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3일 목요일 저녁 7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故 이선호 추모문화제가 진행됐다. 이번 추모문화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의 주최로 열렸다. 추모문화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인사들의 추모 발언과 노동 가수들의 추모 공연으로 이뤄졌다. 김용균재단 대표이자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故 이한빛 PD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故 이선호 씨는 4월 13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근무하던 중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인력이 없었고, 119 신고는 상부 보고보다 늦게 이뤄졌다. 사고 이후 20일 만에 원청업체 ‘동방’은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진상조사에 대한 결과 보고는 없었다. 故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지금의 산업 현장이 “일하는 작업장이 아닌 사람 잡는 도살장”이라며 산업 현장의 미비한 안전 관리를 꼬집었다.
故 이선호 씨의 사망 이후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법률로서,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청,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로 현재 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되는 등 발의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故 이선호 군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에서 이재훈 씨는 “(기업의) 눈치 보며 이것 빼고 저것 빼고 (하다 보니) 중대재해법이 완전히 누더기가 돼버렸다”며 힘 빠진 중대재해법을 비판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의 마지막 순서로는 故 이선호 씨가 깔린 컨테이너 날개를 상징하는 모형에 장미꽃을 꽂는 것으로 헌화가 진행됐다. 이재훈 씨는 컨테이너 모형 아래 깔린 장미꽃을 꺼내 올린 뒤 무릎을 꿇고 연신 흐느꼈다. 뒤이어 컨테이너 모형은 김미숙 대표, 故 이한빛 PD의 아버지와 시민 60여 명이 올린 장미꽃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