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년 만에 또 노동자 사망 사건 발생해

민주노총 및 유족들, 학교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책 요구

  어제(7일) 12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한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6월 27일, 관악학생생활관 여자 기숙사 925동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이 모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전국일반노동조합(노조) 및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이 직장 내 갑질과 과도한 업무 강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에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을 통한 진상 규명,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 즉각 파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관리 방식 개선,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노동조합과의 공동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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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채연 사진기자

  노조 측은 고인이 사망 전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높은 노동 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쓰레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훨씬 심해진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팀장이 근무 질서를 잡겠다며 군대식 업무 지시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박문순 민주노총 법규정책국장은 “청소노동자에게 회의 참석 시 펜과 수첩을 지참하지 않거나, 정장을 입는 드레스코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점수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관악학생생활관’를 영어로 써 보라거나 기숙사의 준공연도를 묻는 등 불필요한 시험을 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조합원들과 학생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이회 민주노총 공동위원장은 “고인의 사망은 학교 측이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며, “서울대학교가 노동자의 죽음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서양사 18) 학생대표는 “302동 청소노동자가 돌아가신 지 2년도 안 된 지금 비슷한 사건이 또 벌어진 것은 서울대학교가 여전히 노동자들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학교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고인의 남편 이홍구 씨는 “아내의 동료들이 여전히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져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후 노조 측에서는 고인이 근무했던 925동 기숙사의 노동자 휴게 공간과 고인이 날라야 했던 쓰레기봉투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와 유족은 고인의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강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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