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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학내 유일 전통 찻집 다향만당이 문을 닫는다. 코로나19로 2년간 휴점한 다향만당은 지난 3월, 저조한 수익률을 이유로 폐점이 결정됐다. 이에 반발해 다향만당 폐점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지만, 아직 다향만당의 미래는 미궁에 빠져있다. 학생들에게 다향만당은 어떤 의미였을까. 다향만당을 유지하기 위해 2016 년부터 노력해온 다향만당 TF와 다향만당에 추억이 깃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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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참가자가다향만당폐점에반대하는문구를담은피켓을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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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당의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릴 수 없게 됐다. 

다향만당, 이별을 고하다

  2000년 두레문예관 1층에 문을 연 작은 전통찻집, 다향만당(茶香滿堂). 지난 3월, 2021년 생활협동조합 대의원총회에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향만당의 폐점이 결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잠시 문을 닫았던 다향만당은 이제 다시 문을 열 수 없게 됐다. 생활협동조합(생협) 학생 이사 및 학생·직원 대의원은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폐점 결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 5월 12일 대학본부와 생협 사무처에 전달했다.

  다향만당 폐점에 대한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과 2016년 저조한 이용률을 이유로 폐점이 공지됐으나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정이 번복됐다. 특히 2016년에는 폐점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모여 다향만당 TF를 구성하고 SNS를 이용한 이벤트, 메뉴 개발, 축제부스 참여 등을 기획하며 폐점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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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당은좌식테이블과방석이놓여전통찻집의분위기를물씬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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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놓여다향만당을찾는사람들을맞이하던문구다. 

따뜻한 차향으로 채워진 공간

  다향만당은 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해 다향만당 TF 7기로 활동한 김효중(고고미술사 17) 씨와 이채연(인류 19) 씨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다향만당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향만당에는 다양한 전통차와 두유 옵션이 가능한 메뉴들이 준비돼 있어 커피를 즐기지 않거나 우유를 마시지 않는 이들이 학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창을 통해 보이는 관악산의 전경은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픈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다향만당 TF는 휴점 기간에도 새로운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고 굿즈를 제작하는 등 재개할 날을 기다리며 TF 활동을 지속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폐점 소식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채연 씨는 “코로나19로 등교하는 학생이 줄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전통찻집이라는 특색 있고 학생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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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쓰이지 않는 그릇 위로 비닐 막이 씌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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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혜택과 두유 옵션이 제공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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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당의시간은 2020년 4월에머물러있다. 

  20년 동안 학내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메뉴와 따뜻한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던 다향만당은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김효중 씨는 “다향만당은 입학하고 처음 과반 사람들과 왔을 때의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재정상의 이유로 폐점이 결정됐지만 다향만당에 담긴 학생들의 애정과 추억은 수익성의 논리에서 벗어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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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곳곳이비닐막으로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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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부스에 참여한 다향만당의 모습ⓒ다향만당TF 

우리의 다향만당, 우리의 이야기

  학생들에게 다향만당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지난 5월, <서울대저널>에서 다향만당을 추억하는 사진과 사연을 모집했다. 21년간 운영된 만큼 다양한 이들이 다향만당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학생들이 보내준 다향만당에서의 추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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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수의학 19)

  코로나가 터지기 전, 신입생 시절 매주 두레문예관에서 춤 동아리 연습 이 있었습니다. 다소 소극적인 성격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힘들어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다향만당이라는 카페를 알게 됐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새로운 공간에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을 줬던 다향만당은 첫 방문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대학 생활에서 힘들었던 생각은 잠시 사라지고,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제게는 정말 큰 힐링이었습니다. 거기에 구운 인절미까지 더해지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게 따뜻한 추억을 주었던,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다양한 모습의 추억으로 남아있을 다향만당이 다시 한 번 문을 열고 이제는 친구가 생긴 저를 초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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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희(중어중문학과 졸업)

  공간은 기억의 장면을 켜켜이 쌓아둔다. 전에 자주 머물던 곳에 가면, 다시금 그 시절을 맛볼 수 있다. 그때의 말소리, 온도, 색이 한데 어우러진 달콤 쌉쌀한 다섯 가지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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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인(사회복지학과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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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겸(사회 18)

  새내기 때 알게 된 이후로 다향만당은 늘 제게 무척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든 책 모임도 이곳에서 처음 시작했고, 한동안 매주 이곳 에서 만나 늘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또, 강의 끝나고 집 가는 길에 괜히 마음이 헛헛할 때, 공강 때, 친구와 틈새의 여유를 누리고 싶을 때도 종종 들렀던 기억이 있어요. 특히 오후 즈음에 가면 해가 따뜻하게 내려앉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던 감각이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대 면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다시 가고 싶은 장소였는데, 지금 와서는 더 많은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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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교(국사 16)

  2019년 9월 18일, 가장 먼저 졸업하는 동기와 졸업 사진을 찍으러 모였다가 새내기 때의 추억을 떠올려 단체로 수업을 빠지고 다향만당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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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미학과 졸업)

  다향만당은 저와 친구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다향만당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차를 마시고 싶어 같이 가곤 했던 친구들과 함께 찍은사진입니다. 신메뉴 구운 인절미를 먹으러 시간 맞춰 간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향만당이 다른 분들께도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며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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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빈(교육학과 석사과정)

  2019년 9월에 다향만당 야외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날씨가 엄청 좋아서 일부러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호박죽을 먹었어요. 학교에서 가장 전망 좋은 카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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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규(인류 18)

  2019년 5월 1일, 다향만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과 선배가 다 향만당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어서 친구랑 방문했었어요. 차분한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 사진을 여러 장 찍어놨었네요. 당시 낙서장이라고 노트가 구비돼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남긴 글과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이 추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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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정치학과 졸업)

  개강 때도, 시험 기간에도, 종강 때도 함께했던 다향만당. 일상의 소중한 일부로 언제나 심신을 따뜻하게 지켜줬던 공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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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은 기자(사회 19)

  2019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매주 한 번 다향만당에서 친구들과 책 모임을 했는데요, 늦은 오후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서 전통차와 주전부리 같은 것들을 시켜놓고서 말을 풀어가던 장면을 새삼스레 떠올려봅니다. 감염병 상황이 해를 넘기면서 다시금 학교에 갈 날이 언제일지 가늠해보는 일을 그만둔 지도 꽤 됐습니다. 그 어느 때를 마냥 그리워하기엔 또 새로운 일상들이 이어지고요.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장소에 덧붙이는 의미들, 그곳에서 만들어간 기억을 우습게 만들지 않는, 언제고 잘 보듬어주는 그런 곳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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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재(법학과 박사과정)

  2017년 9월 8일 다향만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구운 인절미가 다향만당 신메뉴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그 신메뉴를 제 가 가장 좋아하는 차인 황차와 함께 주문한 후 사진을 찍어 제 SNS에 올려뒀습니다. 이제 더이상 다향만당 신메뉴는 나올 수 없겠지만, 신메뉴의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간직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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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사회 18)

  다향만당을 비추는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친구와 도란도란 대화하던 때, 그 햇살은 제 삶의 빡빡한 박자를 돌아보게 했어요. 유유히 흐르던 이곳의 시간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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