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선언이 울려퍼졌다. 수요일(3월 31일) 정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다. 3월 31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로, 트랜스젠더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지정된 국제 기념일이다. 기자회견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트랜스해방전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등 8개 단체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지난 두 달간 이은용 극작가와 김기홍 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변희수 하사의 부고가 잇따랐던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소성욱 활동가는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곁을 살피면서 나아가고, 또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은 “차별과 혐오가 우리를 가릴 순 있지만 우리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는 없음은 분명하다”고 외쳤다.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키도 활동가는 밝게 웃으며 미래를 약속하던 변희수 하사가 떠났다”며 변희수 하사와의 기억을 회상하고 추모했다. 키도 활동가는 “하지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촛불로 국방부 앞을 밝히고 서울광장에 모였을 때, 슬픔을 나누고 기댈 어깨가 되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면서 “우리는 품을 내어 서로를 안아줄 수 있고, 서로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성소수자에게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트랜스해방전선 류세아 활동가는 “틈만 나면 세상은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 든다”며 “지우려 들수록 우리는 더 굵은 글씨로 우리의 존재를 쓰고, 말하고 외칠 것”이라 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박한희 변호사는 “무엇보다 이 사회에서 평등과 존엄이 보장되고, 내가 그걸 보장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으며 지금 우리 사회는 트랜스젠더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인지 반문했다.

지난 3월 3일, 육군 복무 중 트랜지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생을 마감했다. 변 전 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있던 군은 그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으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답을 피했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를 언급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성소수자 정책 과제 질의에 응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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