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모르는, 일상속의 성매매

서울대 입구, 녹두, 신림 주변의 성매매 업소를 드러내다

성매매의 ‘만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매매 관련 산업의 경제규모는 약 24조 712억 원으로 우리나라의 1차산업에 맞먹고, 성매매 종사여성 수는 최저 3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각종 통계로 드러나는 성매매 산업 구조의 거대함과 성매매 산업의 ‘창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이야기인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만 공공연히 알뿐, 제대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거대한 성매매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특정지역의 성매매집결지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업소들이 그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생활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일상 공간 중에서도 서울대생의 생활 공간 내 다양한 성매매/성매매 인접 업소의 종류와 수치를 드러내기 위한 취재를 시도했다. 취재는 3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총 네 번에 걸쳐 행해졌고, 성매매 업소의 표시가 쉽게 드러나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의 시간을 선택했다. 조사범위는 서울대입구역 기준 동 650m, 서 450m, 남 380m, 북 630m일대와 녹두거리와 신림역 기준 동 540m, 서 270m, 남 390m, 북 630m 일대였다. 취재 대상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들어가 성매매여부를 구두로 확인하였고, 여성 활동가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쓴 책과 성매매 업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통계를 냈음을 밝힌다.

밤이 되면 드러나는성매매 업소의 수많은 간판

성매매는 서울의 용산, 청량리588, 미아리텍사스와 같이 성매매가 일차적 업종인 전업형 성매매와 본래 업종의 서비스와 더불어 2차 서비스 형태로 성매매를 제공?알선하는 겸업형 성매매로 나눌 수 있다. 겸업형 성매매는 유흥주점, 단란주점, 간이주점, 마사지업, 증기탕, 이발소, 티켓다방, 노래방 등 정부가 인정하는 유흥접객 서비스업의 사업장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간접 성매매를 의미한다. 이러한 겸업형 성매매는 성산업의 확산을 보다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최근들어 전업형 성매매보다 겸업형 성매매가 주류적인 성매매 형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울대입구역, 녹두거리, 신림역 일대 역시 합법적인 상호를 단 업소가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행하는 겸업형 성매매가 주를 이루었다. 조사결과 각 지역 성매매 업소에 통계는 다음과 같다.

노래바/룸 이용원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비고
서울대입구441810전화방 다수
신림역6927513
녹두거리3130토킹바 다수

서울대입구역 근처

일반 노래방과는 달리 ‘노래빠’, ‘비즈니스룸’으로 불리는 업소 44개, 새벽에 불빛이 두 개 이상 돌아가고 있는 이용원 18개, 남성 전용 안마시술소 1개가 있다. 노래방을 가장한 업소에서는 메뉴판에 도우미들의 시간당 가격이 나와 있으며, 그 자리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처 모텔에서 ‘2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래방 주변에 즐비해 있는 모텔은 ‘2차’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이용된다. 늦은 저녁을 훨씬 넘어선 새벽까지 불빛이 돌아가는 이용원은 일반 이용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용가격이 비싸다. 새벽의 이용원은 일반 업소와 달리 ‘연애’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전용 안마시술소 역시 평균가격의 3~4배가 되는 가격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안마와 ‘2차’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 외에도 미팅을 주선해준다는 전화방이 몇 군데 있었지만 업소의 주인이 나서서 사람을 알선해주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은 무료라고 써져 있을 뿐이다.

녹두거리

서울대생의 중심 유흥가인 녹두거리는 다른 곳에 비해 성매매 업소의 수가 적다. 각종 모임의 뒷풀이로 이용되는 일반 노래방 업소와 일반 술집이 대부분이었다. 노래빠 3개, 새벽의 이용원 1개, 남성 전용 안마시술소 3개가 존재했다. 입구역과 달리 노래빠 근처에 모텔이 즐비해 있지는 않았다. 남성 전용 안마시술소는 가격이 30분당 붙으며, 시술 내용은 ‘립서비스’나 ‘핸드 플레이’이다. 성매매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성매매의 행위는 이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토킹바로 불리는 술집들이다. 이러한 술집에서는 일반적인 술집의 종업원과는 무언가 다른 옷차림의 여성 바텐더와 손님인 남성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물론 그 자리에서 성매매가 존재하지 않지만 정확히 남성은 손님으로 여성은 바텐더로 나뉘어 지고 손님과 바텐더는 지속적인 연락을 갖는 관계도 있어 보였다. 술값이 비싸다는 질문에 원래 이런 곳은 비싸다며, 돈 많이 벌어서 오라는 답변을 들었다.

서울대 법대 양현아 교수(법여성학 전공)는 “토킹 자체가 법에 금지되는 성매매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2차, 즉 성매매로 넘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굳이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그와 근접, 유착되는 등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직업을 갖기가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상황과 맞물려 토킹바, 과일방등 성매매 업종은 아니지만 성매매와 매우 인접해 있는 신종업종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림역 근처

각종 자료들을 통해 서울시내 성매매 업소가 많기로 유명한 곳 중의 한 지역이 신림역 일대이다. 노래빠 69개, 새벽의 이용원 27개, 남성 전용 안마시술소 5개가 있다. 각 업소들의 성매매 형태, 가격등은 서울대입구역 근처와 같았다. 이곳에는 다른 두지역과 달리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성매매 업소가 있다. 마치, 미아리의 업소들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각 업소는 한 거리에 밀집되어 있고 성매매여성들은 거리에서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인하고 있으며, 총 13개가 존재한다. 일반음식점의 상호명을 달고 있지만 새벽까지 운영되는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매매특별법 효력은 집결지에만 반짝

신림역 근처, ‘방석집’이 즐비한 골목에서 1,2분이면 신림동 파출소를 발견할 수 있다. 신림동 파출소는 주기적으로 주변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낌새를 느껴도 성행위를 적발하지 않으면 소용 없어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었다고 단속 방법에 뾰족한 수가 생기나요. 적발 건수도 별 차이 없어요.”라고 사정을 전했다. 파출소와 매우 인접해 있는 일명 ‘방석집’과 같은 업소에 대해서는 “그 곳은 말 그대로 룸사롱일 뿐이예요. 특정 지역의 집결지는 성매매업소이지만 이 지역 업소는 모양만 비슷하지 일반 음식점이죠”라며, 성매매 업소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는 형식적으로 합법적인 상호명을 달고도 버젓이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관악구 경찰서의 폭력팀은 관악구 일대의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폭력계의 한 형사는 “성매매 피해 여성이 직접 신고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워낙 성매매가 음성적이라 단속을 한다해도 적발은 거의 불가능이다.”고 말하며 단속의 주기에 대해서는 말하기 꺼려했다.

두 경찰서 모두 성매매특별법이 현장에선 효력이 거의 없음을 인정하며, 경찰서에서 행해지는 단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곳 모두, 성매매 피해 여성, 목격자의 신고에 의존하는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단속을 반복하고 있다. 언론보도의 주목을 받는 미아리, 청량리등의 집결지가 아닌 성매매 밀집지역 현장에서는 성매매특별법과 실제 단속 분위기 사이의 괴리가 존재해 보인다.

남성중심적인 문화의 변화가 필요

성매매특별법의 시행보다는 경기침체 때문에 성매매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주변 상인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업소의 수치는 생각 외로 많았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성매매가 꾸준히 유지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성매매 관련 문제는 성매매여성들의 윤리적인 문제로 환원되기가 쉽다. 그러나 여성단체와 여성 활동가들은 성구매자의 존재, 성매매를 동반하는 접대 문화/술문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는 문화를 통해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규모의 성매매 산업이 발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현아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 사회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아주 완벽하게 이뤄진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은 성매매 경험의 차원을 넘어서서 언제든 성매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자신의 성이 성매매와 떨어져 있기 힘들다. 사실 여성의 성이 사고 팔리기 쉬운 오늘날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성매매와 매우 인접해 있지만 유독 여성은 그것을 타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말하며, “성매매 문제는 금지와 처벌보다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라는 맥락에서 살펴지는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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