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을 위해, 좋은 교사교육을

사범대학 교육과정의 개선을 논하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항상 뜨겁지만, 교사를 양성하는 교사 교육은 잘 논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교육을 제쳐놓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사교육은 어떤 위치일까. OECD 국가 대상의 TALIS(국제 교수-학습 조사 연구) 2018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자기효능감은 대부분 영역에서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청주교육대 이혁규 총장은 그 원인을 교사교육의 낮은 질에서 찾았다. 이 총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집단이 교대와 사범대에 입학하지만 교사가 된 후 교육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중등교원(중·고등학교 교사) 양성기관별 특성화 ▲교육과정의 질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안의 중등교원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등교원 양성의 핵심 기관인 사범대학(사범대)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 황금중 교수(교육학과)는 “미래교원 양성이라는 과제를 내세웠음에도, 사범대 체제 개선에 대한 논의는 적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교사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개선 방안이 필요할까. 사범대의 현 실태를 점검해보자.

사범대에서 배운 거, 학교 가면 써먹을 수 있나요? 

  한국 교사교육의 장점은 우수한 인재 유치와 체계적인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있다. 사범대 김희백 학장(생물교육과)은 “학부 4년의 기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사범대에 입학해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향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는 현재까지 경험한 사범대 교육과정을 통해 중등교사로서의 자질을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67.4%(60명)가, ‘나는 앞으로 이수해야 할 사범대 교육과정을 통해 중등교사의 자질을 갖출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는 문항에 43.8%(39명)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은 사범대 교육과정이 정말 실효성 있는지에 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사범대 교육과정이 교사 양성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6%(32명)로 가장 많았다.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주관식 응답에서는 공통적으로 ‘현장’, ‘실무’, ‘실제’, ‘학문’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됐다. 사범대의 주 기능이 중등교원 양성이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예은 씨(생물교육 18)는 “소수의 수업만이 교사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훈련을 도와준다”며 “나머지는 이론 위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학문 중심적인 사범대 교육이다. 사범대 교육과정 중 교과 내용 지식을 가르치는 교과내용학 수업의 비중이 높은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김병찬 교수는 “현재 개설 과목의 60~70%가 일반 학문에서 비롯된 교과내용학”이라며 “지식이 많으면 잘 가르칠 수 있다는 낡은 패러다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수진의 구성상 교사교육에 충실한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김병찬 교수는 “사범대 교수 다수가 일반 학문 전문가이거나 교사 경험이 없다. 현장과 연계돼야 하는 과목마저도 일반 교과 가르치듯이 가르치기 쉽다”고 말했다. 이혁규 총장은 “사범대 교수는 교수의 일반적 정체성에 더하여 교사교육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등교육 교과와 사범대 학과의 체계가 상이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중등학교에는 과학이라는 교과가 있지만 대학에서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뉘어있다. 관련 학과가 사범대에 개설되지 않은 교과목도 있다. 충남대 박수정 교수(교육학과)가 2003년 진행한 연구에서는 사범대에 음악, 미술 및 가정 등을 제외한 상업, 공업 등 실업계 교과를 양성할 수 있는 학과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사범대 학과 개설이 중등학교 교과와의 관련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교육이라는 본래 기능과 거리가 있는 사범대학의 정체성이다. 이혁규 총장은 “사범대가 종합대학 안에 위치하면서 단과대 간의 지위 경쟁을 하게 됐고, 학문적 성과를 내기 위해 교사교육보다는 학문 탐구를 지향해왔다”고 설명했다. 김병찬 교수는 2003년 진행한 연구에서 ‘사범대학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사범대학은 설립 초기부터 교사 양성에 전문성을 갖춘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범대학으로서의 적합한 교육과정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교사교육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사범대학 출범 당시부터 교사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사진 시작. 노란색 포스터다. 위에 국민과 함꼐 미래 교원을 그리다 –대국민 온라인 토론회-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밑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참가 자격으로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라고 적혀있다. 아래에는 토론회 일정 및 주제와 참여(의견 제출)방법이 적혀있다. 사진 끝.

교육부는 4차례의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얻은 것과 남은 것

  이전부터 정부는 사범대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1998년부터 교원양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평가)가 대표적이다. 부실 양성기관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 교과교육학 교수진 임용 여부를 평가해 교과교육학 비중 확대를 독려할 수 있다는 점은 평가의 긍정적 측면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해진 지표에 들어맞길 요구해 사범대 교육과정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희백 학장은 “개별 기관이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교육부가 제공하는 지표를 잘 지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분화된 교직 교과목과 성인지교육, 마약중독 검사 등 교육부가 요구하는 것이 모두 평가 기준으로 들어가 그것만으로도 교육과정이 비대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설립된 국가교육회의는 교원양성체제의 변혁을 숙의하며 중등교원양성 기관별 특성화와 교육과정의 질 제고 등의 내용을 다뤘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교원양성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합의가 도출됐다. 국가교육회의의 핵심당사자 중 한 명이었던 이혁규 총장은 “적정 규모는 좋은 교사교육의 전제 조건”이라며 “국가교육회의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잘 추려냈다”고 평했다. 이후 나온 교육부의 발전방안에선 교원양성 규모 조정을 위해 공통과목의 교직이수 과정 및 교육대학원 중등교원 양성 기능 폐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범대 자체의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교원양성 과정을 사범대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정작 사범대의 정체성 및 교육과정 문제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혁규 총장은 “사범대가 교직과정이나 교육대학원보다 목적성이 분명한 등 비교적 낫지만 절대적으로 좋다고는 볼 수 없다”며 “사범대 중심 개편 과정에서 사범대 자체의 문제가 묻혀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찬 교수 역시 “사범대 문제를 드러내고 체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발전방안에서는 교육실습 확대를 통해 교육과정의 현장성 강화를 꾀하고 있으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김희백 학장은 이수학점의 변화 없이 실습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 간 연계성을 높이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습 확대라는 단편적인 제도 개선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혁규 총장은 “실습 확대가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원양성 규모 축소, 실습 전담 교사와 교수의 확보, 학교 문화 개선 등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전문적인 교사 양성을 

  전문성 있는 교사 양성을 위해서는 사범대의 자체적인 개혁이 요구되지만 변화의 유인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황금중 교수는 “모든 곳에서는 핵심 구성원이 형성되면 관성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며 전체 사범대 차원에서의 개혁 논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당사자 간 이해관계 대립도 난점으로 꼽힌다. 이혁규 총장 역시 “국립과 사립 사범 대의 입장이 다르고 교과내용학, 교과교육학, 교육학 교수 간에도 개혁 방향에 대한 공통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총장은 “정치 권력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오지 않았다”며 “개혁을 하지 못하는 데는 소극적인 교육부의 태도도 원인”이라고 봤다. 황 교수 역시 “이번 개편이 사범대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게 하지만, 국가교육회의와 내년에 정식 발족할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을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해야 한다고 봤다. 

사진 시작. 왼쪽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 개관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서울대 로고가 크게 박혀있다. 아래에는 역사개관에 대한 설명이 작게 적혀있다. 오른쪽에는 투명문이 있다. 사진 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12동에 위치한 사범대학 역사관

  사범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교사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범대의 기본적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혁규 총장은 “학부모 상담을 예로 든다면, 학부모의 유형이나 대응법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교사교육이 직업교육으로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합한 교사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교수진도 확대해야 한다. 김병찬 교수는 “교수 채용 시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을 가르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교과교육학의 내실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교과교육학 연구를 정책과 연결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김희백 학장은 “연구를 통해 쌓이는 (교과교육학 관련) 데이터가 정부 정책으로 연결돼 교육현장에도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교사가 아닌 교과 내용 전문가를 강사로 충원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혁규 총장은 “(이런 주장의 배경엔) ‘내용만 알면 잘 가르칠 수 있다’는 통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교사교육은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을 자각하며 진보했다”며 “이런 동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의 현장성 강화나 과목 구성의 균형과 같이 사범대 교육 방향에 관해 제기되고 있는 고민은 새롭지 않다. 김희백 학장은 “교육의 방향성을 논할 때 교사교육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더 나은 교사교육을 논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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