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대의 신규 주식계좌 수는 지난해 2만 2369좌에서 올해 17만 3189좌로 약 8배 증가했다. 20대의 투자 열풍은 청년들의 재테크 관심을 보여주지만 과열의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 경험이 적은 20대는 주변인의 권유나 증권사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시장의 호황기를 타고 ‘빚투(빚내서 투자)’하거나 등록금과 전세 보증금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한다)’했다가 손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 역시 20대의 주식 투자 열풍을 일상에서 체감한다.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나락전자(나락+삼성전자)’, ‘따상(따블로 상장)’과 같은 주식 용어가 종종 들린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지인도 많다. 20대에게 주식 투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된 주식 투자를 직접 시작해봤다.
주식에 빠진 대학생들
많은 대학생들은 가진 돈을 은행에 맡기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대학생 A씨는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예적금에 넣어둬도 이자는 없는 수준”이라며 “열심히 번 돈을 불려보자는 생각에 주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과 내 집 마련은 대학생들의 주식 투자에 불을 붙인다. 대학생 A씨는 “평범하게 살아서는 내 집 한 채도 살 수 없다”며 “단기간에 큰 돈을 벌려면 주식 투자가 답”이라고 말했다.
호기심 혹은 주변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너도나도 주식을 하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다. 어느덧 주식투자는 하나의 놀이이자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자가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비슷했다. 예적금에 관한 고민을 주변에 말하자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식 투자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많이 하고, 입을 모아 추천할까. 기자의 주식 투자는 이렇게 시작됐다.

#1 그래서 주식을 어떻게 하는데?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는 주식 투자를 결심하자마자 집 근처 서점에 갔다. 서점 정중앙에 진열된 주식 서적 코너에는 ‘주식 초보’에게 추천한다는 책만 열 권이 넘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혼란스러워 그대로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당장 책을 사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에 유튜브에 접속했다. 주식 초보를 위한 영상을 검색하자 관련 영상이 쏟아졌다. 주식 ‘왕’초보에게는 영상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주식 투자 유형은 저마다 달랐다. 공통점은 주식을 시작할 때 부모님과 친구 등 주변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정도였다. 혼자 책이나 영상으로 주식에 입문하는 것이 다소 무모한 시도였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열 명이 넘는 지인들의 주식 투자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① 열심히 배우는 유형
재무제표와 수익성 지표를 분석하는 법을 배워서 투자하는 유형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우량 기업을 찾아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공통점이다. 각각의 지표를 분석하는 법부터 그래프 읽는 법까지 배워야 하므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생 B씨는 “학업을 병행하며 배우기는 확실히 어렵다”며 “방학 동안 지표를 꼼꼼하게 분석해 투자할 기업을 정하고 학기 중에는 매수하거나 매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② 추천받아 투자하는 유형
주식 앱이나 지인의 추천을 참고해 투자하는 유형이다. 대학생 A씨는 “지표를 아예 참고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추천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라며 “주식 앱의 AI 추천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추천을 투자에 활용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하나의 주식을 추천받아 그대로 매수하거나 추천받은 여러 주식 중 지표와 그래프를 토대로 하나의 주식을 직접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③ 감으로 투자하는 유형
투자에서 자신의 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읽기보다는 안정성과 상승 가능성을 보고 감으로 투자하는 유형이다. 겉보기엔 상당히 위험해 보이지만, 이 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인 대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생 C씨는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이미 알려진 주식이라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 밝혔다. 대학생 D씨는 “바쁜 학기 중에 주식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어려워 선택한 방법”이라며 “지표를 세세하게 분석하지 않을 뿐이지 진입 타이밍이나 향후 예측 정도는 찾아보고 매수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자 유형 중 기자는 1번. 지표와 그래프를 배워 주식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기로 결정한 만큼 제대로 알고 주식을 사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주변의 추천이나 스스로의 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주식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방학을 틈타 시도해보기로 했다.
투자 유형은 달랐으나 지인들은 공통적으로 ‘단타’로 불리는 단기투자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매주 과제가 쏟아지는 대학생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주식 흐름을 따라가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금액이 비교적 소액임을 고려했을 때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조언을 받아들여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한두 개의 주식을 사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2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투자해보자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새로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기존 주거래 은행과 연계된 주식 계좌를 만들었는데, 실수로 계좌를 하나 더 만들어버렸다. 관리해야 할 계좌가 늘어나는 게 싫어 해지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분명 계좌를 만들 때는 핸드폰으로 3분이면 가능했는데, 해지는 직접 찾아가야만 가능했다. ‘손쉬운 계좌 개설로 주식 투자하세요’, ‘3분 비대면 계좌 개설’과 같은 슬로건으로 간편하게 투자에 입문하게 하려는 은행들의 홍보와는 대비됐다. 주식 투자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만두는 법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구조가 기형적으로 느껴졌다.
계좌 개설 다음엔 생소한 주식 용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PER, PBR, 골든크로스 등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주식 용어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에 적혀 있는 쉬운 용어 해설을 기본으로 참고했다. 용어의 정의나 지표의 계산법보다는 주식 투자에서 해당 용어와 지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PER의 의미와 계산 방법을 알아보기보다는 PER이 ‘1주당 돈을 얼마나 버는지 알려주는 지표’라는 점을 간단히 짚어보는 식이다. 자세하게 배우기엔 시간도 부족했을 뿐 아니라 용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익히다 지쳐서 주식 투자 자체를 포기할 것 같아 선택한 방법이었다,

간단히 용어를 정리한 후에 주식 투자의 기본을 살펴봤다. 주식 투자는 크게 두 단계의 분석을 거쳐야 한다. 어떤 종목을 살지 조사하는 ‘기본적 분석’과 그 종목을 언제 살지 결정하는 ‘기술적 분석’이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주식 투자 정보 플랫폼 ‘네이버 금융’을 이용해서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어떤 종목을 살지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들을 주식 종목별로 읽어봤다. PER은 주식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쓰인다. 보통 PER 수치가 업종 PER 또는 8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주식이다. 주식별 수치를 확인해보니 안정적인 대형주는 대부분 PER이 8을 훌쩍 넘었다. 삼성전자는 16, LG생활건강은 30, 카카오는 무려 145에 달했다. PER이 8 이하면 인지도가 낮고 정보가 부족한 주식이 대부분이었다. 이 주식들은 등락도 심한 편이었다. 주가 상승 가능성과 안정성을 모두 충족하는 주식을 찾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PER은 살펴봐야 하는 수많은 수치 중 하나일 뿐이다. 여러 수치를 동시에 만족하는 주식을 찾는 과정을 멀고도 험했다. 단기간에 매수해야 하기에 갭 상승과 골든크로스 카테고리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상위 종목의 PER, PBR, 유보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 종목을 결정했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분석’했다기보단 수치를 단편적으로 ‘확인’한 정도였다. 수치를 만족하는 주식을 찾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수치만으론 놓친 사항이 존재할 수 있기에 보고서와 뉴스를 통해서 주식을 검증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식품주와 금융주 하나씩을 사기로 결정했다.
무슨 주식을 살지 정했으니 언제 살지 정할 차례다. 선택한 주식을 살 시점을 정하고자 그래프를 들여다봤다. 수치만큼이나 그래프의 종류도 다양했다. MACD, Slow STC, Fast STC…. 다양한 주식 매수 시점 분석 도구 중 참고할 만한 몇몇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웠다. 분석 도구는 보조 지표로써 대략적인 매수 시점을 알려줄 뿐 자세한 시점을 말해주진 않는다. 그래프 분석 결과 최적의 시점에 주식을 사더라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 초보에게 이 말은 ‘열심히 공부해도 소용없다’로 들렸다. 그럴 거면 지금까지 분석은 왜 한 거지. ‘주식 투자에서 노력과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네이버 금융으로 살펴본 주식
기자의 소박한 계좌로는 소액밖에 투자할 수 없기에 모의투자를 활용하기로 했다. 모의투자 앱 ‘STEPS’에서는 주식 시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천만 원 한도로 투자할 수 있다. 앱에서 기자가 선택한 두 가지 종목의 주식을 각각 5주씩 사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공부하며 어떤 주식을 언제 살지 고민했던 시간이 허무해졌다. 주식을 샀지만 주식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식을 살 시점쯤 되면 주식 도사는 아니더라도 초보 딱지는 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초보인 것만 같다.
그 후로 매일 아침 앱으로 직접 산 주식을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소수점 단위 숫자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자니 착잡해졌다. 주식에 투자해본 지인들도 모두 거쳐간 과정이었다. 지인들은 암호화폐(코인)은 주식보다 일희일비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5분 단위로 코인의 변동을 확인하게 된다”며 “정신이 피폐해지는 경험”이라 회상했다.
매수 다음 날, 식품주와 금융주가 모두 폭락했다. 대부분의 주식이 폭락하는 시장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기자가 선택한 주식은 살아남지 못했다. ‘하락세를 탄 주식은 끝없이 하락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조금이라도 반등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며 주식 앱을 매일 들여다봤지만 결과는 석연치 않았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기자의 주식은 대박은커녕 하향곡선을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

실제 주식 매수 화면
#3 초보 투자자의 분투를 돌아보며
주식 시장이 망망대해라면, 초보 투자자는 바다에 던져진 한 마리의 개미에 불과했다. 주변인의 조언을 듣고 책의 내용을 훑으며 시키는 대로 하기도 벅찼다. 분명히 무언가를 배웠지만 아는 건 별로 없었다. 주식 시장의 정보는 방대했다. 매일 새로운 뉴스와 리포트가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시장 정보를 제공하지만, 과연 이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도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들 뉴스와 리포트를 참고해서 주식 투자를 결정하라고 조언하는데, 한 뉴스에서 긍정적 신호라고 한 상황을 다른 리포트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비교적 한가한 방학에도 주식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벅찼다. 대학생 지인들이 학기 중에 보유주를 그대로 들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매수한 주식은 폭락했지만, 주식 투자로 얻은 것도 있다. 주식 시장의 동향을 꾸준히 살펴보기 위해 기사와 리포트를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대학생 B씨는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는 경제 상황에 관심도 없고 이해도 못 했다”며 “주식을 시작하고 확실히 경제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밝혔다. 기자 역시 기업의 재정 상황을 파악하는 법을 알게 되는 등 실전에서 현실 경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예적금 금리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으니까.” 주식 투자에 대한 청년들의 공통된 동기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는 시대에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곤 한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하면서 금융시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유행을 좇아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한 달 정도의 공부와 투자로는 어림도 없었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주식 투자를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짙다. 그렇기에 더 신중해야 한다. 주식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