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자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재능기부’가 늘어나고 있다. 재능기부는 획일적인 기부 형태를 넘어 다양하고 지속적인 기부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안에도 전문 지식을 나눔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학생의 전문성도 성장시키는 곳이 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다.
공익법률센터는 로스쿨 학생이 정식 법조인이 되기 이전에는 실제 사건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해 2019년 설립됐다. 공익법률센터는 로스쿨 학생과 실제 사건 해결을 연계하여 학생들의 법률서비스 제공 능력과 공익적 가치관 함양을 돕는다. 지난해 4월부터 공익법률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지영 변호사를 만나 공익법률센터의 목적과 활동 내용을 들어봤다.
왜 공익법률센터에 오게 되셨어요?
변호사 일을 시작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처음에 마주한 시행착오들을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10년 차 변호사가 돼있더라고요. 다만 법률사무소에서는 학생 때 꿈꾸던 변호사의 모습에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진정으로 남을 도와주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필요’는 많지만 ‘수요’가 적은 곳, 크고 작은 현실적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공익법률센터에 오게 됐습니다. 실제 경험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기도 했고요.
공익법률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공익법률센터의 일은 크게 두 가지
에요. 로스쿨 학생 교육과 학내 구성원 및 지역사회에 대한 법률서비스 제공입니다. 먼저 공익법률센터에서는 로스쿨 학생들이 ‘시험을 위한 공부’ 이상의 것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로스쿨 학생과 실제 사건을 연결하는 임상법학, 공익진로개발 사업을 통해 학생이 아니라 법률가의 관점에서 실제 사건을 해석하고 참여할 기회를 주고 있죠. 임상법학 사업에는 자역사회법률구조클리닉, 여성아동인권클리닉을 포함해 총 18개의 클리닉이 있어요. 클리닉에서는 공익법률센터로 접수된 법률상담과 법률구조사건에 학생과 교수, 변호사가 참여해 상담과 구조 업무를 함께 수행합니다.
두 번째로는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학내 구성원 및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가 가진 법률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률구조, 프로보노(법률봉사) 사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최근 법률구조 프로그램을 통해 억울하게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외국인 학생의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프로보노는 학생들이 사회의 여러 방면을 들여다보며 부족함을 찾은 후 법률 활동으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사업입니다. 미혼모단체 인트리와 함께 미혼모·부를 위한 법률 메뉴얼을 개발해 한부모 단체와 미혼모 단체에 배포하기도 했어요.
공익법률센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론 공부와 현실적 실무 사이의 다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의 상상과 현실이 완전히 같기 어렵습니다. 실무 경험이 없다면 열심히 공부해 법조인이 된 후에도 막막함을 겪기 쉬워요. 그런 의미에서 공익법률센터는 새내기 법조인들에게 실무를 교육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실무 경험과 별개로, 법조인으로서의 지향점 및 공익 실현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눕니다. 흔들림 없는 법조인이 되려면 공익에 대한 본인만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에 관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하죠. 공익적 가치와 연결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공익법률센터는 법률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잘 몰라서, 해본 적이 없어서, 혹은 비싸서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 기관이 아닌 교내 기관으로서 공익법률센터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멀지 않은, 그러나 가볍지 않은 도움을 제공하려 합니다.

공익과 법률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시나요?
좁게 해석하면 공익은 인권변호사가 담당하는 노동, 여성, 난민 분야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공익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어요. 대부분의 일에는 사익과 공익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죠.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증진하는 일이라면 공익적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공익은 따로 분리해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사회 그 자체에 가까워요.
법률은 이런 공익을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법률의 개정에 공익이 영향을 줍니다. 법조인은 법률의 구체적인 적용 과정에서 항상 공익을 염두에 둬야 하죠. 따라서 법률과 공익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는 법률이 공익을 큰 문제 없이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집을 계약할 때도 법이 적용되죠. 제가 학생 때 임대차 보호법을 공부하는 것을 어머니가 보더니 “너는 이런 것도 모르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일상 속에 법률이 녹아 있으니 특정 분야는 법조인보다 일반인이 더 잘 알기도 해요. 다만, 법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가 있죠. 그럴 때 전문가의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전문가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법률은 사실 일부에 불과해요.
공익법률센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지난해에는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면, 올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 합니다. 교육적 목적과 공익적 목적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정교화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공익법률센터에서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는 민간 법률사무소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법률사무소는 일반인이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일방적인 관계다. 그러나 공익법률센터의 로스쿨 학생과 지역사회·학내 구성원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지역사회·학내 구성원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로스쿨 학생은 이론서 너머의 현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률센터는 지역사회에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서로 배우며 나아가는 공익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