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호
청소노동자 사망 후, 이어지는 추모 속 본부와 노조 입장 차 여전해
지난달 사망한 청소 노동자 추모 사진전 열려

청소노동자 사망 후, 이어지는 추모 속 본부와 노조 입장 차 여전해

노조, “노동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 조사단 구성해야” …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결과 기다리겠다”

  지난 7일 진행된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기자회견 후, 학생사회 곳곳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본부에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 및 서울대기계⋅전기분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빗소리 of SNU에서는 기숙사 아고리움(920동)과 학생회관(63동)에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비서공과 일반노조 시설분회가 주도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시민사회 연서명에 14일 오후 5시 기준6,107명이 연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에서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단과대가 연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최해정(식품영양 19) 의장은 “공대위의 대응 기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청소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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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아고리움(920동)에 설치된 약식 추모공간. 고인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붙어져 있다. © 박채연 사진기자

 

  한편 각 학생회들도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한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간호대, 사범대, 자유전공학부 등 학생회 단위에서 나온 성명들은 ▲반복된 청소노동자 죽음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진상 규명 ▲고인에 대한 산재처리 적극 협조 ▲인력충원 및 시설확충 등 근무환경 개선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학생사회에서 애도와 반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악학생생활관(이하 관악사)과 노조의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관악사의 배경을 묻는 필기시험 실시나 회의 참석 시 정장 착용 등 노동자 인사 관리에 대한 쌍방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윤철진 관악사 인사⋅행정부장은 “시험 출제는 업무에 자긍심을 키우려는 목표였고 고인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윤 부장은 “정장 착용 역시 강제된 사항이 아니었고 복장에 따른 감점 발언도 팀장의 농담 수준이었다”며 “관악사에는 청소노동자들의 평가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측의 해석은 다르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시설분회 정성훈 분회장은 “조직에서 윗사람이 농담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농담으로 들리겠느냐”며 “업무와 관련 없는 시험이나 위계를 이용한 농담이 바로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도 입장이 엇갈린다. 고인이 근무했던 925동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100L가 넘는 쓰레기봉투를 청소노동자가 일일이 옮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훈 분회장은 “925동에 대해 예전부터 노동환경 개선과 인원 증원을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로 힘들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철진 부장은 “925동은 1인당 청소 면적이 생활관내 다른 건물대비 1/3 정도로 적은 편이라 청소강도 자체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부장은 “오히려최근 휴게실도 새로 만드는 등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건 조사 및 해결책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노조는 노동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정성훈 분회장은 “11일 이재명 지사가 925동을 방문하여 가진 학교 측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여정성 교육부총장과 노사 공동조사단 구성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서울대는 13일 내놓은 총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산재 신청에 협조하고 인권센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어제(13일) 서울대는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투명한 조사를 선언했다. 서울대에서 이미 두 명의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진상 조사의 주체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두고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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