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선본을 만나다

정후보 김지은, 부후보 전현철

  10월 29일 공동선본발족식을 시작으로 제62대 총학생회 선거가 본궤도에 올랐다. 단독 선본으로 나온 ‘자정’은 총학생회가 없는 학생자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저널>은 ‘자정’ 선본의 두 후보, 김지은(조선해양공학 18) 정후보, 전현철(농경제사회 19) 부후보를 만나 출마계기와 학생사회에 총학생회가 필요한 이유 등을 물었다. 두 번째 기사에선 인권헌장, 총장선거 등 당면한 여러 현안에 대한 ‘자정’의 견해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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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선본 김지은 정후보(왼쪽), 전현철 부후보(오른쪽) ⓒ신승은 사진기자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김지은 정후보(정) 엄마. 재수해서 들어오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이 항상 나보다 어렸다. 친구들을 엄마처럼 챙겨줘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현철 부후보(부) 곰. 하는 행동은 느리지만 신중한 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든든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의미있는 경험을 소개해달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학생회를 했던 경험들이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의장을 하면서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연석회의 의장으로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대응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생활치료센터 동원 관련 사안이다. 당시 서울시로부터 예고 없이 학교 측에 관악사를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이 왔다. 많은 학우들이 관심을 갖고 보내준 의견들을 수합하고 학교와 소통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관악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정후보가 연석회의 의장이었던 기간에 농업생명과학대(농생대) 연석회의 의장이면서 부중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학생 대표자로서 새내기맞이 행사를 준비했던 게 가장 뜻깊었다. 비대면으로 새맞이 행사를 준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했다. 막막하지만 주변 친구들과 협업해서 총학생회에서 이미배움터와 미리배움터, 농생대에서 새내기새로배움터를 기획했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지금까지 4년간 학생회를 해왔다. 그런데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캠퍼스에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학생회 활동에 제약이 생겨 절망적이고 속상했다. 다른 학우들도 코로나로 인해 각자의 대학생활에서 소중한 활동들이 침체되면서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년에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학우들이 각자의 대학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학생회 차원에서 돕고 싶다는 마음에 출마하게 됐다. 

연석회의에선 본부와의 소통이 필요한 사안들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대표적으로 2학기 대면수업 여부를 둘러싼 혼란과 수강신청 관련 문제가 있었다. 지난 5월 말 학교에서 2학기 대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와 다음날 본부에 방문하자, 학사과에선 수업 방식에 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학교에선 2학기 전면 대면강의 방침을 발표했다. 수강신청 관련 문제 역시 연석회의 의장이 정보화본부와 학사과에 항의방문을 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이처럼 본부의 결정에 대해 연석회의는 질의응답 형식의 사후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다. 본부가 학생들을 진정한 소통의 주체로 여기기 위해선 학생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적법한 대의기구로서의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자정’ 선본의 이름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자정’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먼저 0시를 의미한다. 자정은 하루의 끝인 동시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릴 텐데, 새로운 캠퍼스와 대학생활을 준비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두 번째로 자정은 스스로 정화한다는 의미다. 지난 2년간 학교 곳곳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 본부와의 소통 부족도 그 중 하나다. ‘자정’ 선본이 학교에 고여 있는 문제들을 정화해나가겠다. ‘자정’의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선본의 기조 역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고인 것을 깨끗하게, 정화의 시간’이다. 

공약의 많은 부분이 본부와의 소통·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쉽지 않은 과정일 텐데, 실현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전략이 있나. 

공약 분야별로 등록금심의위원회, 수업환경개선위원회, 교육환경개선협의회 등 학교와 협의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교 예산의 사용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구다. 지난 2년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가 등록금 인상을 강경하게 요구했는데, 인상되더라도 증액된 금액을 학생복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 또한 내년에 있을 총장선거 시기에 후보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공약화하거나 약속을 받아낼 수 있도록 잘 활용할 계획이다. 

총학생회가 있던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위원회가 열리기 이전에 수차례의 비공식적 간담회를 통해 학교와 사전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연석회의가 간담회를 요청하자 학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사전 간담회가 없다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학생회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반영시키기 어려웠다. 대표성이 있는 총학생회에선 여러 협의체 보다 선제적으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비대면 학기의 지속으로 학생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 학생자치를 비롯해 총학 산하의 학생자치기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록금자치심의위원회 등)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학생사회가 파편화된 건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수 없어서다. 학생들이 학교에 다시 모이면 학교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담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응답하라 2019’ 등의 공약으로 문화 행사를 활성화해 학생회 차원에서도 소통의 장이 마련되도록 힘쓰겠다. 

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등록금자치심의위원회 등의 총학생회 산하기구는 그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기에, 현 단계에서 얘기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당선이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산하기구장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요청하는 범위에 한해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학내 노동 이슈나 소수자 이슈, 학외 정치 상황 등에 학생회가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학내 노동환경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고, 더 나은 대학 공동체를 위해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다만 학생회는 학생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해야 하는 단체다보니 기준을 두고 사안별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총학생회칙 2조는 ‘본회는 사회 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하고 학생들 간의 단결을 강화하며 대학의 자치를 완전히 실현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올해 연석회의에서는 해당 조항에 의거해 사안 대응 여부를 결정해왔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소위와 협의해 대응해나가겠다. 다만, 학소위에서 장애 인권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고 있다고 판단해 총학생회 공약으로 준비했다. 

학생들의 권익에 직결된 학외 이슈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20대 학생들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상황에서 군 인권 문제는 학생들과 밀접한 사안 중 하나다. 지금까지 군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 인사, 국방위원장 등 학외 정치권과 소통해온 바 있다. 기준만 잘 세운다면 학생회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최근의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총학생회가 서울대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집에 관해서 말하자면, 연석회의 체제에서 중집은 사업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우들의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돼도 학생들의 투표로 선출되지 않은 연석회의 중집에서 이 사업을 진행해도 되는지 망설이게 된다. 아울러 본부와의 소통에서도 연석회의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대표성이 있는 총학생회가 필요하다.

처음 연석회의 의장을 맡았을 때, 공대 학생회장으로 단과대 관련 사안을 다룰 때와 달리 총학생회 차원의 사안은 충분한 이해도를 갖추고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학교 전반에 걸쳐있는 총학생회 사안에 대해 전문적으로 준비한 사람이 당선돼야 대응의 질이 높아지고, 학생들에게 더 좋은 결과가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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