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다녔던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이 학교에 대한 자기만의 추억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서울대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가족을 떠나 서울로 왔던 2005년부터, 이곳은 내게 그저 ‘학교’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험 공부한답시고 동기들과 모여 밤새 얘기하고 노래 부르던 과방, 수없이 오르내린 기숙사 언덕, 꽉 메인 가슴으로 찾아가 앉으면 언제고 위로가 돼주었던 대운동장은 내가 대학 생활을 보낸 ‘공간’이라기보다 20대의 ‘나’ 자체가 되었다. 그래서 학부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마치 여행지에 일정보다 오래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듯이, 나는 다시 대학원생으로 학교에 돌아왔다.
사실 학부를 다닐 때까지는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학교에 직원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수강신청이나 졸업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과방의 선배들이나 조교실의 대학원 선배들이 ‘어벤져스’가 되어 해결해주곤 했다. 일 년에 몇 번 문턱을 넘을까 말까 한 행정실은 학부생인 내겐 너무 멀고 어색해서 왠지 빨리 나오고 싶은 곳일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되자 학부 바깥에 있던 학교-대학원과 행정조직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2년간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조교로 근무하면서 이러닝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학습상담이나 글쓰기 지도, 동영상 강좌 개발 등 학생과 교수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것이 짜릿하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많이 좋아하는 교육학 전공자로서 내가 늘 꿈꿔왔던 것은 서울대가 더 좋은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길을 학문의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행정조직 안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발전시키는 데 작은 돌 하나라도 얹고 싶다는 마음으로, 또 석사를 졸업한 뒤에도 학교에 계속 남고 싶다는 마음으로 법인직원이 되었다.
직원이 되어 마주한 학교는 낯설 정도로 거대하다. 3만여 명의 학생, 6천여 명의 교원, 3천여 명의 직원과 9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 마치 커다란 생명체 같기도 한 이 학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꿈틀거리며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의 수많은 목소리들이 얽혀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대가 더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선 자극과 동력이 되어 줄 바로 그 혼란이 꼭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움이 더 잘 일어나도록 돕고 싶어 이곳에 남은 나의 목소리를 혼란 사이에 남기고 키워가는 것이 내가 얹는 작은 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졸업생이자 직원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을 그 이야기를 찾아갔으면 한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서울대가 점점 더 좋은 교육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할 때, 그 안에서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그때를 위해 더 노력하고 계속 사랑할 것이다.

최인형(기초교육원 행정지원팀 실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