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서울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실래요?”

2021 서울대 노동 현안 토론회, 학내 노동자 처우 개선 논의해

  어제(22일) 자연과학대학 25-1동 국제회의실에서 ‘2021 서울대 노동 현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빗소리 of SNU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서울대 내 직종별 노동 이슈를 되짚어보고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할 방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토론회는 기조 발제와 노동조합 및 학생 단위 대표자들의 패널 토론, 질의응답 및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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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는 올해 화제가 된 서울대 내 노동 현안들을 되짚어보는 비서공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 18)의 기조 발제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생협 파업,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자체직원 문제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이원화된 고용 체계와 대학 본부의 책임 회피적 태도를 짚었다. 그는 “정규직화 당시 대학 본부가 필요한 재정을 각 기관과 별도법인, 단과대에 떠넘긴 게 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한 원인”이라며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직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패널 토론에서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이창수 수석부지부장은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생협 노동자들의 최근 쟁의를 둘러싼 쟁점과 향후 과제를 소개했다. 이 부지부장은 파업을 불러온 열악한 생협 노동자의 처우와 고질적인 부실 경영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생협 직영화를 제시했다. 그는 “저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인력이 충원돼 노동강도가 줄고 구성원들이 누리는 복지도 향상된다”며 “학교가 생협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자 한다면 마땅히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직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수 부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생협 사무처는 식당과 카페를 리모델링하고 신메뉴 개발 사업 등 수익 증진을 위한 자구책을 논의중이다. 이러한 생협 사무처의 혁신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한 질의에 이창수 부지부장은 “식대 인상만으론 처우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직영화가 최우선이지만 쉽지 않기에 (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 밝혔다. 송호현 지부장 역시 “(수익 사업은) 직영화가 안 된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차선책”이라고 한계를 지적하며, “궁극적으로는 직영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호현 지부장은 서울대의 이원화된 고용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자체직원은 본부가 아닌 각 단과대나 기관에서 인력 충원을 위해 채용한 직원으로, 처우 및 임금에서 소속별로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송 지부장은 “(자체직원은) 법인직원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급여는 현저히 낮다”며 “법인직원처럼 자체직원의 노무·급여관리를 대학 본부에서 일원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과 노동자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학생 단위 패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빗소리 회원 박건우(경영 16) 씨는 중앙동아리 ‘빗소리’ 활동 당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취재한 경험을 공유하며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체감했다고 되새겼다. 이어 그는 “빗소리의 취재경험이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건 그만큼 서울대에서 구성원 간 동등한 대화의 자리가 드물다는 것”이라 꼬집었다. 비서공 고근형(조선해양공학 15) 집행위원은 “학생의 수업권은 양질의 (노동자) 일자리 보장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노동자 처우 개선이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교수 채용을 확대해 수업 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행정실 노동자의 업무 과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정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재발 방지와 생협 노동자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하겠다 약속한 바 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재현 대표는 오세정 총장에게 “국정감사에서 한 말만이라도 지켜달라” 당부하며, “당연하지 않았던 걸 당연하게 만듦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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