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을 외치는 무지갯빛 물결이 국회의사당에 닿았다. 10월 1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활동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해 출발했다. 도보행진이 서울까지 약 500km가량 이어지면서 시민들도 도보 행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약 한 달 만인 11월 10일,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시민 수백 명으로 이뤄진 도보행진단이 서울에 모였다. 트럭을 선두로 한 행진단은 몸 곳곳에 무지개 소품을 두른 채 구호를 외치며 국회로 향했다.
추운 날 5시간의 행진에도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한 이들은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집회’를 열고 차금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국회에 책임을 물었다.
지난 6월 차금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청원 심사 기한을 임기 만료일인 2024년 5월 29일로 재연장했다. 본래 심사 기한은 청원이 회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로, 지난 9월 이미 한차례 연장한 데 이어 다시 연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장혜영 의원은 “21대 국회 내내 차금법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차제연은 정치권에 차금법 연내 논의 계획을 밝히고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연단에 선 장 의원은 “거대 양당은 한결같이 ‘사회적 합의’라는 변명을 반복하며 소수자 인권으로 표를 구걸한다”며 “차금법 발의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이젠 제정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평등길의 첫걸음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금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됐지만, 대선을 앞둔 지금 차금법 제정 논의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차제연은 11월 8일부터 국회 앞에서 연내 제정 촉구 농성을 벌이고 있다. 14년 간 ‘나중’으로 유예되어온 평등은 ‘지금’ 논의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