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보는 대동여지도, 역사지리정보시스템 HGIS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고지도를 데이터로 옮기다

  과제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인공지능에 날씨를 물어본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 클라우드, 5G 등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다. 문화재 연구도 변화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인터넷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화재의 가치를 재창출하고 있다. 역사지리정보시스템(Historical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HGIS)이 바로 그것이다. HGIS는 지리공간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저장·갱신·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에 역사(Historical) 요소를 더한 시스템이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정요근 교수를 만나 HGIS에 관해 들어봤다. 

역사 지리 정보 시스템을 소개해 주세요. 

  역사지리정보 시스템(HGIS) 사업은 규장각한국한연구원이 관리하는 고지도를 데이터로 만들어 플랫폼에 옮기고, 고지도에 정리된 정보를 함께 저장하는 사업입니다. 2월 현재 『대동여지도』와 『동여도』, 『청구요람』, 『1871년 지방지도』, 『조선지도』, 『해동지도』를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고 고문서에서 나온 읍치와 성곽, 역참, 봉수, 산·물줄기, 교통로 등 지리 정보를 표시했습니다. 앞으로는 『여지도서』나 『대동지지』와 같은 지리지 자료와 『호구총수』나『민적통계표』와 같은 지역 기반 수치 정보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조선 시대 경기도 지역만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국 단위로 범위를 늘릴 계획입니다. 시스템과 연결된 정보 유형도 지리 정보를 넘어 전근대 시기 문화·행정 정보로 확대할 예정이고요. HGIS가 공간을 기준으로 역사 정보의 중심이 된다면, 하나의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여러 정보 플랫폼을 개별적으로 찾아야 했던 이전 연구 방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왜 HGIS 사업을 진행하게 되셨나요?

  사람들에게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하고 물으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의궤와 같은 고문헌을 손에 꼽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조선왕조실록을 읽나요?’하고 물어

보면, 손사래를 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만든 드리마, 영화, 웹툰은 보지만 고문헌 자체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비전문가도 고문헌을 ‘내가 직접 보고 활용하는 책’으로 다루게 할 수 있을까요? 고문헌이 가지는 상징적, 실질적 문턱을 낮추는 일, 학자가 아니더라도 의궤를 보고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그리는 일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계속해서 고민해 온 과제입니다. 

  그간 고문헌 번역은 많이 진행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전권이 한글로 번역됐고, 검색으로 특정 단어의 사용 횟수와 맥락을 찾을 수도 있죠. 그러나 고지도는 인터넷으로 이용하기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고해상도 고지도 사진을 제공했지만, 일반인들이 보고 이용하기엔 여전히 막막합니다. 인터넷으로 고지도를 봐도 ‘그래서 여기가 어디지?’,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만 나죠. 고지도를 보고 ‘이게 과연 정확할까?’라는 질문부터 ‘지금과 명칭·구분은 어떻게 다르지?’를 포함한 수많은 질문을 비전문가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누구든지 고지도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역사 지리 정보 시스템(HGIS) 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HGIS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일반 지리정보시스템과 달리 HGIS에는 현대와 과거가 공존합니다. 만들어진 시기가 다른 여러 고지도로 지리 변화를 시간 순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리 정보에 시간 정보를 더한 지도 타임머신인 셈이죠. 고지도와 현대지도를 양쪽에 두고 비교하는 것을 넘어, 고지도에 나온 지명을 현대 지도 위에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HGIS의 목적은 낯설고 막막한 고지도를 현대 지도에 투영해 고지도를 네이버 지도, 구글 지도 보듯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HGIS는 시대별 비교에도 뛰어납니다. 고지도에 인구밀도는 없지만, 마을별 인구수가 나옵니다. 이러한 정보를 축적한 HGIS에서 시대별·지역별 인구밀도를 클릭 한 번으로 비교할 수 있지요. 사료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는 정보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겁니다. HGIS 안에서 통계는 무한히 새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HGIS는 누구에게나 열린 플랫폼입니다. 고지도와 현대 지도를 한 화면에 겹쳐두고 비교하는 기술이 연구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옛날에는 대동여지도를 일일이 비교 분석해야만 찾을 수 있던 정보를 이제는 인터넷으로 쉽게 확인하고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도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유튜브 영상 제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이용할 수 있겠죠.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입으로만 칭찬하는 것을 넘어 초등학생도 직접 들여다보고 배움을 얻어야 합니다. 기술을 활용해 초등학생도 고문헌과 소통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HGIS와 규장각한국

학연구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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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할 화면 기능을 이용한 일반지도와 대동여지도 비교 ⓒ규장각 역사지리정보 서비스 홈페이지

  HGIS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소개하는 짧은 순간에도 정요근 교수는 특정 지역의 인구밀도와 인구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냈다. 그의 얼굴에서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내거는 따듯한 기대가 느껴졌다. 그러나 HGIS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은 서울대로부터 매년 새로운 예산을 책정받아야 하는 시범사업 단계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예산을 얻기 위해 성과를 내야 합니다. 앞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팀 구성원과 함께 쉽고 완전한 시스템 구축에 몰두할 예정입니다.”라는 포부를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HGIS를 경험하고 싶다면, http://kyuhgis.snu.ac.kr/ 에 들어가 대동여지도를 인터넷으로 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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