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주민과 인간 주민을 잇고 돌보는 사람들

우리동물병원생명(우리동생)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나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유대관계를 맺고 사는 비인간동물이다. 먹고 자는 일상을 의존하고, 늙고 병드는 시간을 함께한다. 여기 반려동물의 건강을 돌봄으로써 반려인의 삶까지도 돌보려는 이들이 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우리동생)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반려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는 연결돼 있다고 말하는 우리동생은 동물 주민과 인간 주민을 함께 살피며 지역사회의 포괄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데 힘을 보탠다. 성미산의 포근한 동물병원에서 우리동생 정애경 이사를 만났다. 

돌보는 이와 치료하는 이가 함께하는 의료

  협동조합은 반려동물 돌봄에 대한 반려인들의 고민을 나누면서 시작됐다. 정애경 이사는 “반려동물을 돌보다 보면 여러 고민에 부딪히곤 하는데, 조합을 설립한 2013년 당시엔 반려동물을 잘 돌 보는 방법에 관해 배울 경로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돌봄에 관한 교육과 치료를 모두 제공해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동물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분리돼 있다. 환자 및 보호자와 의사 사이의 정보 격차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치료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동생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운영을 함께한다. 정애경 이사는 “의료는 환자와 보호자, 의사가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의 돌봄이 잘 뒷받침돼야 치료도 원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동생의 주된 사업은 동물병원 운영이다. 현재 마포와 강남 두 곳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동생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형 태를 모색하며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이란 형태를 택했다. 동물병원을 비영리법인 이 운영하는 첫 사례였다. 처음에는 낯선 운영 형태 때문에 ‘수의사가 아니라 일반인이 진료를 보는 거 아니냐’는 등 오해를 받기도 했다. 병원이 자리를 잡은 뒤로는 오해가 사라졌다.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돌봄 관련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도 우리동생의 목표다. 해마다 조합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물 돌봄의 어려움이나 유기동물 문제 등에 관해 강의를 연다. 올해는 마 포구와 함께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개최했다. 정애경 이사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이 더 많이 필요하다. 돌봄교육과 행동 교육 등을 통해 충분한 준비 없이 입양하면서 발생하는 유기동물 문제, 동물 돌봄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나눔 사업은 지역사회와 보다 깊은 도움을 주고받는 활동이다. 정애경 이사는 “나의 반려동물뿐 아니라 지역의 모든 동물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모여 의료나눔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리동생은 의료나눔 사업을 통 해 길고양이 등 길동물과 구조된 유기동물을 치료하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치료와 중성화수술과 같은 필수진료를 지원한다. 작년부터 우리동생은 서울시와 함께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지원뿐만 아니라 돌봄교육과 행동교육, 양육상태 점검 등 생활환경 조사도 시행한다. 건강악화로 자주 입원하는 노인가구 등을 찾아 방치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거나 위탁을 받아 돌본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가구를 발견해 동물을 치료하고 반려인으로부터 사육 포기 의사를 받아내기도 한다. 

▲병원 안쪽 작은 책장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맺음에 관한 책들로 채워져 있다.

반려동물 복지와 반려인 복지는 연결돼 있다

  마을 동물을 살피며 마주치는 동물 학대의 사례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이 있다. 애니멀 호딩은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데도 동물을 과다하게 기르는 것으로, 동물 방치와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정애경 이사는 “애니멀 호더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동물을) 끌어안으려 하는데, 이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고통을 준다”고 설명했다. 애니멀 호딩 문제에 대해 지자체는 주민신고가 들어오면 복지팀이 주거·위생 문제로 처리하고 동물권단체가 동물만 구조해가는 형식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동물 구조만으로는 방치와 학대 재발을 막기 어렵다. 동물을 사거나 입양하는 것이 매우 쉽다 보니 애니멀 호딩의 재발률은 몹시 높다. 정애경 이사는 “해당 동물을 구조해가더라도 애니멀 호더는 또 어디선가 새로운 동물을 데려 온다”며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을 구조해가고 난 뒤에 남은 사람의 질환과 건강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정 이사는 강조한다. 

  사랑을 비뚤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올바른 돌봄에 관해 교육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정애경 이사는 애니멀 호딩의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돌봄 미숙을 꼽으며 “중성화수술에 거부감을 가진 반려인이 수술받지 않은 동물들을 한 공간 에서 키우다가 동물이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동생이 동물 치료뿐 아니라 돌봄 교육 활성화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반려동물에 대한 미숙한 돌봄은 반려인의 경제적·정서적 취약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정애경 이사는 “취약계층 주민과 만나면서 종종 애니멀 호딩 상황에 놓인 분들을 마주하게 된다”며 반려동물 양육상태를 점검하다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동생은 사람을 돌보는 지역 돌봄 단체들과 연결망을 구축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마포 돌봄 네트워크 등에 취약계층 연계를 부탁하기도 하고, 의료나눔 활동 중 도움이 필요한 반려인을 발견할 경우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복지관 과 구청 혹은 상담 기관에 연계하기도 한다.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위치한 우리동생 동물병원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반려동물과의 돌봄의 책임

  반려동물과 같이 길들여진 동물들은 인간의 돌봄에 의식주를 의존한다. 때문 에 반려동물을 삶에 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돌봄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 기도 하다. 정애경 이사는 “고령 등의 이 유로 자기 몸을 사용하기 어려우면 동물의 발톱을 깎아주거나 산책을 시켜주기 어렵다. 사람이 건강하지 않으면 함께 사는 동물을 건강하게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돌봄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동물의 삶이 어려워질 뿐 아니 라 반려인 자신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 치기 쉽다. 다른 반려인들보다 못해준다 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기도 하 고, 동물을 맡길 곳이 없어 자신의 치료 를 포기하는 탓에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고 정 이사는 덧붙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자격은 무엇을 가리킬까. 최근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파양하는 경우가 공론화되면서 반려동물 입양을 위한 자격시험이 거론되기까지 한다. 정애경 이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 는 데에 자격시험보다 필요한 것은 그 동물과 같이 삶으로써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내가 어떤 반려인이 될지 신중히 고민하는 과정이라 강조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평균 15년을 사는데, 앞으로 15년간 어떻게 함께 살며 돌볼지 고민하지 않은 채 쉽게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정 이사는 입양은 무조건 좋고 파양은 언제나 나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도 말한다. 그는 “고민없이 입양했다가 버리는 건 분명 문제적이지만, 돌봄이 어려워 방치하는 것보다는 양육을 포기하고 더 잘 돌볼 수 있는 이에게 보내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더 책임 있는 선택이 무엇일지 구체적 맥락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정애경 이사는 경제적 여유보다 돌봄 노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적 여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동생 활동을 하면서 취약계층 반려인을 많이 만나는 데, 대부분 비취약계층 반려인과 별다를 것이 없다. 굉장히 잘 돌보는 경우도 있고, 마당에 묶어놓고 잔반을 먹이는 경우도 있는 식이다.” 돌봄은 시간과 돈이 모두 들어가는 행위지만 더 중요한 건 시간이다.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끼니를 잘 챙겨주고, 산책도 시켜주고, 아픈 걸 제때 알아차리고 치료를 해줄 수 있다. 

많은 ‘우리동생바라며

  우리동생은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에 두 번째 동물병원을 개원했고, 빅이슈코리아와 업무협약 을 맺어 〈빅이슈〉 판매원들이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동생에게 병원을 만든다는 건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일이다. 우리동생은 동물 주민을 치료하고 인간 주민을 보살피며 마을 안팎의 주민들을 잇고 돌본다. 도시에 자리잡은 동물과 인간의 더 나은 공존을 모색하는 우리동생 같은 공동체가, 더 많은 마을에 자라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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