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청소노동을 값싸다하는가

대학 내 청소노동에 얽힌 구조적 문제

   청소노동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복도와 화장실, 강의실까지 대학의 모든 공간은 청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말끔해진 공간을 보며 누군가 이곳을 청소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긴 어렵다. 보이지 않는 노동인 청소는 오늘도 우리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누가 청소 노동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노동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하는 이유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열악한 일자리를 개선할 해법을 모색해봤다. 

값싸고, 함부로 대해지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시급이나 최저시급을 조금 웃도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 근속연수나 경력과 무관하게 동일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저임금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다. 통계청의 ‘202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미만 경력의 청소노동자와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청소노동자 간 임금 차이가 7만원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대학이 간접고용 형태로 청소노동자를 고용한다. 간접고용은 학교가 청소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식이다. 용역업체는 보통 청소노동자와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한다. 대학이 용역업체를 바꾸거나 용역업체가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지부 이경자 분회장은 “윗선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거나 관리자가 다른 사람에게 취업 청탁을 받아 청소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학 청소용역 실태조사에 따르면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자 고용승계 조항을 두고 있는 용역계약은 43.5%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 관계자는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시행으로 다수의 국공립대학 노동자의 고용 안정은 보장됐으나, 사립대학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립대학은 고용승계 조항 명시, 시중노임단가 적용 등을 포함한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도 적용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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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근로시간이나 단체행동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경자 분회장은 “과거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용역업체에서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임금을 미지급하는 등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연세대에서 2015년부터 용역계약을 맺은 코비컴퍼니는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노동조합과의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를 따라다니면서 감시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학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청소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기도 한다. 신라대는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사실상의 집단해고에 반발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고 직접고용을 약속받으며 사태가 마무리됐다.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부산일반노조) 배성민 조직부장은 “신라대가 가속화되는 지방대의 재정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학의 위기를 전부 청소노동자들한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청소·시설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의 재정 문제를 책임지는 위치가 아님에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생을 이들에게 떠넘기는 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비핵심적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대학 내 청소노동의 노동조건이 열악해진 것은 한국사회의 비정규직화 흐름과 관련된다. 경영학 박사 유광호 씨는 “과거 대학들은 청소노동자를 ‘미화원’이라는 이름의 정규직 형태로 고용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대다수의 대학이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청소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은 교육이나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비핵심 업무로 분류됐다”고 덧붙였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노동여건과 고용 안정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대학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공공운수노조) 김제하 조직부장은 “(휴게공간에) 에어컨 하나를 설치하려 해도 원청인 대학의 허가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학은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논리를 편다”고 꼬집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비정규직 보호 규정을 두고 있지만, 간접고용된 노동자에게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청은 직접적인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아 근속기간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일반노조 배성민 조직부장은 “2년마다 재계약을 맺거나 용역업체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으면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재계약 과정에서 노동자가 해고당해도 법적으로는 계약 만료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노동이 낮은 질의 일자리로 굳어진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권현지 교수(사회학과)는 “청소노동은 업무의 성격이나 과업의 난이도, 가치 등을 공식적으로 정의하는 시스템이 크게 부족하고, 대체로 숙련 축적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청소노동이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런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이 비숙련 노동이라는 인식은 현실과 다르다. 여성노동 연구자 동덕여대 박옥주 강사는 “청소노동도 일정한 숙련이 요구되고 경력에 따라 숙련도에 차이가 있다”며 “경력을 무시하고 모든 청소노동자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노동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면서 체계적인 직업의 형태를 갖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송인옥 활동가는 “청소노동은 인수인계를 비롯해 숙련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이나 건강검진 등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송 활동가는 “요양보호사 등 다른 돌봄노동자도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하는 일이 가사노동과 다르지 않다는 시선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수행해온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옥주 강사는 “청소는 가족 내에서 주로 여성들이 해왔던 가사노동의 한 부분으로, 시장화된 청소 노동 역시 주로 여성이 도맡았다”며 “남성이 생계 부양을 도맡으므로 여성에게는 ‘용돈’이나 ‘반찬값’ 또는 ‘아이들 학원비’ 정도의 저임금을 줘도 된다는 사고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노인 노동으로서의 청소

   학교에서 마주치는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중고령층 여성이다. 통계청의 202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원과 환경미화원 종사자 22만여 명 중 여성은 16만여 명으로 전체의 약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청소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9.5세로 나타났다. 

   청소노동이 특정 연령·성별 집단에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운수노조 김제하 조직부장은 “대학 내 청소노동 문제는 곧 여성 노동의 문제”라며 “중고령 여성들은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가 많고, 노동시장에서 직업 선택의 폭 자체가 좁기 때문에 청소 노동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장년층 구인구직 사이트인 장년 워크넷에 접속하면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일자리는 ‘미화원’, ‘요양보호사’, ‘경비원’ 등이다. 

   중고령층 여성의 경제적 취약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청소용역 서비스업의 근로실태에 따르면 57.3%의 청소노동자들은 취업 사유로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안정적인 일자리이기 때문에’라고 답한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청소노동이 안정성이 낮은 생계형 일자리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경자 분회장은 “50년대, 60년대 초반생들은 젊은 시절 한국 사회 자체의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낮아 노후보장은 모르고 살다시피 했다”며 “일하지 않고 국민연금 20만원 나오는 것으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옥주 강사는 당장 생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열악한 일자리에 순응해야 하는 상황이 중고령 여성의 빈곤 문제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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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김덕훈 사진기자

   대학에서 정년을 마친 노동자들은 빌딩 미화원 등으로 최저시급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비정규공대위) 양동민 대표는 “정년 이후에는 사실상 공식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게 돼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청소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요구가 생존권을 지켜내는 일”이라며 “제도적 안전망이 없어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노인 빈곤 문제의 슬픈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 노동이 존중받기 위해

   간접고용 구조는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이들을 직고용할 순 없을까. 공공운수노조 김제하 조직부장은 “대학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지만 사실 용역업체에게 지불하는 중간비용이 사라지므로 학교로서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민간부문 직고용 전환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주업체들에 의한 중간착취 배제, 업무체계 개선, 정규직 전환자의 업무만족도 등을 고려하면 직접고용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고용을 비롯한 정규직화 움직임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윤영덕 의원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국공립 대학은 공공기관으로 (직고용 전환) 1단계 대상에 포함됐다”며 “청소·경비 등 용역업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규직화 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제하 조직부장은 “정부 주도 하에 이뤄졌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주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는 원청에 예산이나 시설에 관한 협의 및 요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용역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의원은 “직고용 시 용역 때 계약을 답습하면서 정작 중요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도 임금 및 처우는 과거 비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실상 뚜렷한 처우 개선은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부문의 노동자 처우 개선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김 조직부장은 “공공부문이든 민간영역에서든 사측 주도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동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옥주 강사는 “청소 노동은 모든 사람의 일상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인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저평가된 청소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동민 대표는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 보호, 사회 기능 유지 등을 위해 지속돼야 하는 업무인 의료·돌봄·택배물류·교통·환경미화를 필수노동으로 지정하고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 내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공공운수노조 김제하 조직부장은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개선돼온 데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절실하게 투쟁한 청소노동자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활동가는 “현장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결국 현장에서 나온다”며 “전문가나 조직화된 목소리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내 청소노동은 열악하고 주변화된 노동이다. 청소노동자 역시 사회에서 주변화돼있다. 그야말로 ‘그림자 노동’인 것이다. 이은주 활동가는 “청소노동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자신이 청소노동을 하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값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며 “사실상 우리 사회가 그런 처지가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과연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질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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