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5개 장애인단체의 공동주최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선 원주귀래사랑의집(사랑의집)에서 사망한 故이광동·장성희·장성아 씨, 인천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해바라기시설)에서 사망한 故이모 씨와 故나범호 씨를 기리고 장애인의 탈시설을 촉구했다.

우동민열사 추모사업회 이원교 회장은 “장애인복지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수많은 장애인이 감금되고 죽어나갔다”며 “이 자리에서 추모하는 저분들 역시 10여 년 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故이광동 씨와 故장성희 씨는 사랑의집에서 숨진 후 사망신고나 장례도 치러지지 않은 채 냉동고에 각각 10년, 12년간 방치됐다. 이 회장은 “지금도 시설에서는 반인권적 만행으로 수많은 분이 희생된다”며 “장애인을 위한 조치는 시설 격리가 아닌 사회통합”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엔 해바라기시설에 거주하던 故이모 씨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발견된 지 약 한 달 만에 숨졌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임수철 공동대표는 “(당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지원과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인천시와 해당 시설은 파렴치한 모습만 보여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 공동대표는 “더 이상 죽게 둘 수 없다. 시설이라는 이름의 가식이 없어질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덧붙였다.
탈시설장애인당 김진석 서울시장 후보(탈시설정책)는 과거 시설에서 생활할 때 많은 거주인의 죽음을 봤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함께 지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고 허탈하고 우울했다며 “시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떠나간 분들 앞에서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창당된 탈시설장애인당에서 활동하는 11명의 후보 중 한 명이다.

광화문 해치마당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신아원) 긴급탈시설 촉구’ 농성이 29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아원의 거주인 114명 중 56명과 종사자 69명 중 2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거주인 전원의 긴급분산조치가 이뤄졌지만 사흘 만에 58명이 재입소됐다. 전장연은 신아원에 거주인 재입소를 즉각 중단하고 시설 밖에서 단기간 생활할 수 있도록 물적·인적 자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