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이달 16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출근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생협의 임금체계 개선과 저임금 해소, 노동강도 완화 및 인력충원, 직원에게 제공되는 식사 질 개선이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따르면 서울대 생협 식당 노동자는 현재 약 80여 명으로, 코로나 19 이전 140여 명에서 대폭 감축됐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은 “계약직이던 식당 노동자들이 계약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퇴사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인원이 줄면서 노동강도도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생협 식당 이용 인원이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노조 측은 식수 감소를 근거로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식당 이용자가 줄어도 기본적인 업무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농생대 식당 노동자 A씨는 “조리 과정에서 내가 야채를 다듬을 동안 누군가 야채를 씻어주던 일을 이제는 혼자 해야 하는 것이고, 식당 청소를 나눠서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대 식당 노동자 B씨는 “인원이 있을 때는 1인 1찬씩 맡아 원활하게 배식이 가능했지만, 한 사람이 여러 배식을 담당하게 되면서 손님과 눈을 마주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동강도는 높지만 일반 조리사들의 급여는 3년 넘게 근무해도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은 “임금교섭에서 생협 사무처가 최종적으로 제안한 1·2호봉의 기본급은 내년도 최저임금(191만 4440원)보다 낮다”며 “신규 채용이 없어 1·2호봉 임금을 받는 인원이 없으니 3호봉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노조 측은 생협 재정난으로 기본급 인상이 어렵다면 현행 직급 체계를 단일 호봉 체계로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생협 식당 직원의 직급은 조리실장, 영양사, 일반조리원의 3직급 안에서 각각 호봉이 구분되는데, 직급 구분 없이 하나의 호봉 체계로 통합하라는 것이다. 현행 체계에서도 승진은 가능하지만, 일반조리원이 20년 넘게 일해야 한 직급이 오를 만큼 승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은 “점장과 조리실장이라는 직책은 있어야겠지만, (사실상 승진이 불가능한 가운데) 직급을 나눌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단일 호봉 체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나아가 생협의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생협의 경영난이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협 학부생이사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 18)는 “식당 영양사들이 생협 사무처에서 과장급인 판매부서팀장, 부장급인 경영지원실장 등을 맡고 있다”며 “식당 운영과 판매부서에서의 매출 관리 정도만 경험한 영양사 중심 사무처로는 생협의 사업 기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협의 운영 행태를 비판했다.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은 “코로나19로 생협이 어려워진 것도 맞지만, 생협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경영진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대학노조 측은 생협 사무처와 추가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나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한편 대학노조는 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26일부터 행정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대학노조는 합리적인 조건에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선전전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행정관(60동)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신승은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