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는 낭만은 저물어가는 듯합니다. 사랑한다면 결혼해야 한다는 믿음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도 오늘날 많은 이들에겐 철 지난 신화가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의 결혼문화를 들여다보면 결혼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건재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호화로운 공간과 아름다운 예복, 수많은 하객들을 동원해 결혼식을 완전무결한 행사로 치러내려는 노력은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생각을 투영합니다.
결혼 당사자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결혼에 이르는 레이스를 완주해야 합니다. 상견례, 결혼사진 촬영, 예단과 예물 교환, 예식장과 예복 준비 등 특정한 코스들로 이뤄진 레이스입니다. 이 코스들은 결혼 당사자의 행동과 의향을 구속하는 지침으로서 부담을 초래하기도 하고, 신념과 충돌하기도 하며, 가족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의례의 문화적 틀을 허물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결혼문화는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보편적 관념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선택한 이들이 마주하는 ‘풀코스 웨딩’의 세계. 이번 커버스토리에선 이들의 경험과 성찰을 조명하고 그 근원에 자리한 결혼관과 가족문화를 추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