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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인수용시설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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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인수용시설 폐지하라”

장애인거주시설 희생자를 기리는 합동추모제 열려
▲테이블 위에 국화꽃, 향, 장애인거주시설 희생자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27일 오후 4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5개 장애인단체의 공동주최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선 원주귀래사랑의집(사랑의집)에서 사망한 故이광동·장성희·장성아 씨, 인천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해바라기시설)에서 사망한 故이모 씨와 故나범호 씨를 기리고 장애인의 탈시설을 촉구했다. 

▲테이블 위에 국화꽃, 향, 장애인거주시설 희생자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우동민열사 추모사업회 이원교 회장은 “장애인복지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수많은 장애인이 감금되고 죽어나갔다”며 “이 자리에서 추모하는 저분들 역시 10여 년 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故이광동 씨와 故장성희 씨는 사랑의집에서 숨진 후 사망신고나 장례도 치러지지 않은 채 냉동고에 각각 10년, 12년간 방치됐다. 이 회장은 “지금도 시설에서는 반인권적 만행으로 수많은 분이 희생된다”며 “장애인을 위한 조치는 시설 격리가 아닌 사회통합”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엔 해바라기시설에 거주하던 故이모 씨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발견된 지 약 한 달 만에 숨졌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임수철 공동대표는 “(당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지원과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인천시와 해당 시설은 파렴치한 모습만 보여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 공동대표는 “더 이상 죽게 둘 수 없다. 시설이라는 이름의 가식이 없어질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덧붙였다.

  탈시설장애인당 김진석 서울시장 후보(탈시설정책)는 과거 시설에서 생활할 때 많은 거주인의 죽음을 봤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함께 지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고 허탈하고 우울했다며  “시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떠나간 분들 앞에서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창당된 탈시설장애인당에서 활동하는 11명의 후보 중 한 명이다.

▲추모제 참가자가 국화꽃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광화문 해치마당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신아원) 긴급탈시설 촉구’ 농성이 29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아원의 거주인 114명 중 56명과 종사자 69명 중 2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거주인 전원의 긴급분산조치가 이뤄졌지만 사흘 만에 58명이 재입소됐다. 전장연은 신아원에 거주인 재입소를 즉각 중단하고 시설 밖에서 단기간 생활할 수 있도록 물적·인적 자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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