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서울대 총장이 참석했습니다.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서울대의 이원 화된 고용구조, 생협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알맞은 장소에서 문제의식이 날을 세웠다는 사 실에 작은 희열감이 들었지만, 이 문제의식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두려움도 커졌습니다. 달이 바뀌고 해가 넘어가 면서 이것들도 같이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요. 만약 대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마땅히 의제를 만들어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할 학내언론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저희의 책임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토막난 인력으로 식당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무거운 쓰레기짐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당장 생존의 문제니까요. 현장의 치열함을 만나면 언론의 책임, 대학의 공공성과 같은 구름 위의 언어들이 감히 그 무게를 불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항상 현장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가장 무거운 것은 현장에 있으니까요. 취재도 항상 현장을 향해야 합니다. 디아스포라와 다문화감수성과 같은 담론이 결국 여러분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살아가는 누군 가의 현실이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수 년 동안 교사로 봉사했던 기자에게 장애인 공동체는 피부로 느끼고 발 로 뛰었던 현장이었죠. 현장에 대한 책임을 놓지 않은 기사들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취재로 목소리를 들려주고 계시는 저널의 기자·PD들에게, 그리고 함께 고민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