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아크로폴리스에서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공동행동)은 교원징계위원회(징계위)에 대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동행동은 ‘밀실·늑장’ 징계위가 사실상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를 용인해왔다며 징계위의 비민주적 구조 개선을 위해 ▲징계위의 학생 참여 보장 ▲비밀 유지 조항의 폐지 ▲징계위 진행 시 피해자를 배제하는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학생과 관련된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징계위에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도형(지구과학교육 18) 씨는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학생임에도 징계위는 교수들과 교수들이 선임한 외부위원 한 명으로 이뤄져 왔다”며 “그 결과는 반복되는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학교는 현행법을 근거로 학생 참여 요구를 거절했으나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학생 추천 전문위원을 징계위에 포함하자는 제안마저 거부했다”며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비밀유지조항이 피해자를 고립시킨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 규정 제10조 6항에 따르면 징계위의 절차 관련 정보와 심의 결과 확인을 요청한 피해자가 그 판단 결과를 고지받더라도 그 내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 최다빈 씨(사회 19)는 “(이 조항으로 인해) 피해자는 징계위 진행과 관련해 외부에 도움을 구하기 어렵고 징계위의 절차 진행 및 판단에 대한 공론화도 불가하다”며 사건 발생 이후조차 “피해자를 홀로 대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 김덕훈 사진기자
공동행동은 피해자 배제를 막기 위해 징계위 개최 사실 및 진행 상황에 대한 고지가 이뤄지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독을 맡은 학내구성원 A씨는 “서울대 B, C교수 사건 모두 피해자가 징계위 개최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고, 이후 개최 정보를 직접 요청할 시 문서로 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피해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징계위원회를 진행하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본부 앞 피켓팅 등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징계위의 비민주성은 오래 지적돼온 문제다. 징계위 개선으로 학내 권력형 성폭력·인권 침해 문제 해결의 포문이 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