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서울대저널> 160호에 ‘선을 넘는 퀴어들’ 커버스토리가 담겼습니다. 故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생 A씨로 말미암아 사회에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한창 가시화됐던 때였습니다.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이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될 줄은.
죽음으로밖에 기억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누군가가 허망하게 떠나고 나서야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걸 겨우 알아채는 우리는, 언제쯤이면 둔한 감각을 조금은 날카롭게 벼릴 수 있을까요. 전시되는 고통과 죽음에 슬퍼하기보다, 지워지고 가려진 삶들을 보듬어가고 싶습니다.
기억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세상을 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연고자입니다. 사회에서 지워진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추모제가 열립니다. 동자동 쪽방촌의 삶을 기록한 책 『동자동 사람들』의 저자 정택진 씨는 기억을 통해 무연고자의 삶이 모든 이와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기억이 연대의 출발입니다. 기억해야 할 이들의 죽음과 삶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5년 전 ‘시흥캠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지금, 본부점거의 기억은 흐려졌습니다. 학교는 지난해 11월 폭력진압 피해 학생들에게 5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전히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과거의 일은 과거로만 남아있지 않습니다. 시흥캠 투쟁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습니다.
기억하기 위해 펜을 듭니다. 냉정한 세상을 견디다 스러진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봅니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닿을 그곳에는 꽃이 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