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3시 8분경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19동 B동 지하 1층 방재실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0여 분 동안 지속된 화재로 기숙사생 137명이 대피했고, 이 중 연기를 들이마신 16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논란이 됐다. 19일 관악사 측은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보기가 고장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관악사 측은 “경보기는 작동했지만, 화재발생 장소인 방재실 창고가 CCTV로 확인되지 않아 방재실 근무자가 경보기 작동 오류로 인식해 작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직원이 실제 화재를 확인하고 경보기 재작동을 위해 방재실에 진입했으나, 이미 화재로 방재실 내 경보 시스템이 망가져 추가 방송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화재를 신고하고 학생들의 대피를 도운 정영훈(자유전공 17) 씨는 방재실 근무자가 추가 확인 없이 경보기를 끈 것은 섣부른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정 씨는 “실제 화재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보기를 끈 것은 근무자의 안전 불감증”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학교가 사과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 씨는 관악사 측과 사후 방지책 마련에 관한 면담을 수차례 진행하고 있다.
정 씨는 화재 상황 당시 관악사 근무자들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관악사 홈페이지의 입장문에 따르면 방재실 근무자는 화재 확인 직후 방재실 내 소화기로 화재 진압에 실패하자 직접 호실 문을 두드리며 대피 안내를 했다.
반면 정 씨는 “화재 상황 당시 (본인이) 919동 A, B, C동으로 모두 통하는 문을 모두 막고 있었지만 관악사 직원이 진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 씨는 “실제 직원이 문을 두드리거나 대피를 안내하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담당자의 초동 대응은 CCTV를 통해 명확히 규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관악사 측은 “비상 상황이고 소통이 원활치 않아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은 각자 역할을 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재로 출입이 통제된 919동 지하 복도 © 김한결 사진기자
대피 문자의 발송 시점과 내용도 문제가 됐다. 관악사 측에서 학생들에게 화재 대피 문자를 보낸 시점은 오후 3시 41분경으로, 화재 발생 30여 분 후였다. 최초 대피 문자에는 화재 발생 장소가 취사실로 오기됐다. 오후 4시 30분경에는 919동 D동 내 거주자가 남아 있었음에도 기숙사생 전원이 대피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관악사는 21일 피해 학생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대인⋅대물 보험처리, 침구류 대여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됐다. 919동 입주생 전체의 임시호실 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방재실 대부분이 소실돼 화재위험 및 보안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관악사의 사후 지원도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19동에서 거주했던 김연혜(지리교육 21) 씨는 “화재 당일 기숙사로부터 동간 이동을 전달받았지만, 실제 이동 지원은 그로부터 5일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919동 거주 사생들과의 소통도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의 설명에 따르면 방재실 마비로 인해 임시호실 출입을 위한 혈관 인식 등록도 3일 후에야 이뤄졌다.
관악사는 대응 및 지원책에 관해 “건물이 노후한 상황이라 방재 시스템의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화재 원인 등 추후 상황이 밝혀지는 대로 공유해 입주생들의 궁금증과 우려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