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학기 중에도 학교에는 늘 사람이 오간다. 중앙도서관 본관과 관정관, 학생회관 근처에는 코로나19 이전 못지않게 사람들이 붐비기도 한다.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쓰레기통은 차곡차곡 채워지고 또 비워진다. 그러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우리 손을 떠난 뒤 어떤 과정에 따라 처리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기회는 드물다. 우리가 학교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서울대학교 쓰레기의 일대기를 기자가 따라가 봤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나
보통 학교 건물에는 구역마다 두 개 이상의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다. 병이나 플라스틱, 종이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과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사람들이 한 번 구분해 버린 쓰레기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의 손을 거쳐 한 차례 더 분류된다. 청소 카트에는 청소용구 외에도 작은 종이 상자와 노란 비닐봉지, 종량제봉투 따위로 이뤄진 일종의 간이 분리수거함이 실려있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뒤섞여있는 쓰레기는 일일이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수거된다.
그렇게 청소 카트에 실린 쓰레기는 ‘파지장’이라고 불리는 4평 남짓한 창고로 옮겨진다. 파지장에는 A4용지, 박스, 책, 페트병이 가득 담긴 노란 비닐봉지 등이 대강의 종류별로 나뉘어 쌓여있다. 이후 청소노동자에 의한 분류 작업이 다시 이뤄진다. 분류를 마친 쓰레기가 건물 뒤편이나 도로변 등 지정된 배출 장소로 옮겨지면 쓰레기가 학교 밖으로 나갈 준비는 모두 끝난다. 이후 학교와 위탁계약을 맺은 폐기물 처리업체 차량이 학교 곳곳을 돌면서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학교를 떠난 쓰레기는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 페트병, 파지 등은 위탁업체에서 프레스기로 압축돼 섬유제조업체나 제지사로 보내진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일반 쓰레기는 일련의 기계적 과정을 거쳐 폐기물 고형연료(Solid Refuse Fuel, SRF)로 만들어진다. 폐기물 고형연료는 가연성 쓰레기를 선별 및 가공하여 만든 연료로, 주로 시멘트 공장이나 플랜트 시설에 납품돼 시설을 가동하는 열원으로 쓰인다.
쓰레기, 제대로 버리고 있나요?
학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폐기물관리법’에서 규정한 ‘일일 폐기물을 평균 300킬로그램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에 해당해 폐기물을 직접 처리하거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학교는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를 사업장의 자율에만 맡겨두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은 배출되는 폐기물의 종류·발생량을 측정해 전자정보프로그램 ‘올바로시스템’에 기록해야 한다. 또한 위탁업체를 통하더라도 사업장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폐기물 수거 이후 불법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위탁업체가 책임져야 했지만,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위탁한 폐기물이 적정하게 처리되는지 사업장이 직접 점검하도록 변경됐다. 서울대 역시 연 2회 업체를 방문해 폐기물 처리 과정을 확인하고 폐기물을 절차에 맞게 처리하게끔 업체에게 고지하고 있다.
실제로 쓰레기가 버려지고 수거되는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는 재질별로 분리하고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세척해 배출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워지지 않은 채 버려진 내용물이 쏟아지면서 쓰레기통 안에 있는 쓰레기전체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관악학생생활관에서 근무하는 한 미화원은 “음식물이 그대로 들어있는 채로 버려지는 배달음식 용기가 종종 있다”며 “수거업체 측에서도 종량제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를 확인하고 분류하는 것은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청소노동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행정대학원 소속 청소노동자는 “여름철에 많이 버려지는 아이스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컵은 특히
힘들다”며 “컵을 일일이 비울 수 없어 그대로 종량제봉투에 넣었다가 봉투가 찢어져 물이 새면 바닥을 다시 닦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청소노동자가 자체적으로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프린트를 건물 곳곳에 붙이는 등 자구책을 찾기도 한다. 쓰레기를 선별하기 위한 인력이 별도로 투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노동자가 선별 작업까지 담당하기엔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청소노동자는 “사실 페트병에 붙은 라벨도 다 떼야 하지만 하루종일 분리수거만 하는 게 아니니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일상에서 체감하는 분리배출 문제는 심각하지만, 서울대의 재활용률은 수치상으로 우수한 편이다.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에서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2018년 75%, 2019년 86%에 달한다. 재활용률은 일반폐기물발생량 대 폐기물재활용량의 백분율로 산정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용률 산출 시 폐기물재활용량은 실제 재활용 여부와 상관없이 폐기물재활용업체로 반입된 양 전체를 포괄한다. 업체에서 재활용되지 못한 채 반출된 양까지도 모두 ‘재활용’으로 묶이면서 수치와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폐기물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최종적으로 배출되는) 일반 쓰레기의 성상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존재해야 이전 단계에서 분리배출과 사전선별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내에서 배출되는 일반 쓰레기에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얼마나 혼합되어 있는지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재활용에 대한 체계적 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단과대나 기관마다 쓰레기통의 개수나 종류가 다르게 마련돼 있는 등 분리배출 체계가 일관되지 않은 실정이다. 홍수열 소장은 “교내에 비치되는 쓰레기통의 종류가 캠퍼스 전체에 통합적으로 적용돼야 구성원들이 분리배출에 관한 일관된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며 “행정실에서 현재 분리배출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쓰레기통 종류 등에 대한 지침을 제작해 배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원화된 쓰레기 관리와 더불어 학교와 같은 공중이용건물의 특성에 걸맞은 새로운 분리배출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내에서는 일반 가정과 달리 개인 공간을 확보해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두었다가 특정한 시간에만 배출하거나, 건물마다 상시 관리 인력을 배치하기 어렵다. 분리배출함의 개수를 늘
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재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일반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는 수준으로 품목을 세분화하더라도, 관리하는 인력이 없는 공중이용건물의 경우 쓰레기가 혼재돼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행정대학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역시 “지금처럼 쓰레기가 뒤섞여 버려지는 상황에서 쓰레기통을 추가적으로 비치하면 관리해야 하는 쓰레기통만 하나 더 느는 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19년에 캠퍼스관리과에서 는 학생회관에 종이, 종이팩, 유리, 스티로폼, 재질별 페트병, 플라스틱 등 품목을 세분화한 폐기물 재활용 부스 ‘그린캠퍼스 새싹이’를 설치했으나 캠퍼스 내 다른 구역에 추가적으로 설치되진 않았다. 플라스틱을 씻어서 버릴 수 있도록 설치한 세척 장치에 컵라면 국물 등이 버려져 막히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부스 이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캠퍼스관리과 유재식 선임주무관은 “재활용 부스는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유지가 어렵다”며 “도입 당시에는 부스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으나 관리상의 문제로 추가 설치를 포기했다”고 돌이켰다.
전문가들은 분류 체계를 일반쓰레기·재활용쓰레기 두 가지로 간소화하고,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분리배출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상시적인 홍보나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소장은 “개개인의 분리배출만으로 품목별 배출이 완벽하게 이뤄진다는 건 지나치게 이상적
인 목표”라며 “집하 장소에서의 선별이 용이하도록 분리배출을 잘 하고, 장비와 인력을 적절히 투입해 체계적인 선별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리배출의 효율을 높이되 추후 선별 과정을 거치는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해 재활용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