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와 독립·예술영화관은 경쟁관계?

독립·예술영화관, 스크린 너머의 대체불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해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신음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은 과도한 상업 논리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계가 불황인 가운데, 상업성과 대중성이 낮은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예술영화관들은 특히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OTT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OTT 서비스는 독립·예술영화관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까.

OTT 서비스의 현주소

사진 설명 시작. 왼쪽 사진에는 웨이브,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OTT 서비스 어플들이 핸드폰 화면에 세 줄로 배열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독립·예술영화관의 존속을 응원하는

(왼쪽) 다양한 OTT 서비스, (오른쪽) #SaveOurCinema’ 캠페인 포스터 ⓒ전국예술영화관협회

  OTT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계에서는 OTT 서비스가 영화관의 존속을 위협하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려는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제한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도 마찬가지다. 독립·예술영화관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은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 성장하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가 다양화됐다”며 독립·예술영화관의 위기 요인 중 하나로 OTT 서비스를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OTT 서비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OTT 통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3년 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의 월 방문자 수는 3만~5만 명, 페이지뷰 수는 10만~20만이었지만, 최근 월 방문자 수는 40만 명, 페이지뷰 수는 470만~500만에 달한다. 약 10배 증가한 수치다.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OTT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졌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양준영 대표가 꼽은 OTT 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이다. OTT 서비스에서는 영화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최근 독립·예술영화관의 일반 영화 관람권은 6천~1만 2천 원에 달한다. 반면 OTT 서비스의 월간 요금은 8천~1만 5천 원이다. 최대 4인이 공동으로 가입해 요금을 분담하는 경우도 많아 실질적인 가격은 더 낮다.

  OTT 서비스의 기능은 단순 콘텐츠 제공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영화제 개최가 어려워지자 영화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다수의 국제 영화제들이 OTT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상영을 진행하고 개막식과 각종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생방송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웨이브에서 90여 개의 작품을,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70여 개의 작품을 왓챠플레이에서 온라인 상영했다. 독립·예술영화제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제18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독립영화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을 통해 일부 작품을 온라인 상영했다. 왓챠플레이는 지난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졸업영화제 ‘아이 콘택트’를 주관하기도 했다.

사진 설명 시작. ‘아이 콘택트’ 홍보 포스터다.
‘아이 콘택트’ 홍보 포스터 ⓒ왓챠플레이

  OTT 서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독점 공개 역시 확장되는 추세다. 올해 《승리호》(2020), 《낙원의 밤》(2020), 《콜》(2020) 등 거대 자본이 투입된 기대작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개봉했다. 양준영 대표는 “상업성이 덜한 작품들도 OTT 서비스로 공급되면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독립·예술영화 역시 OTT 서비스를 통한 제작과 개봉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주시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아이리시 맨》(2019),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등 다수의 독립·예술영화들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 및 공개했다. 왓챠플레이는 배우 이제훈,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가 연출에 도전한 단편 영화들을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할 예정이다.

독립·예술영화 산업에 겨눠진 양날의 검, OTT 서비스

  OTT 서비스는 독립·예술영화 상영, 제작, 영화제 등 독립·예술영화 산업 전반으로 손을 뻗고 있다. OTT 서비스의 멀티플레이는 독립·예술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독립·예술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연세대 장대련 교수(경영학과)는 “영화를 만드는 주된 목적은 누군가가 자신의 영화를 보는 것”이라며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채널이 상대적으로 적은 독립·예술영화에게 OTT 서비스를 통한 기회의 확산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이 부족한 독립·예술영화 산업에 금전적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독립·예술영화관의 상황은 다르다. OTT 서비스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독립·예술영화관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장대련 교수는 “독립·예술영화관은 OTT 서비스로 인해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 전망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시스템의 미흡이다. 자본과 인력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선착순 무료 혜택과 타 기업과의 제휴 이벤트를 확대하고 비대면 라이브챗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반면 독립·예술영화관은 자본과 인력의 한계로 GV(영화 관계자와 관객 간 대화), 기획전 등 대면 프로그램의 증설과 개발에 의존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금은 그마저 쉽지 않다. 독립·예술영화관 에무시네마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독립·예술영화관에겐 상영만큼 GV 등 대면 행사들이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들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설을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영하는 영화의 특성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OTT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영화관의 장점은 영상미를 극대화시키는 시설이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는 자본이 적게 투입되므로 일반적으로 비주얼이 상업영화보다 덜하다. 독립·예술영화관에 주 1~2회 방문하는 관객 A씨는 “독립·예술영화는 상업 영화보다 OTT 서비스로 감상할 때와 극장에서 감상할 때의 차이가 비교적 작다”고 말했다. 상업 영화에 비해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독립·예술영화관의 대체불가능성: 소통

  OTT 서비스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전문가들은 OTT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을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OTT 플랫폼들이 메타버스, 넷플릭스 파티, 왓챠 파티 등 실시간으로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GV 등 물리적인 소통이 가능한 영화관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물리적인 만남과 이야기라는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OTT 서비스가 가진 소통의 한계는 영화제에서 더 부각된다. 로스엔젤러스 독립영화 페스티벌 최우수 해외단편상 수상작 《Call Coho》를 연출한 장대련 교수는 “감독의 입장에서 관객들의 리액션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 상영 후 다른 감독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소통이 온라인에서는 매우 건조하게 이뤄진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OTT 서비스의 사용 증대가 독립·예술영화관 관객 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이 완전한 대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에무시네마의 야외상영회가 그 예다. 에무시네마는 매년 5·10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을 선정해 상영회를 개최한다. 지난 8월 19일에는 지난해 OTT 서비스에서 최다 재생 횟수를 기록한 《라라랜드》(2016)를 상영했다.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많은 관객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이미 《라라랜드》를 감상했지만 야외 상영을 경험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며 “같은 영화라도 독립·예술 영화관에서 관람할 때와 OTT 서비스로 관람할 때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OTT 서비스와 독립·예술영화관이 반드시 ‘제로 섬 게임’을 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 시작.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라라랜드》 야외상영회 장면이다. 야외 루프탑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스크린 앞에서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에무시네마의 《라라랜드》(2016) 야외상영회 ⓒ양인모 프로그래머

  영화관 상영을 노리는 영화와 OTT 서비스 제공을 겨냥한 영화가 구분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영화관의 경험이 중요치 않은 일부 콘텐츠에 한해서 OTT 서비스가 영화관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양준영 대표는 “OTT 서비스와 영화관이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며 영화관은 유지될 테지만 영화 산업 전체에서의 점유율은 전보다 낮아지리라 예상했다.

  원승환 관장은 OTT 서비스와 독립·예술영화관이 장기적으로는 보완관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관장은 “독립·예술영화관의 주고객인 시네필(영화광)들은 코로나19 전부터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을 OTT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감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완화되면 시네필(영화광)들이 그래왔듯 일반 관객들도 독립·예술영화관과 OTT 서비스를 적절히 혼용해 영화를 감상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독립·예술영화관 앞에 남겨진 과제

  OTT 서비스가 날로 성장하는 가운데 독립·예술영화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온라인 환경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독립·예술 영화관만의 체험과 현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극장 경험을 세분화해서 더 세련되고 희소한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에무시네마는 영화관 차별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GV를 시도했다. 해외에서 수입한 영화의 스태프나 배급사 관계자를 초청해 ‘인비저블 GV’를 열고 음악 영화와 연관해 음악 GV를 진행했다. 원승환 관장도 “OTT 서비스가 줄 수 없는 체험이나 가치를 주는 공간으로 정립되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대련 교수는 “OTT 서비스처럼 독립·예술영화관들도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게팅 마케팅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립·예술영화관을 자주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 성별, 방문 목적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대련 교수는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협력해 독립·예술영화 매니아들에 대한 폭넓은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변화를 위해 독립·예술영화관들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독립·예술영화가 독립·예술영화관이라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작년 에무시네마에서 발생한 우연한 사건을 전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트랜짓》(2018) 개봉 당시 GV 중 한 관객이 감독의 전작 《피닉스》(2014)도 국내에 소개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 《피닉스》가 국내에서 개봉했다. 관객 수는 독립·예술영화로서는 상징적 수치인 만 명을 돌파했다. 각자의 취향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작은 우연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소통이 제한적인 OTT 서비스의 환경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독립·예술영화관의 주요 가치인 ‘소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독립·예술영화관의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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