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유례없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품 전시 뒤에 가려진 최저임금 공무직 노동자들의 눈물 역시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난달 21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이 개막했다. 전시가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화제가 된 가운데 공공운수노조 국립중앙박물관분회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공무직) 차별 철폐를 위한 무급 선전전과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향한 요구는 ▲공무직 대상 임금차별철폐 ▲공무직 임금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로 통합 ▲공무직 인건비 간 예산전용 허용한 임금 인상 ▲복리후생비 및 각종 수당 차별 해소다.

▲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광장 앞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이들은 2019년부터 계속해서 공무직 차별 철폐를 주장했으나 공무직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문체부교섭연대)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문체부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예산 부족과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지침을 이유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립중앙박물관분회 전용학 분회장은 “문체부와 기재부의 책임 떠넘기기 속 공무직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근무해도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문체부의 이 같은 태도를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측에 따르면 국립 박물관 1,000여 명의 공무직 중 770여 명이 최저임금노동자다.
문체부교섭연대가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중앙행정기관의 기형적인 예산구조다. 임금이 인건비로 편성되는 공무원과 달리 공무직 무기계약 노동자의 임금은 사업비에 편성된다. 예산이 감축되면 임금도 감축되는 구조다.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공무원의 임금인상액은 약 21만 원인 반면, 무기계약 공무직의 임금인상액은 약 2만 원에 불과하다.

▲ 국립중앙박물관 곳곳에 걸린 현수막 ⓒ박윤미 PD
이를 두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회피한 공무직 차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분회 수석부분회장 강해원 씨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와 교육을 기획하고, 유물 보존처리 등의 업무를 하는 공무직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공무 수행을 위해 채용된 근로자”라며 “공무직은 보조가 아닌 전문직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강 씨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국어 안내직으로 일하고 있다. 강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무직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2018년 정규직(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강씨는 합리적인 임금 기준과 관리 체계가 없어 이름만 정규직일 뿐 “차별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문체부의 국민문화향유권 확대사업으로 공무직의 업무는 늘어났지만, 이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2018년 정규직 전환 이후 강해원 수석부분회장은 전문자격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강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박물관에서 화려한 전시를 하는 중앙행정직원이지만 실상은 최저임금 노동자다. 17년 동안 일했으나 경력 인정은 되지 않은 채 계속 제자리”라고 토로했다.
문체부교섭연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학 분회장은 “(문체부와의) 교섭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결정에 지방박물관 등 문체부 산하 기관들이 따르는 형식”이라 전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박윤미 PD
문체부교섭연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두 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기재부의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공무직 임금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다. 문체부교섭연대는 올해 9월에 있을 국회 예산안 확정 전까지 2022년 공무직 임금 향상을 위한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