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사범대는 어떤가요?

서울대 사범대생에게 사범대 교육과정을 묻다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시안)이 발표됐다. 교육부는 올해 교원양성체제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7월 시안을 통해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 제고 ▲교원양성 규모 적정화 등의 방향을 설정했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맞춘 중등교원(중고등학교교사) 양성 규모 조절을 위해 국어·수학·영어·탐구 등 공통과목의 교직이수 과정 및 교육대학원 중등교원 양성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종안은 이번 하반기 발표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이 포괄하지 못하는 중등교원 양성체제의 해묵은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중등교원 양성의 중심 기관인 사범대학(사범대)이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냐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사범대생이 체감하는 교사양성 현장은 어떨까. 교육과정에 대한 서울대 사범대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서울대저널>은 10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교육학과를 제외한 3학년 이상의 사범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사범대 내에서 복수전공하고 있는 교육학과 학생 두 명을 추가했다(N=1011). 지원자 표집에 의해 총 89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응답자 분포는 <그림 1>과 같다. 본 설문조사 진행에 있어 임동균 교수(사회학과)의 자문을 받았다. 비대면 강의 진행 상황에서 표본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사요청 인원(1011명) 대비 응답 비율은 8.8%다. 

인포그래픽 시작. 설문조사 응답자 분포에 대한 인포그래픽이 제시되어 있다. 위에는 표가 아래에는 그래프가 나와있다. 위의 표에는 학과별 분포가 나와있다. 아래의 그래프 4개는 성별, 학년, 교생실습 이수 여부, 진로로 교사 고려 여부가 순서대로 나와있다. 성별은 여성 51 남성 38명, 학년은 3학년 38, 4학년 34, 5학년 이상 17이다. 교생실습 이수한 이는 44, 이수하지 않은 이는 45명이다. 진로로 교사를 고려하는 이는 37, 52명이다. 인포그래픽 끝.

<그림1> 설문조사 응답자 분포

  사범대 교육과정은 크게 전공과목(교과내용학, 교과교육학), 교직과목(교육학)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공과목은 교과 내용 지식을 배우는 교과내용학과 내용 교수 지식을 배우는 교과교육학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교육과는 교과내용학으로 선형대수학이 있고, 교과교육학으로 수학교육론이 있다. 교직과목은 교육학개론, 교육심리 등 교육학 강의나 교육실습이 해당한다.

사범대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얼마나 만족하나?

  우선 사범대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물었다. ‘현재 사범대 교육과정은 교사 양성에 적절하다’는 문항에 30.3%(27명)가 적절하다, 37.1%(33명)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그림 2>) 적절하다고 보는 이들은 현재 교육과정을 통해 심도 있는 학습 및 교육적 고민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수준 높은 교직 과목을 제공하기 때문”, “이론과 실습의 적절한 균형”, “교육과정 자체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수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인포그래픽 시작. 막대그래프 두 개가 제시되어 있다. 위에는 “나는 현재 사범대 교육과정이 교사 양성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의 응답이 나와있다. 그렇지 않다가 32명으로 가장 많다. 아래에는 “나는 현재의 사범대 교육과정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라는 응답이 38명으로 가장 많다. 인포그래픽 끝.

<그림2> 사범대 교육과정 만족도 설문 결과

  반면, 적절치 않다고 답한 이들은 이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과내용학 수업의 내실 부족과 교과교육학 수업의 이론 중심 운영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직 과목마다 교육학을 파편적으로 가르쳐, 교과 지식과 교육학 일반에 대한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실제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 등도 언급됐다. “임용고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현행 교육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응답과 별개로, 다수의 응답자가 사범대 교육과정에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나는 현재의 사범대 교육과정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 56.2%(50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그림 2>).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많은 응답자들은 주관식 문항을 통해 현행 교육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학교 현장과 사범대 교육과정의 괴리가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50명 중 46명이 서술한 주관식 응답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실습(16회), 현장(13회), 실제(8회), 실무(7회)였다.

사범대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설문에서도 드러난 현장성 부족은 사범대 교육과정에서 주로 언급되는 문제다. 교육계는 사범대의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교수법보다 가르치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 치중돼있다고 지적해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사범대를 졸업한 현직 교사 643명 중 44.9%는 교과교육학 이수비율이, 28.2%는 교과내용학 이수비율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포그래픽 시작. 사범대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그래프 4개가 제시되어 있다. 위부터 순서대로 교과내용학 비중, 교과교육학 비중, 교직 비중, 교육실습 비중이다. 매우 축소해야 한다부터 매우 확대해야한다에 대한 응답 수가 나와있다. 교과내용학은 축소해야 한다가 40명, 교과교육학 비중은 45명, 교직 비중은 적절하다가 38명, 교육실습은 확대해야 한다가 33명으로 가장 많이 응답을 차지했다. 인포그래픽 끝.

<그림3> 사범대 교육과정 편성 설문 결과

  서울대 사범대 학생들은 과목 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그림 3>). 설문 결과,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교육실습과 교과교육학에 대해 현 이수 조건보다 수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교육실습의 경우 73.1%(65명)의 응답자가 확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문항을 통해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습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교과 및 교직 이론만으로는 학교 현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교과교육학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항에는 58.5%(52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관식 문항에서 “교육실습 전 수업 시연 경험이 부족하다”, “교육실습을 경험해보니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칠 때 활용되는 교과교육학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편, 교과내용학 비중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한 응답자는 “교과내용학 비중을 높여 학문에 대한 진정한 전문인으로 키워야 한다”라고 답했다.

  교육과정 구성 시 과목 간 연계를 높여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공과목 강의는 내용상에 있어 중복되는 것이 많다’는 문항에 52.8%(47명)가 동의했다. 주관식 응답에서 한 응답자는 “사회교육 분과별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직 수업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한 응답자는 “교직 강의들은 첫 4주에 다 똑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고 서술했다.

교육 현장에 유용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교과내용학, 교과교육학, 교직과목 각각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을까. 학생들에게 수업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습득하고 있는지, 수업이 임용시험을 대비하는지, 교수진들의 역량은 어떤지 물었다. 응답은 <그림 4>와 같다.

인포그래픽 시작. 사범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인포그래픽이 제시되어 있다. 문항 8개에 대해 각 교과목 분야별 점수를 표현한 선 그래프 세 개가 제시되어 있다. 교과내용학은 초록색으로, 교과교육학은 파란색으로, 교직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인포그래픽 끝.

<그림4> 사범대 교육과정 운영 설문 결과. 

*각 문항에 대한 모든 응답을 평균냈고, 소수점 아래 두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그림 4>의 왼쪽부터 수업 내용에 관련된 4개의 문항에 대해 모두 교과내용학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관련 학문을 탐구하는 일반대학의 전공 수업과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정해권 씨(화학교육 19)는 “화학교육과 전공과목의 경우, 화학과 전공과 거의 유사하다”며, “교과내용학이 학문 지식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교과교육학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교과내용학이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과 연결된다. 한국교원대 김갑성 교수(교육학과)가 2011년 연구를 통해 ‘사범대다운 교과내용학’을 위해서는 중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고 현실사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교육학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내용을 가르치는 데 특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예은 씨(생물교육 18)는 “교과교육학에서 수업 시연을 할 수 있었지만 몇 차례 경험을 해본 정도였다”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분석한 뒤 이것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소화하여 제공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된 강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교육학의 깊이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유창 씨(국어교육 17)는 “어디까지 다뤄야 하는지 교육계 내에서 제대로 협의가 돼있지 않아 교수자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세 과목 모두 임용시험을 대비하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응답자는 주관식 응답을 통해 “교과내용학 담당 교수는 임용시험이나 실제 교과 내용과는 크게 관련 없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임용시험 준비 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이수해야 할 학점이 많아 졸업하기도 빡빡한데, 임용시험과 관련 없는 수업 운영으로 시험은 거의 혼자 준비해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교육과정이 현장과 괴리돼 있으면서도, 임용시험 대비에도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업 교육과정 및 내용이 중등교육 교육과정 동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수진에 관한 2개의 다른 문항과 비교했을 때 교수진이 ‘수업 교육과정 및 내용 개발에 있어 충분히 노력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이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내용이 개선돼야 한다”, “오래된 수업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배우는 것이 적다고 느낄 때가 있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사범대학의 미래는 사범대생과 함께

  많은 응답자들이 교원양성이라는 직업교육의 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교과내용과 교과교육 지식 외에도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적 역량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생활기록부 작성법 같은 학교 실무 팁을 배울 줄 알았는데 전반적으로 이론에 치우쳐 있다”, “생활지도 측면에서 연습해 볼 기회 등 실무적 측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밖에도 응답자들은 주관식 응답을 통해 “학급 운영 등의 행정실무도 교사의 주요 업무인 점을 고려해, 교직실무에 대한 강의 및 교육을 추가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 간호대학처럼 실습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교무실 부서별 실습, 공문서 작성, 학급 경영 등 수업 외의 업무도 익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범대학의 목적성에 대한 근본적인 숙고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사실상 교사 양성보다는 연구자 양성에 초점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또 다른 응답자는 “교원양성이라는 목적대학으로서의 기능과 연구 중점의 종합대학 기능 중 무엇에 중점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교육과정도 모호하게 구성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범대가 교사 양성 이상의 교육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유창 씨는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모든 기준을 공교육에 두고 있다”며 “사범대가 교사 양성만 한다면 다양한 인적 자원의 개발 기회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설문 응답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교사, 교육 연구자, 또 다른 방향 등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의견은 서울대 사범대 학생 중 많은 수가 교사를 진로로 고려하지 않는 현실과 관련된다. 중등교사를 진로로 고려하고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41.6%(37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사범대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김예은 씨는 “쉽게 논의를 꺼낼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고 봤다. 그는 “강의평가는 각 수업에 대한 피드백이기에 사범대 교육과정 전체에 대해 의견을 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유창 씨 역시 “그동안 사범대의 근본적 기능이나 목적이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사범대 교육과정의 발전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사범대 김희백 학장(생물교육과)은 “개선을 위해 문제 인식 공유가 먼저”라고 봤다. 장효근 씨(사회교육 17)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교육과정이 적절하다면 우수함을 증명할 수 있고 적절치 않다면 요구 사항을 수렴해 적절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앞으로 사범대는 학생들과 함께 어떤 해묵은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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