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의 목적을 물으면 많은 여성들은 특정 부위를 얇게 만들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여성의 운동은 필연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앞허벅지에 근육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유난스럽다는 주위의 눈총을 받지 않는 선에서 운동해야만 한다.『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이진송 작가가 다양한 운동 현장에서 그 선을 넘고 지운 경험을 담은 생활 에세이다.
이 작가는 스무 살에 집 근처 복싱 센터에 방문했던 일을 회상하며 “장소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맥락이나 배경”이라는 에드워드 렐프의 말을 인용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개인의 맥락과 배경에 의해 다양한 의미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대에 부풀어 찾았던 복싱 센터는 이 작가에게 불편한 장소였다. 그는 복싱 센터의 유일한 여자로서 받았던 시선, 확실한 다이어트 효과를 보장하던 관장, 열악한 여성 탈의실, 공용 화장실이 “온 힘을 다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여성들에게 이러한 척력은 익숙하다. 운동하는 여성에게 친절한 장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여학생들이 운동장의 중심에서 밀려나 가장자리의 피구선에 머문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은 운동 공간에서 ‘처녀야 애엄마야?’, ‘그 나이까지 왜 결혼을 안 했어?’ 등 운동과 무관한 질문 세례를 받기 일쑤다. 불필요한 시선과 참견에서 자유로운 운동 장소를 찾는 것은 여성들에게 유독 고되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중얼거림 뒤에는 늘 ‘어디로?’라는 의문이 따른다.
하지만 변화의 흐름은 있다. 첫 복싱 센터를 나오고 몇 년 후 이 작가는 선배의 소개로 새로운 복싱 센터를 찾았다. 복싱 센터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열정적으로 복싱을 즐기고 있었다. 이 작가는 센터에서 “홀린 듯이 등록하는” 인력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적당히 수다스러우면서 선을 넘지 않는 관장님, 열정적인 운동 후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드러눕거나 컵라면을 먹던 휴식 시간이 이 작가를 반겼다. 특히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여성들이 격렬히 스파링을 하는 장면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이 작가는 여성을 배제하는 운동 문화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운동하는 여성에게 다정한 장소로의 여정을 그린다. 이 작가는 그 장소가 여성들의 연대와 인식의 개선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안히 운동할 장소를 찾는 것을 넘어, 운동을 사랑하는 여성들은 그런 장소를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척력을 인력으로 뒤집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 중이다. 이 작가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내일은 여성들이 운동하러 가기 더 좋은 날일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