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진심인 사람들의 모임, 씨알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을 만나다

  환경은 모두의 문제지만,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물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버리지만, 물을 얼마나 쓰고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미래를 위해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중앙 환경동아리 씨알이다. 씨알은 환경 이슈를 공부하고 학내 문제들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동아리다. 지난 학기 분리수거장 개선, 카페 일회용기 교체 등 학내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환경 대응의 방향을 논의하는 오픈세미나도 개최했다. 씨알 대표 윤채림(인류 18, 채), ‘물모아 팀’의 허해민(서양화 18, 해), ‘이일안해 팀’의 라해정(소비자아동 19, 라), ‘다시다시 팀’의 윤석원(자유전공 19, 윤)을 만나 환경을 위해 씨알이 어떤 일을 했고, 학내 구성원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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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중앙 환경동아리 씨알 ⓒ씨알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SJ: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윤: 더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이라는 기업의 CEO인 보얀 슬랫이 했던 강연이 인상적이었어요. 더 오션은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기업이거든요. 플라스틱을 녹여서 재활용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플라스틱이 버려질 때 분리수거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고민에까지 이르렀고요.

 

라: 학교에서 온실가스, 물 부족 같은 거 배우잖아요. 그런 걸 계속 들으면서, ‘나 혼자라도 덜 쓰고 살자’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랑 이런 얘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 다 쓰는 거 너도 써라’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모두 동의한 건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것 같았어요.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해야 변화가 생기잖아요. 

채: 환경 문제는 한 번 알게 되면 연쇄적으로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문제예요. 그만큼 환경 문제가 야기하는 효과가 거대한 거죠.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가 바다에서 산을 이루고 있기도 하잖아요. 당장 수십 년 뒤에 내가 숨을 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오더라고요. 물론 혼자서 대응하기는 너무 어려우니까 비슷한 사람들을 찾게 됐고요. 

씨알 활동 소개

SJ: 지난 학기에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 저희 팀은 ‘이제부터 일회용품 안 쓰기로 해’, 이일안해 팀이에요. 학내 카페에서 일회용기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버터플라이 컵’이에요. 이 컵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처럼 뚜껑이나 빨대가 필요 없고, 친환경 소재로 돼 있는 컵이에요. 버터플라이 컵을 도입하려고 학교 안에 있는 카페 여러 군데를 실제로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카페에도 도입하지 못했어요. 생각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한 거예요.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본사에서 승인도 받아야 한대요. 안전성 문제도 있었고요. 이미 하고 있는 게 편하니까, 굳이 바꿀 유인이 없는 것 같았어요. 사실 이 버터플라이 컵도 일회용품이기도 하고요. 관행을 넘어설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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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버터플라이컵. 

빨대나 뚜껑이 필요없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씨알

 

해: 서울대는 관악구 1일 전체 사용량의 57% 정도를 차지할 만큼 물 사용량이 많아요. 그래서 물모아 팀의 목표는 물 사용량을 줄이는 거였어요. 물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반성문 형식의 대자보에 연서명을 받아서 총장님과 면담을 하려고 했죠. 결과적으로 면담은 하지 못했지만요.

  학교 차원에서는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기존 변기는 한 번 내릴 때 12L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데, 절수형 변기는 4L 정도를 사용한대요. 학교는 체계적으로 목표치를 세워서 달성해 나가고 있어요. 학교 입장에서도 상수도 요금이 절약되니까 변화를 주도하는 거죠.

  그에 반해서 학생들의 인식은 없는 것 같아요.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반성문 형식의 대자보를 쓰게 됐고요. 연서명을 받았는데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참여가 어려웠어요. 단과대 학생회에 참여 요청을 했는데 이것도 잘 되진 않았고요. 환경 동아리들끼리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윤: 다시다시 팀은 분리수거장의 분위기를 바꿔서, 미화원분들의 2차 분류를 용이하게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분리수거장이 더러워서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만약 분리수거장의 인테리어를 좀 바꾸면 사람들이 제대로 구분해서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예요.

  다음 학기에 음료 처리통을 설치하고, 쓰레기를 담는 철망 대신 바구니로 바꾸거나 따뜻한 분위기의 책상을 놓아서 포근한 인테리어를 해볼 계획이에요. 현재 기숙사 조교님과 논의 중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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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자유전공 19) 씨는 서울대에 적합한 분리배출 기준을 도출하기 위해 

관악구의 쓰레기장 여러 곳을 답사했다고 말했다. 

채: 리필스테이션도 운영했어요. 관악사에서 4일간 ‘다시 채움’이라는 기업과 협업해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기숙사생 한 명이 입주할 때 모든 생활용품을 다 사는 건 낭비잖아요. 그래서 세제나 고체치약 같은 생활용품을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어요. 사전 수요조사에서 설문지 작성해주신 분만 500여 명이었고, 실제로 4일 동안 90여 명이 오셨어요. 정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많았고요. 

SJ: 프로젝트 외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채: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말고도,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알리고 다 같이 토론하는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씨알에선 두 달에 한 번 연사분들을 직접 초청해 오픈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어요. 최근엔 ‘움직이는 쓰레기’라는 세미나를 열고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가 전가되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쓰레기 문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니까,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을 것 같았거든요. 약 30명의 참가자분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서울대의 환경 점수, 몇 점인가요?

SJ: 말씀해 주셨듯이 대학이라는 큰 사회에서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건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것 같아요. 서울대의 환경 문제 대응에 점수를 매겨 본다면요?

윤: 너무 박할 수도 있는데(웃음), 저는 100점 만점에 30점. 쓰레기장을 예로 들면, 식당에서 쓰는 큰 플라스틱 통이 분리수거가 안 되는 경우가 잦아요. 구성원 모두가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셈이죠. 학교 측에서도 이걸 바꾸려는 노력이 거의 없어요. 어떤 걸 어디에 버리면 안 된다는 것만 구체적으로 써 놓기만 해도 달라질 거예요. 사실 분리수거 이후에도 문제예요. 현재 쓰레기 수거업체는 쓰레기를 모아서 가져가기 때문에, 학교에서 분리수거를 잘 해도 실재활용률은 올라가기 어려워요.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스템 전체가 문제인 거죠. 

해: 저는 그래도 60점은 주고 싶어요. 지속가능 발전연구소나, ‘빗물 박사님’ 한무영 교수님같이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요. 그분들을 생각하면 60점은 되는 것 같아요.

채: 저는 50점. 전반적으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장이 눈앞에 보이면 불편함을 느끼고 행동하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변화가 이렇게 더디진 않았겠죠. 대학이라는 공동체 전체의 문제인 것 같아요. 모두들 대학이 내가 지켜야 하는 공간이라기보단 거쳐 가는 곳으로 생각하니까요. 

라: 저도 50점 할게요.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느낀 게, 학생과 학교가 항상 안 맞는 느낌?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학교에서 잘 안 맞춰주고, 학교에서 정책을 추진해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느낌이에요. 상호작용이 안 되는 거죠. 

해: 학교에 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예요. 지속가능발전 연구소가 있기는 한데, 연구소의 활동이 실제 학교 정책과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거든요. 단과대마다 에너지 소비량이나 물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고안하는 부서를 둬야 해요. 환경이 우리 근처에 있는 문제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요. 이런 고민이 학생들로부터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각 학생회에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자치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서를 써서 보내보자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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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해민(서양화 18) 씨는 환경 문제가 대학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이를 담당하는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J: 그렇죠. 다들 환경 문제 하면 멀리 있는 일처럼 생각하잖아요.

채: 맞아요. 그래서 저희가 자하연에서 쓰레기통을 붓는 퍼포먼스도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웃음). 엄청 파격적이잖아요. 

라: 여러분 말 듣다 보니까 생각난 건데, 환경에 신경 쓰게 되면 나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플라스틱에서 라벨을 뗀다거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건 사실 습관을 들이면 어렵지 않으니까요.

해: 맞아요. 저도 ‘혼자 해서 뭐가 바뀌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최소한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거였어요. 내 소비가 어딘가에 해를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윤리적인 고민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거죠. 

대학 너머의 환경 문제

SJ: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은 뭘까요?

윤: 조금 먼 얘기긴 한데,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쓰레기를 버려도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는 그런 사회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실천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니까요. 과학이 발전하고 기업이나 단체가 이걸 잘 이용해야 해요. 

SJ: 기업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 유인이 있을까요.

윤: 결국은 영리인 것 같아요. 경제적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동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채: 자본을 빼놓고 환경 문제에 접근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환경 문제가 우리와 먼 문제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걸 타파하려면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경제 구조를 이용하고 타협하는 대신, 주객이 전도되면 안돼요. 예를 들면 요즘에 업사이클링 기업이 많아요. 처음 취지는 쓰레기를 줄이면서 이윤도 챙겨보자는 거였는데, 나중에는 친환경 이미지만 챙기고 환경 보호는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플라스틱을 재사용한다는 이유로 녹여서 옷이나 다른 제품으로 만들면 물론 기업에게는 좋은 이미지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또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거예요. 분명히 문제예요. 

SJ: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려요. 

채:  환경 문제는 삶의 터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세대는 기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는 세대잖아요. 그래서 누가 먼저 이걸 인지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류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웃음). 근데 우리는 그런 깨달음 없이 바쁘게 달려가니까 정말 심각한 환경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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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림(인류 18) 씨는 삶과 환경 문제를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실천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자극점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최소한의 현실 인식을 한 사람들은 분리수거장에서 라벨을 떼는 것처럼 사소한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심각성을 느낀 사람이 늘어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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