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생한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25동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이후 고인의 생전 노동강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악사 측은 925동의 일일 쓰레기 배출량을 2주간 측정한 결과 평균 배출량이 34.02kg라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 대리인인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관악사의 측정방식이 산재 조사를 위한 측정방식과 다르다며, 단순 배출량이 아닌 누적 배출량을 측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쓰레기 배출량 측정 작업은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이뤄졌다. 측정작업 결과 열흘간 925동에서 배출된 쓰레기 봉투의 평균 무게는 34.02kg로, 최소 21.6kg에서 최대 62.6kg(주말 쓰레기 포함)에 달했다. 측정 기간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윤철진 부장은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정기입주 직후를 측정 기간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관악사의 측정 작업에 앞서 권동희 노무사는 8월 27일 산재 조사 신청을 위해 925동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고인이 하루 동안 처리한 쓰레기는 (산재 판단 기준인) 250kg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에 윤철진 관악사 인사·행정부장은 “사건 이후 업무공백이 발생한 며칠 동안 행정실 직원이 925동 청소작업을 맡았는데, 하루에 쓰레기 봉투가 2개 가량 나와 250kg에 훨씬 못 미쳤다”며 권동희 노무사의 추정치에 의문을 표했다. 윤철진 부장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조사가 시작될 경우 쓰레기 배출량 실측 자료를 요구할 것에 대비해 측정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925동에서 배출된 일일 쓰레기 배출량 (9월 2일) ⓒ관악학생생활관
그러나 이번 측정이 권동희 노무사의 말을 반박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산재 판단의 기준은 쓰레기의 단순 배출량이 아닌 누적 중량이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에 따르면, 12주간 하루 평균 취급하는 제품 또는 도구의 누적 중량이 250kg 이상에 해당하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로 분류돼 과로사 여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동희 노무사는 “10kg의 쓰레기 봉투를 옮기는 과정에서 10번을 든다면, 누적 중량은 100kg가 된다”며 단순 무게만으로 노동 강도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925동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소음에 민감한 기숙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쓰레기 봉투를 여러 번 들어 옮겨야 했기 때문에 누적 중량이 250kg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윤철진 부장은 “이번 측정은 산재 조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예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현장 조사 결과 및 서울대에서 제공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윤철진 인사·행정부장은 “산재 조사가 시작되면 서울대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