 때 소분된 제품을 골라요. 일단 거기서 비닐이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그것조차도 혼자 다 못 먹어서 남으면 또 비닐에 넣고 랩에 싸서 추가로 쓰레기가 나와요. 그래서 더 고민이에요.

민재 맞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은 랩이나 비닐봉지 대신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사서 남은 식재료들 보관하고 있어요. 그렇긴 해도 1인 가구라 양이 적은 소포장 제품을 주문하니까 당연히 비닐 같은 포장재가 나오게 돼요. 저도 하루에 두 끼씩은 직접 요리를 해 먹는데, 정말 뭘 먹든 쓰레기가 나와요. 저는 예솔 기자님이랑 반대로 쓰레기 모으는 기간엔 외식을 한 번도 안 해서 쓰레기가 더 많이 나왔어요. 

일상 속 쓰레기 줄이기

원준 평소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노력들이 있나요?

민재 저는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를 줄여보려고 리필 샴푸를 쓰고 있어요. 통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만 계속 리필해서 쓸 수 있는 샴푸예요. 시중에 리필 샴푸가 많이 없긴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매장에 가면 무게 단위로 살 수 있어요. 리필 샴푸로 바꾼 뒤로는 쓰레기로 인한 부담이 확 줄었어요.

예솔 저도 최근에 올인원 샴푸바에 계속 관심이 가더라고요. 치약이나 린스 통은 다 쓰고 난 뒤 아무리 씻어도 버릴 때 안에 꼭 잔여물이 있을 거라 분리배출도 어렵고 하니까.

원준 저는 이번에 찜닭을 배달시켜 먹고 쓰레기가 잔뜩 나왔는데…. 플라스틱 통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죄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배달음식 같은 경우엔 어떻게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을까요? 

민재 저는 바깥 음식을 먹게 되면 배달 대신 다회용 밀폐용기를 들고 가서 포장해오는 편을 선택해요. 

원준 오 좋다. 밀폐용기를 들고 가면 식당에서 반응이 어때요?

민재 좀 재밌게 봐요. 분식집에 가서 김밥을 통에 담아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장님이 “어, 여기다 넣어요?” 하면서 머뭇거리시다가 넣어주시더라고요. 

서현 민재 기자님이 말한 것처럼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준비해서 받아오는 문화가 퍼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쉽지 않겠죠. 예전에 태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는데, 음식을 포장해가면서 꼭 다회용기를 이용하시는 외국인 손님이 한 분 있었어요. 그분이 오시면 주방에서 되게 낯설어하셨어요. 음식을 담은 다회용기를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서 일회용 수저랑 같이 드리니까 그분이 당황하면서 “나는 이런 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민재 장 볼 때, 과일을 사게 되면 비닐봉지에 과일 담고 봉투에 가격표 붙여서 계산하잖아요. 제가 비닐봉지 대신 따로 준비해 간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직원분이 “왜 이렇게 하냐”고 묻더니 한숨 쉬면서 바구니에 가격표를 붙여주시더라고요. 계산하시는 분도 “바코드는 어디 있어요?” 하면서 웃기게 보시고.

원준 맞아요. 아직까진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죠. 그릇 들고 가서 담아달라고 하면 민재 기자님이 겪으신 것처럼 유난 떤다 말하기도 하고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카페에서 텀블러 쓰는 건 정착이 됐는데, 다른 것도 정착되면 좋겠네요. 

소연 일회용기도 주변에 있으면 편해서 계속 쓰게 되거든요. 어쩌다가 종이컵 한 줄을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물 마시고 싶을 때 종이컵은 눈앞에 보이고 설거지하기는 귀찮으니까 빼서 쓰게 돼요. 안 쓰는 게 좋은 건 아는데, 그게 편하니까. 일회용품이 일단 눈앞에 없어야 해요.


분리배출과 재활용, 쉽지만은 않은 이유

소연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기숙사 분리수거 기준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플라스틱 통에 페트병 말고는 못 넣고, 종이 통에는 우유 팩 말고는 못 넣게 돼 있어요. 그래서 일반쓰레기 통을 보면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다 모여 있어요. 일회용 컵 같은 것은 플라스틱에 넣어야 하는지, 일반쓰레기에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원준 기숙사생으로서 공감해요. 평소에 분리배출 수칙은 잘 지키고 계신가요? 가령 종이팩이나 플라스틱은 이물질 다 제거해서 버려야 되고 스프링노트는 철사를 빼서 따로 버려야 하는데, 생각보다 수칙이 까다롭더라고요. 

서현 학교에서 분리배출하는 방법 배울 땐 플라스틱과 비닐을 구분하라는 정도로만 배웠던 기억이 나요. ‘음식물 묻은 거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는 식으로 자세하게 배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와서야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슬슬 알아가고 있는데, 그나마도 제품 포장 자체가 처음부터 분리배출하기 어렵게 나와서 지침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아요.

원준 분리하고 싶어도 어려울 때가 많죠. 샴푸 한 통 다 써서 분리배출 하려고 했는데, 일단 뚜껑을 벗겨서 내용물을 씻어내려고 하려다가 뚜껑을 도저히 분리할 수가 없어서 결국엔 다 못 씻어낸 채로 버린 기억이 나네요. 

민재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PET, PP 등등 종류가 다양한데,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종류를 섞어서 버리면 거의 재활용이 안 된다고 알고 있어요. 여기 있는 음료수병도 병은 PET인데, 뚜껑은 HDPE로 돼 있어서 따로 버려야 재활용이 되고요. 그래서 전에 한 단체에선 플라스틱 뚜껑 모아서 가져오면 치약 튜브 짜개를 증정하는 캠페인을 한 적도 있어요.

원준 재활용이든 일반쓰레기든, 버려진 포장재 쓰레기가 우리 손을 떠난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신가요?

소연 ‘분리배출해서 버리면 알아서 해주겠지?’라며 넘겨버릴 때가 많아요. 또 학교나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내가 직접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밖에 내놓으면 청소노동자 분들이 버려주시다 보니 그냥 와장창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죽어도 플라스틱은 남는다

소연 분명 비닐을 안 써도 되는데 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왜 굳이 비닐을 쓰는지가 궁금해요. 하다못해 종이를 쓰거나 다른 걸 쓸 수 있을 텐데!


민재 ‘우리가 살면서 지금까지 쓴 모든 플라스틱이 아직까지 지구상에 남아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해요. ‘내가 살면서 만들어내는 것들에 이렇게나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솔 관성인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미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 진짜 놀랐던 게, 거기는 재활용이 전혀 안 돼요. 미국 기숙사에도 재활용 안내 표시가 있긴 했는데, 룸메이트가 “어차피 재활용 망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어색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몇 개월 지내잖아요? 그새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버리게 돼요.

 
민재 스페인에서 교환학생 할 때 느꼈는데, 유럽은 제로웨이스트 매장도 많고 시민들이 다들 장바구니도 애용해요. 쓰레기를 줄이려고는 노력하는데, 우리랑 다르게 분리배출이나 재활용엔 전혀 관심이 없더라고요.

서현 저는 두 개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줄이는 게 하나고, 쓰레기를 버린 이후에 재활용을 잘하는 게 또 하나인 거죠. 스페인은 처음부터 플라스틱 포장재를 배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버린 이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고, 반대로 우리는 나름 재활용한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재활용될 테니까 안일하게 생각하고 막 쓰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처음부터 적게 버리면서 재활용도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준 우리가 평소라면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을 것들을 모아놓은 거잖아요. 이렇게 쓰레기더미가 된 편집실을 보니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굉장히 많은 포장재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둔감했던 것 같아요.

서현 우리 ‘하필이면 어제 다 썼어요’라면서 들고 온 포장 용기들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우리가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비로소 ‘하필이면’ 싶은 거고, 사실은 평소에도 그만큼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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