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인근 상점 300여 곳의 배리어프리 현황을 전수조사 한 단체가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이다. 서배공 대표 김지우(사회 20) 씨는 서배공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대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군가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지장을 주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벽을 제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서배공은 현재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15명의 인원은 경사로 설치팀, 배리어프리 맵팀(맵팀), 캠페인팀, 가이드라인팀으로 나뉘어 있다. 경사로 설치팀과 맵 팀은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과 정보 공유를 위한 사업을 담당한다. 캠페인팀은 학생 사회에 장애 의제를 확산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구상하고, 가이드라인팀은 배리어프리가 보장되는 단체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맡고 있다.

“저희는 그런 사람이 오지 않아요”, 인근 식당의 배리어프리를 위해
서배공이 실시하는 현장 조사는 두 가지 목적으로 진행된다. 경사로 설치와 맵 제작이다. 이들은 서울대입구역, 낙성대역 인근과 대학동에 위치한 식당 300여 곳을 조사해 경사로 설치가 가능한 곳과 배리어프리한 식당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배리어프리한 식당은 50여 곳으로 추려졌다. 이 역시 엄격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서배공은 수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동행인의 보조를 받아 들어갈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배리어프리 여부를 측정했다. 김지우 씨는 “이 역시 엄격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사로 설치가 가능해 보이는 식당은 40여 곳이었다. 관악캠퍼스 인근의 경우 경사로 설치가 불가능한 식당이 더 많았다. 식당 입구가 도로와 너무 가깝거나 입구의 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서배공은 40여 곳에 방문해 경사로 설치를 제안했다. 올해는 서울관광재단과 협업해, 경사로 설치 및 비용 조달을 재단이 맡고 실태 조사와 업주 미팅을 서배공이 담당한다.
경사로 설치 사업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서배공의 제안에 비협조적인 식당이 다수였다. 물론 유아차를 갖고 온 손님을 도운 경험을 통해 경사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반겨준 상인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식당의 경우, 보증금을 제외한 경사로 설치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홍보를 해준다는 조건에도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협상에 성공한 식당은 5개였다. 김지우 씨는 “처음에는 20개 업소를 목표로 했었다”며 생각보다 식당들이 제안에 대해 더 무관심하거나 경계했다고 말했다. 서배공 부대표이자 집행위원장인 변현준(사회 20) 씨는 “제안을 거절하는 곳의 경우 ‘저희 가게엔 그런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속상해했다. 변 씨는 “이미 (장애인이) 배제된 환경 속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벽이 계속 높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에서 장애인이 활동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다시 장애인의 존재가 드러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서배공은 배리어프리한 식당 50여 곳을 바탕으로 지도를 만들고 있다. 추가적인 현장 조사를 통해 입구의 너비, 출입구 유효 폭, 턱의 단차를 측정하고 경사로가 있을 경우 경사로의 길이와 높이, 가파른 정도를 기록했다. 사진을 남겨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드뉴스 형태의 지도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대 내 장애 인권 의제가 확산되려면?
2019년 기준, 서울대학교의 장애 학생은 77명이다.(「서울대학교 학내 장애인 이동환경 실태조사」, 2019) 장애 당사자인 김지우 씨는 “대학에 오면 다른 장애 학생을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내에 장애 학생은 많지 않았다. 그 원인으로 김 씨는 입학 단계부터 장애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꼽았다. 김 씨는 “장애 학생은 학교를 선택할 때 캠퍼스의 위치나 단과대 간의 거리, 지형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장애 학생은 대학 이전의 생애과정에서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입학 전형 등의 제도에서부터 장애 학생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배공은 서울대 학생 사회 역시 장애 인권 의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변현준 씨는 “학생 사회에서도 실시간 속기 진행이나 대체 텍스트 제공과 같은 배리어프리 실천 방안들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지우 씨는 장애 의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총학 산하 위원회의 부재가 의제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나타낸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학소위(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있으나 다른 현안을 다루는 데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해서 장애 의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진 못 하는 듯하다”며 독립적인 위원회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배공은 대학 구성원들이 일상 속에서 배리어프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회의, 회식, 행사 등 대학 생활에 있어 배리어프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다. 김지우 씨는 “여러 학내 단체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활동하면, 함께하는 다른 이들 역시 배리어프리 실천에 동참하기 쉬울 것”이라며 배리어프리 보장 및 장애 인권 의제의 확산을 기대했다.

서배공은 누군가의 대학 생활이 배제되지 않기를 원한다
서배공은 두 사람에게 중요한 성장의 계기다. 김지우 씨는 비장애인 친구가 휠체어를 타고 함께 현장 조사한 것을 즐거웠던 기억으로 떠올렸다. 김 씨는 “‘휠체어는 장애인의 다리’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휠체어는) 신성화되거나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휠체어가 꼭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휠체어에 타면서 같이 휠체어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게 좋았다”고 덧붙였다. 변현준 씨는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이나 장애 의제를 가까운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의 의미를 많이 배운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변 씨는 “처음에는 기획서 한 장이었고 6명이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같이 만들어 왔다는 게 뜻깊다”고 말했다.
서배공에게 배리어프리를 말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대학 생활을 지키는 것이다. 김지우 씨는 “경사로 설치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라는 대학 생활의 주요한 부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봤다. 변현준 씨는 배리어프리한 회식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배리어프리한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지우와 행복하게 오래 학교생활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배공은 더 넓은 범위의 배리어프리와 장애 인권 의제를 포괄하기를 원한다. 현재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설치에 초점 맞추고 있지만 다양한 장애 역시 고려하고자 한다. 김지우 씨는 “다른 배리어프리 실태조사에서 청각 장애나 근육병을 가진 학우를 고려해 가게의 음악 소리도 측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놓치는 게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내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변현준 씨는 “현재 활동에서 나아가 학교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 단계로 나아갈지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제 서배공은 본격적으로 세상에 존재를 알린다. 변현준 씨는 “여러 단체와의 연대체로 출범하려 했으나 상황상 불가능해졌다”며 “SNS를 개설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마지막 작업 단계에 있는 배리어프리 맵을 배포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출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배공이 만들어갈 배리어프리한 대학 생활과 서울대 내의 장애 인권 의제 확산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