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지난 6월 사망한 관악사 청소노동자 이모 씨의 유족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들은 고인의 죽음이 명백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하며 산재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유족 측 권동희 노무사 측은 각종 자료 및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고인의 사망은 “청소노동의 과중함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노후화된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의 각 장소를 청소하고, 층마다 쌓인 쓰레기를 직접 들어 옮기는 일을 했다. 고인은 사망 전 12주 이내에 10일 이상의 연속근무가 4회 이상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노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권 노무사는 청소노동자들이 안전관리팀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고용부)는 관악사 내에서 관리자로부터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이 일부 인정됐다고 발표했다. 관리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필기 시험을 본 후 근무평가에 반영하고, 청소노동자들의 복장을 점검하고 품평한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씨의 죽음은 극심한 업무 환경에서 얻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유족과 노조의 입장이다.
한편, 서울대 인권센터는 고용부가 명시한 두 사항은 인정하면서도, 고인의 과중한 업무량, 청소 검열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노조는 인권센터가 “요식적인 결정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사건 발생 후 서울대의 대처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은 유가족을 통해 ▲공동조사단 구성 ▲오세정 총장의 사과 ▲산재 신청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및 탄원서 제출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서울대가 공동조사가 아닌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만을 진행하고 고용부의 발표 이후 형식적인 사과와 노무사 협조만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 18)는 “지난 8월 시민사회 연서명으로 뜻을 모으고 요구안을 정리해서 전달했는데, 그 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학본부와 총장이 조사 협조 외에 요구안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는 입장문과 달리, 학교 측과 노동자들의 소통은 노동조합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주화 결정 등 노동 환경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의 요구가 철저하게 묵살됐다”고 말했다.
이재현 대표는 대학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마저도 “고용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던 상항들을 인권침해로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인간적인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속에서 발생한 이번 사망사건이 정당하게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에 객관적이고 올바른 조사와 판단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남편은 “서울대 당국자는 아내의 죽음이 과로에 의한 산재가 아니라고 한다. 만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승인이 난다면 그 당국자는 서울대의 명예를 위해 떠나길 바란다”며 산재 인정에 대한 확신의 뜻을 내비쳤다. 유족과 노조는 학교 측에 산재 인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재 결과가 판정되려면 최소 수 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산재 인정 여부와 서울대의 입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