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건 단순히 대면 활동이 축소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프라인 캠퍼스의 회복과 무관하게 건강한 온라인 공론장 마련에 대한 요구는 크다. 그러나 현재 에브리타임이 제대로 된 온라인 공론장으로 기능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에브리타임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온라인 공론장과 더불어 민주적인 대학 공동체를 만들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혐오표현 규제 위해 기업이 나서야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 정혜승 대표는 안전한 공론장이란 “사람들이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안전한 공론장이라면 자유롭고 건전한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에브리타임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영대 여성주의 학회 ‘여파’의 전 회장 허정은(경영 17) 씨는 “에브리타임이나 스누라이프에서는 남성 중심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다보니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이용자는 신고를 당하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등 활동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이 안전한 공론장이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이다.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에브리타임이 공론장의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부족한 혐오표현의 규제’(34.8%, 1순위 기준)였다.
플랫폼의 혐오 문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김수아 교수(여성학협동과정)는 “온라인상의 혐오표현은 그 양이나 쌓이는 속도가 매우 많고 빠르기 때문에 개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기업 차원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플랫폼 환경 조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도 지적된다. 청년참여연대 이연주 간사는 “플랫폼 기업은 트래픽이나 참여자들의 활동으로 수익을 내는 만큼 (단순 중개자라며) 플랫폼 내 혐오문제를 방관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에브리타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유니브페미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 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티 이용규칙의 금지행위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를 추가할 것 혐오표현 반대 선언과 혐오표현 문제 대응에 관한 에브리타임의 의무가 담긴 혐오표현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작·발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에브리타임이 혐오표현 반대 방침을 명확히 밝히고 구체적인 운영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혐오표현과 관련해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받고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고 이용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담아 이용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에브리타임에서 벌어지는 혐오표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이연주 간사는 “방심위의 정보통신 심의규정을 기계적으로 베껴왔을 뿐 혐오표현에 대한 해석이나 적용 방법에 대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다”며 혐오표현 문제 해결에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수아 교수는 “혐오표현은 단순 욕설이 아닌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거나 소수자를 배제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라며 혐오표현을 정확히 개념화해 심의규제에 적용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혐오표현 대응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플랫폼도 있다. 얼룩소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공론장을 위한 행동강령과 운영정책을 사이트 내에 밝혀두고 있다. 연령, 장애,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인종 또는 종교 등 포괄적인 차별금지 사유를 명시하고 행동강령을 준수하지 않은 컨텐츠를 삭제할 운영자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한다.

얼룩소(alookso)의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 페이지
학내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여파에서는 기존의 학내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보완한 자체 플랫폼을 제작했다. 허정은 씨는 플랫폼 운영 방식에 대해 “커뮤니티 이용 내규를 제정했고, 규제 시스템도 단순 신고 누적식이 아니라 특정 이용자의 발언에 대한 건의가 들어올 경우 운영진이나 전체 회원의 협의를 통해 제재 방식을 논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역할은 어디까지
학교가 에브리타임의 혐오표현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연주 간사는 “에브리타임은 혐오표현에 노출되는 사람과 발생시키는 사람 모두가 학내 구성원”이라며 “에브리타임 측과 협약 등을 맺어 커뮤니티 내 권리침해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최소한의 피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 측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 커뮤니티에 학교 기관이 관여하는 건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인권센터 김채윤 전문위원은 “법적·행정적으로 에브리타임에 관여하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학교 측의 관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학생 공간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인권센터의 경우 학생사회 차원에서 에브리타임을 모니터링할 때 자문을 제공하거나 구성원 대상의 인권 감수성·인권 문해력 향상 교육을 시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임을 대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책임이란
코로나 시대에 에브리타임은 2학기 수강신청 사태와 같은 학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공간이 돼왔다. 대학신문 전 편집장 채은화(사회교육 19) 씨는 “취재 과정에서 에브리타임에서의 논의를 통해 학생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일차적으로 확인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브리타임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주류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에브리타임의 경우 ‘극단적인 의견이 다수 표출됨’, ‘특정 의견이 다수의 여론인지 소수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는 것인지 구분이 어려움’ 등을 제시했다. 학생회나 학내언론 등 균형 있게 여론을 청취해야 하는 주체가 이러한 편향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채은화 씨는 “에브리타임의 의견을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여기고 취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채 씨는 “(취재원들은) 에브리타임에서 부정적인 점이 부각되던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에브리타임에서 표명되는 것과 다른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니브페미에서 진행한 에브리타임 혐오발언 기자회견 ⓒ홍서현 사진기자
특히 에브리타임의 소수자 혐오·반페미니즘적인 주장이 학생자치 의사결정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19년도에 수도권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총여학생회 폐지다. 연세대와 동국대는 에브리타임에서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요구 서명이 이뤄지면서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이 촉발됐다.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 김미현 씨는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에 관한 연구에서 ‘에타발’ 총여학생회 폐지 주장이 중앙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과정에서 학생사회는 남성중심적 커뮤니티로서 에브리타임의 성격에 대한 숙고가 없이 에브리타임의 의견을 여론의 지표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유니브페미 윤김진서 활동가는 “왜 에브리타임에서 발생하는 반페미니즘적인 의견이 학생대표자의 입을 통해 자주 발화되는지를 성찰하고 학생자치기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본적으로 에브리타임에서 이뤄지는 이야기가 공론의 성격을 띨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응답자들은 에브리타임의 경우 ‘논의를 위한 진행이나 쟁점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공론이 실제 의사결정이나 공동행동으로 옮겨지는 체계가 부재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공론을 주재하는 주체나 공론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 통용되거나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발언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총학 선거에서는 에브리타임에서 익명의 폭로자가 부후보 출마자가 신천지 신자라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의 폭로를 검증할 수 없고 따라서 믿을 수 없다는 비판도 다수 제기됐다.
학생회 차원에서 새로운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제62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 ‘자정’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공론장 게시판 신설을 내걸었다. 자정 측은 “기존 익명 커뮤니티의 경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지만 논의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뤄지기는 어려웠다”며 “의제의 토론만을 목적으로 하며 그 논의가 최종적으로 총학생회에게 전달되는 공론장은 그 무게나 호응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임이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공론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기 위해선 모두에게 충분한 발언권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기업부터 왜곡된 커뮤니티 여론 속에서 들리지 않은 목소리를 청취하는 학생자치기구까지, 여러 노력이 모였을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